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형복의 유럽연합:EU 톺아보기] 왜 유럽통합인가?

유럽통합을 향한 기나긴 여정(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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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05 12:23 | 최종 업데이트 2017-04-05 12:23

왜 유럽통합인가?

일상에서 우리는 ‘유럽연합(EU)’ 혹은 ‘유럽’에 대해 수없이 말하고 듣고 있다. 유럽은 대표적인 여행관광지임은 물론 정치, 경제, 외교와 예술문화 영역에서도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은 학문 분야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국내외 학자들은 유럽을 주제로 수많은 연구 논문과 책을 쓰고 있다. 유럽은 우리 일상과 사고에 깊숙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래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가?

왜 유럽통합인가? 유럽인들은 어떤 이유로 국가를 넘어선 지역공동체를 수립하려고 하는가? 그 역사적 배경과 의미는 무엇일까?

유럽통합에 대해서는 다양한 접근방식과 시각이 있다. 혹자는 유럽 역사는 기독교문화를 근간으로 세계를 지배하기 위한 유럽민족과 국가 간 이해관계에 따른 이합집산의 연속이라고 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유럽인들은 국가목표에 의하여 또는 공동이익을 위하여, 그들의 문화유산과 국가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상이한 민족·국가 간에 단합해야 할 강한 유대감과 현실적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이다.

이 관점에서 바라보면, 유럽통합의 관념은 세계평화 혹은 인류공영에 바탕을 두고 있기보다는 유럽의 이익에 따라 배태되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따라서 이 관점에서 바라보는 유럽통합이란 다분히 유럽의 이익 보호를 위한 정치적 결단에 의한 공동체 결성이 선결적으로 이루어졌고, 그 후 이를 바탕으로 다른 국가와 지역, 나아가 국제사회와 협력 관계를 모색하는 절차를 밟았다고 할 수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역사적으로 유럽대륙에는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 급기야 20세기 초중반에는 양차대전으로 사회기반이 붕괴하였고, 나치에 의한 홀로코스트로 20만 명 이상의 무고한 인명이 대량으로 살상되는 악몽을 겪기도 했다. 연이은 두 차례 전쟁을 겪은 유럽국가와 유럽인들이 가졌을 위기감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그런데 전쟁이 끝나자마자 유럽은 다시 이중삼중의 딜레마에 빠지고 말았다. 전쟁으로 인한 상흔이 채 아물기도 전 세계는 다시 냉전체제로 돌입했다. 그 상황에서 유럽은, 한편으로는 구소련을 중심으로 한 동구권 국가들과는 정치적·이념적으로 대립·견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전후복구와 군사안보 등의 이유로 미국과 일본 등과 협력하고 공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유럽인들이 직면한 정치 외적인 현실과 함께 유럽사회 내부에 드리운 절망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도 난제로 대두했다. 즉, 유럽인들이 가지고 있는 현실적 위기감의 이면 깊숙한 곳에는 과거 그들의 선조가 누리던 ‘유럽의 영광’을 영원히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깊은 절망감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 유럽통합은 어쩌면 유럽인들이 내린 정치적 고육책이자 결단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유럽사회 내외부의 다양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달리 방도가 없었던 것이다.

1951년,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와 1957년, 유럽경제공동체(EEC) 및 유럽원자력공동체(Euratom)가 발족한 이래 오늘날 EU까지 유럽은 역내외의 수많은 장벽들을 극복하며 꾸준히 발전을 거듭해 왔다. 유럽 통합 과정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해야 할 것인가? 이 문제에 해답을 구하는 것은 유럽시민뿐 아니라 역외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주어진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2017년 올해는 EEC와 Euratom을 설립하는 로마조약이 채택된 지 만 60년이 되는 해이다. EU의 역외국에 사는 우리가 이처럼 오랜 세월 동안 발전해온 유럽 통합과 그 법제도를 이해한다는 것은 생각처럼 만만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EU가 차지하고 있는 지위와 위상을 고려해보면, 실체에 대한 정확하고도 심도 깊은 분석과 이해는 필요하다. 게다가 남북한이 분단된 상황에 있고, 지리적으로 인접한 한중일 3국은 좋든 싫든 서로 갈등하면서도 협력하지 않을 수 없는 관계다. 이 점에서 유럽통합에 대한 분석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도 ‘EU와 같은 통합된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까’란 가능성을 탐색해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U의 확대: 6개국에서 28개국으로

EU는 28개 회원국으로 이뤄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지역공동체다. ECSC, EEC 및 Euratom의 세 공동체가 출범할 당시 6개 회원국이던 EC는 확대를 거듭해 2013년 크로아티아가 가입함으로써 무려 28개 회원국으로 늘어났다. 그동안 EC·EU*는 신입회원국의 추가 가입을 통해 꾸준한 확대정책을 시행해왔다.

1952년, 최초의 공동체 ECSC가 출범할 당시 회원국은 프랑스, 독일(서독), 이탈리아, 벨기에,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6개국에 불과했다. 그 후 오랜 교섭과정을 거쳐 1973년 1월 1일 영국, 아일랜드, 덴마크가 신입회원국으로 가입해 9개국으로 늘어났다(제1차 확대).

제2차 및 제3차 확대는 지중해 3국이 대상이었다. 1981년 1월 1일 그리스가(제2차 확대), 곧이어 1986년 1월 1일에는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EC에 가입했다(제3차 확대). 이 국가들은 상당 기간 독재체제 하에 있다가 민주주의로 회귀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1990년 독일의 통일로 말미암아 EC는 다시 한번 확대의 계기를 맞이한다. 동독의 붕괴와 USSR의 정치적, 경제적 쇠퇴에 따라, EC는 독일 통일 과정에 활발하게 개입한다. 1989년 11월 9일에 베를린 장벽이 붕괴했고, 1990년 10월 3일 동서독은 통합한다. 독일 5개 주가 새로 EC에 편입돼 그 영역이 확대된다.

제3차 확대 이후에는 지중해 연안국들 가운데 터키와 모로코가 1987년에, 키프로스와 몰타가 1990년에 EC 가입을 신청했다. 이 중 키프로스와 몰타는 2004년 5차 확대 때 EU에 가입했다. 그리고 오스트리아와 북유럽국가인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도 가입신청을 하여 1994년 6월 24일 가입조약에 서명했다. 이 가운데 노르웨이는 국민투표를 거친 결과 가입이 부결돼 1995년 1월 1일 오스트리아, 핀란드, 스웨덴 3국이 EU의 신입회원국이 되었다(제4차 확대).

한편 EU는 중·동부 유럽국가의 가입을 적극 추진한다. 그 노력의 결과, 1994년 중·동부 6개국 및 발트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이 EU 가입을 신청했다. 1997년 마드리드 유럽이사회는 중·동부 유럽국가의 가입일정을 확정하였다. 이에 따라 2004년 5월 1일 키프로스, 체코공화국, 에스토니아, 헝가리,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몰타, 폴란드, 슬로바키아공화국 및 슬로베니아의 10개국이 대거 EU에 가입했다(제5차 확대). 그리고 뒤를 이어 2007년 1월 1일에는 불가리아와 루마니아가(제6차 확대), 2013년 1월 1일에는 크로아티아가 가입했다(제7차 확대)([표1] [그림 1] 참고). 이로써 EU는 28개 회원국을 가진 세계 최대의 지역공동체가 됐다.

▲ [표 1] 가입연도별 EU 회원국 현황
▲[그림 1] EU 회원국 현황(지도). 회원국의 지역별 분포를 보면, 서부와 남부유럽은 물론 중동부유럽과 지중해연안까지 유럽대륙 거의 대부분의 국가가 포함되어 있다. [사진=http://www.nationsonline.org/oneworld/europe_map.htm]
그러나 브렉시트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 EU는 회원국 탈퇴라는 사상 초유의 중대국면을 맞고 있다. 만일 브렉시트가 가시화되면 영국에 뒤이어 다른 회원국의 추가 탈퇴로 이어져 EU체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지난 3월 29일 영국정부는 유럽이사회에 EU 탈퇴 의사를 공식 통보했다. 따라서 앞으로 2년 동안 진행될 탈퇴 협상은 EU의 현실과 미래 상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런데 영국처럼 EU를 떠나려는 국가만 있는 게 아니다. 이와는 반대로 EU에 새로 가입하려는 국가도 적지 않다. 현재 알바니아, 몬테네그로, 세르비아, 마케도니아공화국 및 터키는 이미 가입후보국 지위를 획득했고,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와 코소보도 잠재후보국이 됐다. 이 국가들은 회원국이 될 수 있는 기준을 충족하면 머잖아 신입회원국으로 EU에 가입할 것이다.

EU: 세계 최대 규모의 경제공동체

이처럼 영국의 탈퇴와 회원국의 신규 가입 등 EU 구성국은 다소 변동이 있겠지만, 국제사회에서 EU가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에는 그리 큰 영향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영국이 탈퇴를 한다고 할지라도 후보국들이 신입회원국으로 가입하면 EU의 국제사회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수도 있다. 이러한 가정은 세계경제에서 현재 EU가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면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2017년 기준, EU에는 약 5억 6백만 명(2017년 기준)이 살고 있다. 약 3억2천6백만 명인 미국보다 1억8천만여 명이 많은 수준이다. 또한, 2014년 기준, 인구 규모 대비 세계 주요 4개국 GDP를 비교해보면, EU는 미국 17조3천억 달러, 중국 10조4천억 달러보다 많은 17조4천억 달러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은 인구와 경제규모면에서 미국과 중국은 물론, EU에게도 훨씬 뒤처지고 있다([표 2]).

▲[표 2] 인구 규모 대비 경제력(GDP) 비교: 중국, EU, 미국, 일본. [출처: http://www.worldometers.info/population/china-eu-usa-japan-comparison/]
그렇다면 한국과 EU의 경제협력관계는 어떨까? 2017년 기준, 한국은 GDP 대비 세계 제11위 경제 규모를 달성했다. EU와의 교역 규모를 살펴보면, EU는 한국의 제2위 수입국이자 3위 수출국이지만, 한국은 EU의 제8위 수입국이자 9위 수출국에 불과하다(2016년 기준). 그리고 한국과 EU의 국내총생산 규모를 비교해보면, 2015년 기준 한국 GDP 규모는 1조3779억 달러로 17조4천억 달러인 EU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

물론 세계은행이 발표한 순위는 국가별 GDP 규모로써 지역공동체인 EU의 경제규모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한국의 대외경제관계를 정확하게 분석하려면, EU뿐 아니라 회원국 개별 교역현황과 주요품목별 거래내용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EU가 단일시장으로 세계 최대 경제공동체임은 분명한 사실이고, 국제교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습은 어떤가? 한국의 대외무역은 물론 정치외교관계도 미·중·일에 편중돼 견제와 균형이 요구되는 국제관계에서 EU는 소외된 형국이다.

이처럼 일반적으로 EU는 세계 최대의 경제공동체로만 알려져 있다. 과연 그럴까? 이어서 EU는 어떤 실체를 가지고 있는지, 그 다양한 ‘모습’에 대해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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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와 EU의 명칭 문제: 단적으로 정리하면, 현재는 EU만 있고, EC는 존재하지 않는다. 유럽연합조약(Treaty on the European Union: TEU) 제1조가 “(유럽)연합은 유럽공동체를 대체하고, 계승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의 통합 과정에서 EC와 EU의 명칭은 상당히 혼란스러운 게 사실이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그 시기별로 양자의 명칭을 정리해본다.

- EEC: 1958년 로마조약이 발효한 때부터 마스트리히트조약에 의해 EEC설립조약의 명칭이 EC로 개정된 1993년 10월 31일까지 존속한 유럽경제공동체를 말함.

- EC(or ECs):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됨. 하나는, ECSC·EEC·Euratom의 세 공동체를 일컫는 표현이고, 다른 하나는, 마스트리히트조약이 발효한 때로부터(1993년 11월 1일부터) 리스본조약에 의해 폐지될 때까지(2009년 11월 30일) 유럽공동체를 말함.

- EU: 마스트리히트조약에 의해 유럽연합이 최초 창설됨. 1993년 11월 1일부터 2009년 11월 30일까지는 EC와 EU 공존. 리스본조약이 발효한 2009년 12월 1일부터 EC는 폐지되고, 현재는 ‘단일통합체’로써 EU만 존속함.

유럽통합에 관한 문헌을 읽으면, 시기별로 EEC·EC·EU가 구분되어 사용되고 있으나 이제는 EU만 존속하고 있다. 일반 독자들은 이 명칭들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이 모두 EU로 이해해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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