시민단체, 대구시립희망원 ‘탈시설’ 요구···“외면하지 말아 주십시오”

"희망원 사태 '부실 대책', 권영진 시장이 책임져야"
420대구장애인연대-희망원대책위, 1박2일 투쟁 예고

14:15

“더 이상 시설에서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가며 죽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도 인간의 존엄함을 느끼면서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그곳에 사람들이 있습니다. 외면하지 말아 주십시오.”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공적 운영과 탈시설 정책이 빠진 대구시립희망원 혁신 대책을 비판하면서 권영진 대구시장이 책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21일 오전 11시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420장애인연대)’와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척결 대책위(희망원대책위)’ 소속 회원 100여 명은 대구 시청 앞에서 대구시의 희망원 감사 결과 및 대책 규탄 결의대회를 열었다.

노금호 420장애인연대 집행위원장(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대구시립희망원에서 발생한 각종 인권침해와 비리는 모두가 경악할 일이다. 상식 있는 정부라면 이렇게 처리해서는 안 된다”며 “검찰과 대구시 모두 이 문제를 정확히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앞서 검찰은 대구시립희망원 사건과 관련해 배 모 전 총괄원장 신부를 구속하고 관련자 23명을 기소했다. 대구시는 특별 감사를 통해 대구시 공무원 1명 경징계 등 대구시, 달성군, 대구시립희망원 관계자 24명을 징계하기로 했다.

노금호 집행위원장은 “매년 4월, 지역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정책을 요구해왔다. 올해는 시립희망원 문제도 제기할 것”이라며 “희망원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는 정책도 예산도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은재식 희망원대책위 공동대표(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도 “대구시가 부실한 감사 결과, 부실한 대책을 내놨다. 대구시가 내놓은 대책은 이 사건과 관계없이 일찍부터 대구시가 해야 할 행정”이라며 “그동안 대구시가 희망원에 대해 직무유기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대구시는 혁신 대책을 통해 오는 2020년까지 장애인 100명을 우선 자립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희망원대책위는 실질적인 탈시설 대책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은재식 공동대표는 “2010년부터 309명이 희망원에서 사망했다. 연평균 47~8명이다. 대구시가 내놓은 탈시설 대책은 자연 감소 인원보다 적은 연평균 25명 수준이다”며 “언제 1천 명이 넘는 희망원 생활인들이 지역으로 돌아갈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은재식 공동대표는 “권영진 시장은 국가인권위원회 결과를 적극 수용하겠다고 했다. 인권위는 공공성을 담보하는 운영을 권고했다”며 “권영진 시장은 약속을 지켜야 한다.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시립 시설이기 때문에 권영진 시장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천주교대구대교구 유지재단 운영권 즉각 반납 ▲희망원 공적 운영 ▲향후 희망원 폐쇄 및 기능 전환 ▲생활인 탈시설 및 자립 지원 등을 요구하며 1시간여 동안 결의대회를 이어갔다.

이들은 오는 30일 대구시청 앞에서 권영진 대구시장 공식 사과와 대구시립희망원 근본 대책을 요구하는 1박2일 투쟁을 벌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