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경주, 택배노동자 해고 논란…사업자등록증 발급 두고 갈등

해고 통보받은 노동자, "사업자등록증 받았는데, 철회않는 이유 의구"
대리점장, "수차례 요구에도 안 해...입은 피해와 상처 크다"

20:32

경북 경주 한 택배노동자가 사업자등록증이 없다는 이유로 해고를 통보를 받았다. 이후 사업자등록증이 발급됐지만, 사측은 결정을 번복할 수 없다고 해 반발이 일고 있다.

지난 27일 CJ대한통운 택배 신경주대리점 소속 택배기사 이 모(51) 씨는 내용증명서 한 통을 받았다. 오는 4월 3일부로 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유는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아야 한다는 수차례 요구에도 응하지 않아 대리점 운영에 손해를 초래했다는 것. 이 씨의 사업자등록증은 해고 통보받은 이틀 후인 28일 발급됐다.

이 씨가 대리점과 맺은 계약에 따르면, ‘을’인 이 씨는 영업점 명의로 된 일반 또는 법인 사업자등록증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난 7년 동안 이 씨는 개인 사정으로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지 않았고, 대리점도 이 사정을 이해해줬다. 대신 대리점은 이 씨 등 사업자등록증이 없는 택배 기사들에게 소득세, 부가세 명목의 수수료를 공제했다. 택배 기사에게 돌아갈 소득이 대리점 사업자 소득으로 잡혀 세금을 부담한다는 이유에서다.

▲CJ대한통운 택배 홈페이지 갈무리

이 씨와 이 모 대리점장의 말을 종합하면, 문제는 지난해 5월 해당 대리점이 부가세 10%, 소득세 5%(300만 원 초과분) 공제에서 소득세 15% 공제로 변경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대리점은 사업자등록증이 없는 이 씨 등에게 사업자등록증 발급을 요구했고, 이들은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겠다고 약속하고 10월까지 해당 수수료를 공제하지 않았다.

신경주대리점에는 이 씨를 포함한 6~7명이 사업자등록증이 없었다. 하나둘씩 사업자등록증 발급을 마무리했지만, 일률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점장은 지난해 11월 다시 부가세, 소득세 명목으로 25%를 공제하기 시작했다.

이 모 대리점장은 “작년 5월 소득세 납부달에 성실신고 확인 대상자가 됐다. 소득세 35%가 원천 징수된다. 이 사정을 설명하고 몇 번이나 사업자등록을 해달라고 했고, 약속받고 기다렸다”며 “세금을 너무 많이 맞아서 도저히 안될 것 같아서 11월부터는 35% 중 15%를 공제했다. 이 씨만 끝까지 사업자등록을 내지 않았다. 내용증명도 몇 번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 점장은 이 씨에게 지난 2월 두 차례 내용증명을 보내 사업자등록증 발부를 요구했다. 두 번째 내용증명에서는 3월 15일까지 사업자등록증을 받지 않으면 계약 해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 씨는 “내 소득이 점장에게 잡히니까 누진세가 있을 거다. 나도 당연히 사업자 등록하는 게 맞지만 사정이 있어 못했다”며 “미안하다, 조만간 사업자등록증을 내겠다고 약속했다. 결과적으로 사업자등록증을 받았는데, 해고를 철회하지 않는 이유는 다른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점장이 다시 수수료를 공제하기 시작한 지난해 11월은 대리점과 택배 기사들이 임금 협상을 하던 시기다. 당시 택배 건당 수수료를 금액별 10%로 인하하는 투쟁에 이 씨는 적극적으로 나섰다. 전국택배연대노조는 이 씨의 노조 활동이 눈엣가시가 된 게 아니냐고 의심했다.

이에 이 점장은 “우리 대리점에 노조에 가입한 사람들이 많다. 요즘 누가 노동조합을 그렇게 하겠나”며 “그분이 계속 구두로 약속한 건 맞다. 그런데 결국 계약 해지 통보를 하고 나니 급하게 발급받은 거다. 그동안 내가 입은 피해와 상처는 너무 크다. 다시 함께 일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반박했다.

이에 전국택배연대노조는 31일 “(소득세가 올랐단 이유로) 지난해 5월부터 소득세 공제를 높여 올 11월부터 공제했고, 올해 1~2월에는 지난해 6~7월분을 소급해 공제해갔다”며 “대리점이 주장하는 사업자등록증이 없어서 어떤 손해를 입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