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의회, 상임위 예산심의에 의장 개입 논란…“의회 권한 무력화”

상임위서 삭감 논의한 하이코 증축 연구용역비, 5분 만에 편성돼 통과
정현주 의원, "의장 개입해 의회 무력화시키는 행위...사과해야"
박승직 의장 "개입 한 적 없어", 김동해 상임위원장, "행정부 요구에 다시 의논한 것"

17:50

경북 경주시가 준공 2년 만에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 증축 관련 예산을 편성해 문제 지적이 잇따른 가운데, 경주시의회 문화행정위원회가 ‘하이코 증축 용역 예산’을 통과시켰다. 문화행정위원회 내에서도 불필요한 예산이라는 지적이 많아 삭감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의결을 앞두고 박승직(자유한국당) 의장이 개입해 예산을 갑작스레 포함시켰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기자회견을 여는 정현주 경주시의원.

13일 오전 10시 30분 정현주 시의원(문화행정위, 더불어민주당)은 경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종일 심혈을 기울여 논의한 2017년 제1회 추경안이 의장 한마디로 번복되어 의결된 일이 발생했다”며 “경주시의회를 무력화시키는 박승직 의장 행태는 명백한 월권이며 의원의 역할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지난 11일 경주시의회 문화행정위원회는 2017년도 추가경정 예산안 심사를 진행했다. 이 가운데 경주시 관광컨벤션과가 편성한 ‘하이코 증축’ 연구용역비 3억 원을 두고 공방이 오갔다. 경주시는 현재 시설 규모가 작아 증축이 요구되고, 신임 사장이 유능해 잘 해 나갈 것이니 믿어보자고 했지만, 하이코는 준공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았다. 게다가 현재 부실공사로 감사까지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문화행정위원들도 삭감으로 가닥을 잡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올릴 심사 조서를 작성했다. 김동해 문화행정위원장(자유한국당)이 의장에게 승인받으러 갔으나, 박승직 의장은 자리에 없었다. 그리고 정현주 시의원이 5분 정도 자리를 비운 사이, 하이코 증축 연구용역비 3억 원이 포함된 추경 예산안이 문화행정위를 통과했다.

▲위는 당초 경주시의회 문화행정위가 논의한 추경 예산안 심사 조서다. 그러나 정현주 시의원이 자리를 비운 5분 사이 삭감키로 의견을 모았던 하이코 증축 용역 예산이 포함된 채 통과됐다.

정현주 시의원은 “동료 의원들한테 물어보니 ‘의장 요구가 있었다’, ‘신경쓰기 싫어 그냥 뒀다’고 하더라”며 “하이코 증축 계획 용역비는 의회에 상의도 없었고, 지방재정 투용자심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2년~3년 된 집을 증축한다는 건 문제가 있다는 소리다. 그런데 의회가 의장 한 마디에 바뀌었다. 이는 경주뿐만 아니라 지역 기초의회들이 바꿔가야 할 문화”라고 말했다.

이어 정현주 의원은 “의장은 당일 현장에 없었고, 재검토 의견을 제시할 뿐 의장 직권을 명령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하였는데, 그렇다면 의장, 부의장, 문화행정위원장 간의 명백한 해명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각종 위원회 회의는 형식적인 구색맞추기일 뿐이며, 식물의회로 전락한다”고 지적했다.

김동해 문화행정위원장을 포함한 시의원들도 하이코 증축 연구 용역 예산 삭감 논의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박승직 의장 개입설은 부인했다.

박승직 의장은 “어제는 몸도 안 좋아서 나가지 않았다. 원래 상임위에서 논의 후 의장과 협의해왔다. 특별히 예산을 넣으라는 지시는 하지 않았다. 정현주 의원의 지적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동해 문화행정위원장은 “어제 상임위원들과 논의하고서 잠시 정회를 했다. 통상적으로 긴급사항이 있을 때 (의장과) 의논도 하고, 집행부에서 부탁도 한다. 집행부에서 사안이 심각하다며 부탁도 하고, 의장님은 안 계셔서 다시 논의해 편성하기로 했다. 마침 그때 정현주 의원이 자리에 없었다”며 “의장님과 관계는 없다. 자신이 자리에 없었던 건데, 이를 문제 삼아 기자회견까지 연 것은 정현주 의원이 실수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현주 의원은 “의장이 자리에 없고, 부의장이 나가더니 위원장(김동해)과 이야기를 나누길래 잠시 차에 짐을 챙겨 놓고 왔다. 5분 걸렸다. 돌아오니 포함한 안이 의결됐다고 하더라. 종일 논의해 삭감으로 의견을 모았는데, 왜 뒤집혔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문화행정위를 통과한 예산은 13일 예결산특위를 통과했다. 논란이 된 하이코 증축 연구용역 예산은 17일 열리는 경주시의회 임시회에서 다룰 예정이다.

하이코는 지난 2015년 3월, 1,200억 원을 들여 문을 열었다. 올해도 운영 예산 51억5천여만 원 가운데 경주시가 출연금과 보조금으로 26억9천만 원을 편성했다. 하이코는 전시시설이 부족해 행사를 유치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200억 원을 투입해 증축할 계획도 세운 상태다. 그러나 특별한 근거자료는 제시하지 않았다.

경주시의원은 모두 21명이며, 19명이 자유한국당 소속이다. 무소속 손경익 의원은 올해 2월 새누리당을 탈당했고, 더불어민주당 소속은 정현주 의원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