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평화를 맛보려면 8일 소성리로

8일 오후 3시 성주 소성리에서 사드 무효 2차 범국민 평화행동 열려

17:21

[편집자 주=8일 오후 3시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에서는 ‘불법사드 원천무효 제2차 소성리 범국민 평화행동’이 열린다.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원회, 원불교 성주성지수호 비상대책위원회, 사드배치반대 대구경북대책위원회, 사드배치반대 부울경대책위원회(가칭),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등 6개 단체가 공동 주최한다. 지난 3월 18일 열린 1차 평화행동 당시 시민 5천여 명이 참석해 ‘사드 가고 평화 오라’를 외치며 평화롭게 집회를 마쳤다. 박철주 공동상황실장은 “사드의 핵심 장비인 x-밴드 레이더가 이미 지난달 국내 반입됐다고 언론에 알려졌다. 외교부장관까지 나서서 안보를 위해 빨리 사드배치를 해야한단다. 소성리 상황은 여전히 비상 상황이다. 이번 평화행동을 열어서 사드를 저지하는 우리의 의지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소성리행을 결정한 시민들을 위해 지난 4월 1일 나온 <워커스>에 실린 박중엽 기자의 기사를 수정해 싣는다.] 

경고

이 지역은 평화구역이므로
사드 배치 관련 장비 및 인력
출입 자체를 금함.
소성리 마을 이장 및 주민 일동

3월 11일 성주군민이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사드 배치 부지 인근에 팻말을 세웠다. 국방부가 선수를 쳤다. 2월 28일 국방부는 사드 부지 일대에 철조망을 치고 출입통제 팻말을 세웠다. “이 지역은 군 시설이므로 허가되지 않은 인원의 무단출입 및 사진촬영을 금함.” 소성리 주민들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도대체 누구 마음대로?

성주군민이 사드 배치를 몰아붙이는 미국과 국방부에 맞서 싸운 지도 어언 9달. 싸움터는 성주군청에서 소성리로 옮겨왔다. 성주군민의 싸움을 ‘처절하다’고만 하기는 어렵다. 이곳은 국방부 엄포를 똑같이 되받아치는 팻말처럼 재치와 해학, 여유가 넘치는 신비로 가득한 동네다. 소성리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한 체험을 하게 된다.

평화가 불꽃 튀는 성주군 소성리
새마을기 내렸더니 박근혜도 내려오네
몸으로 사드 막는 주민들

60가구, 100명 남짓 주민이 사는 작은 마을 소성리에 별안간 군인이 찾아왔다. 그들은 철조망을 치고 출입을 통제했다. 소야(邵野, 아름다운 들)라는 옛 지명이 무색해졌다. 28일 국방부가 철조망을 치고 군·경 감시초소가 배치되면서 주민들은 시름에 빠졌다.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와 성주군민들은 롯데가 사드배치 예정지인 성주골프장을 국방부에 넘기지 않을 것으로 봤다. 중국 압박을 무릅쓰고 탄핵 위기에서 몰락하는 정부 말을 들을 것인가, 계약을 미루면서 다음 정부에 공을 넘길 것인가. 자명했지만, 예측을 뛰어넘었다.

혼란은 오래가지 않았다. 삼일절, 투쟁 의지를 다잡으며 마을회관에 걸려있던 새마을기를 내렸다. 그랬더니 박근혜도 내려왔다. 박근혜 파면을 마을회관에서 모여 지켜보던 소성리 주민들은 진심으로 기뻐하며 만세삼창을 했다. 주민 여 모(80) 할머니는 말했다. “가스나 저거 때메 밥맛이 없었어. 이제야 맛나겠다. 앞으로는 사드가 문제다. 사드 때문에 이래 좋은 날에도 가슴 한쪽 구석에 마음이 답답해. 누구든지 사드 보내는 사람 찍을 거라. 이제 숨 좀 쉬자!”

▲탄핵 인용과 함께 만세를 부르는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주민들.

그뿐이던가. 지난여름 성주군민이 새누리당을 탈당한 이후 새누리당은 간판을 내렸다. 성주에서 촛불을 들었더니 광화문까지 촛불이 번졌다. 이를 성주에서는 ‘평화나비효과’라고 부른다. 이제 성주군민은 이렇게 외친다. “박근혜는 구속돼라”, “사드는 미국으로, 평화는 이 땅으로!”

철조망 배치 직후 소성리 마을회관 인근 성주투쟁위 상황실도 가동을 시작했다. 기존 마을회관을 중심으로 김천·원불교 천막이 상황실 역할을 했는데, 이제 별도 공간을 마련했다. 사드 반대 단체 6곳에서 1명씩 보냈다. 당초 국방부가 사드 최적지로 성주읍 성산포대를 지목했을 때에도 시민들의 연대는 꾸준했지만, 도드라지지는 않았다. 당시에는 매일 열리는 집회에 성주군민 1천 명 이상이 참여할 정도로 힘이 넘쳤다. 지난해 9월 30일 최적지가 성주읍 성산포대에서 성주골프장으로 바뀌고 난 뒤 상황이 바뀌었다. 성주군수가 제3부지를 지지하며 투쟁 동력도 줄었다. 제3부지 이전을 주장하던 사람들은 성주투쟁위를 빠져나갔다. 그 자리를 김천·원불교가 채웠다. 성주투쟁위와 사드배치반대김천시민대책위가 만났고, 원불교와 함께 10월, 3주체 연석회의를 구성했다.

주민과 연대자들은 엑스밴드레이더(사드 운용의 핵심) 반입 막으려고 감시를 시작했다. 마을회관 앞 도로는 엑스밴드레이더를 부지로 운반할 수 있는 유일한 길목이다. 마을회관에는 주민들 보행기가 긴급출동장비처럼 줄지어 서 있다. 장비가 온다면 당장에라도 나설 기세다.

사드는 일상을 파괴했다. 임순분 부녀회장을 비롯한 주민들은 농번기에도 손을 놓았다. 매주 수요일 2시 열리는 집회면 손님들 빈속으로 보낼 수 없다며 팥죽이나 어묵탕이라도 끓여 냈다. 분명 힘든 일로 가득한데, 좋은 일도 생기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며 데면데면했던 귀촌 가정도 팔을 걷어붙이고 함께하기 시작했다. 임순분 부녀회장은 “사드 때문에 귀촌한 젊은 사람들하고 친해졌다”며 웃음 지었다.

임순분 부녀회장은 국방부가 소성리를 택한 것은 잘못이라고 말한다. 소성리는 1980~90년대 농민운동이 확산된 곳이며, 젊은 세대가 이전부터 민주적인 마을 운영을 위해 노력했던 곳이었다.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서로를 신뢰하고, 민주적 의사결정에도 익숙했다. 크고 작은 일에 관의 뜻이 다 미칠 수 없는 곳이었다.

원불교도 연좌기도···“사무여한”
사드 철회 위한 종일 기도
“백해무익 사드에 저항할 것”

▲지난 3월 29일 사드 장비 반입을 저지하기 위해 나선 원불교도들. [사진=박중엽 기자]

공교롭게도 마을회관 앞 도로는 원불교 2대 종법사인 정산종사 구도길(성지)이다. 교도들은 과거부터 정산종사를 ‘평화의 성자’라고 부르며 구도길을 순례했다. 구도길은 골프장을 지나 김천까지 뻗어 있다. 주민과 함께 원불교도는 “사드 말고 평화”를 외치며 11일부터 성주골프장 정문 1.5km 지점에 있는 진밭교 삼거리에서 철야농성을 시작했다. 15일 밤 11시. 원불교 야외 교당이 된 진밭교 삼거리에서 교무들이 기도를 시작했다.

“저희 모두는 삿됨을 물리치고 바름을 드러내고자 하는 파사현정의 서원으로 다시금 정의 실현과 평화 염원의 기도를 삼가 법신불 사은님께 올리옵니다. 전쟁의 위협으로 국민의 근심을 깊게 하는 세력은 여전히 국가 안보를 빌미로 거짓과 위선과 편법으로 롯데와 사드배치 부지교환 계약 체결과 부지 점거를 강행했나이다···그리하여 마침내는 저희들의 이 기도가 하늘에 사무쳐 전쟁의 위협을 거두어 평화의 강물이 되고, 불의의 그늘을 거두어 정의의 한낮이 되게 하소서”

김선명(52) 교무는 연좌독경 첫날부터 이날까지 자리를 지켰다. 국방부의 수락으로 지난 3월 1일 단 한 차례 골프장 내 성지에서 기도할 수 있었던 김선명 교무는 당시 알 수 없는 평화의 감정을 느꼈다. “세상의 평화를 원하거든 자기가 먼저 평화가 되라”는 정산종사의 가르침이 머릿속에서 경종처럼 울렸다. 그날로 김 교무는 평화를 실천하기 위해 물러서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곳은 우리가 무시로 다니던 순례길입니다. 이곳에서 기도하면서 사무여한을 다시금 떠올립니다. 진리와 평화를 위해 생명을 바쳐도 여한이 없을 것입니다. 백해무익 사드를 일방적으로 배치하려는 것에 저항하겠습니다”(김선명 교무)

전국 5천여 명 모인 성주 평화대회
“대한민국 어디에도 사드 배치 안 되도록 도와주세요”

18일 소성리에서 열린 사드배치 원천 무효를 위한 성주 평화대회에 모인 5천여 명은 전국적 사드 반대 투쟁 시작을 알렸다.

▲2017년 3월 18일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에서 열린 1차 평화행동. [사진=이상원 기자]

평화대회에 모인 이들은 초전면 농협에서 소성리 마을회관까지 걸으며 “사드 철회”를 외쳤다. 이후 소성리 곳곳에서 집회를 열고, 성주골프장 코앞까지 걸어가 등등한 기세를 보였다.

이날 이석주 소성리 이장은 “국방부가 하는 작태가 일제시대 친일매국노들이 쇠말뚝을 박아 우리나라 맥을 끊은 것과 같다. 사드를 여기에 배치하면 대한민국에 재앙이 온다. 산맥을 끊었기 때문”이라며 “우리 동네 주민들이 앞장서서 동네를 지키겠다. 전국의 애국 시민 여러분에게 호소한다. 그때 함께해서 대한민국 이 땅 어디에도 사드가 배치되지 않도록 도와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사드 배치 강행.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하루하루 쌓이는 투쟁만큼 주민들은 의지를 다진다. 소성리 마을회관 게양대에는 이제 새마을기 대신 평화나비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주민들은 믿는다.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라는 평화의 외침을 이어온 성주·김천의 ‘평화나비효과’ 덕에 결국 사드가 물러갈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