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성리 주민·원불교, “경찰 검문으로 통행·종교 자유 침해”

주민, “내 땅 가는데 왜 출입증이 필요합니까”

19:22

“진밭교 바로 위에 우리 감나무밭이 있습니다. 거기에 남편 무덤도 있습니다. 내가 매일 가던 곳을 3월부터 경찰이 막고 신분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농민이 언제 신분증 들고 밭에 가는 것 봤습니까. 어제는 남편 생일이라 무덤에 가보려고 했는데도 길을 막았습니다. 계곡을 건너 빙 둘러서 갔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경찰이 따라옵니다. 내가 죄인이 된 것 같습니다”(임순분 소성리 부녀회장)

14일 오후 3시,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진밭교 삼거리에서 “경찰폭력과 인권침해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진밭교 삼거리는 지난달부터 경찰이 구 롯데골프장 방면 출입을 통제 중이다. 같은 달 11일부터 원불교도들도 진밭교 앞에서 철야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 사드반대김천시민대책위, 원불교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 사드반대 경찰폭력인권침해감시단은 경찰 통제로 주민과 원불교도의 인권침해가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진밭교는 농사짓는 주민들의 일상적 통행로이자 정산종사 구도길로, 원불교 성직자들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성지”라며 “경찰은 이곳에서 주민과 성직자들의 통행을 방해하고 무차별적 검문과 집회시위를 방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 책임자는 사과와 재발 방지는커녕 오히려 일상적으로 주민과 성직자들을 감시하고 검문검색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석주 소성리 이장은 “주민생활과 기본권에 침해를 받고 있다. 진밭교는 우리 삶의 터전인 논밭이 있고 조상의 묘지도 있다. 그곳 출입을 통제하는데 평화로운 소성리에 왜 이런 일이 일어나나”라며 “어젯밤에는 형사가 불쑥 마을회관에 들어와서 인원을 확인하고 갔다. 경찰의 불법을 규탄한다”라고 말했다.

박형선 원불교 교무는 “이곳은 정산종사 구도길로 종교의 성지다. 성지에 마음대로 드나들지 못하고 있어 보행권 침해는 물론 종교행위의 자유에 침해를 받고 있다”라며 “국방부는 기도 중에도 사진을 찍고 가며 사찰하고 있다. 불법행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현욱 교무는 “사태의 원인이 국방부에게 있는데 국방부 직원이 나와서 웃고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진밭교 끝나는 지점부터 국방부 소유의 땅이다. 작전로 확보 차원에서 군이 시설보호 요청했다”라며 “앞서 교회의 요청에 길을 열었는데 올라가서 신고 되지 않은 집회를 했다. 그 이후 2명 이상 올라갈 때는 경찰관직무집행법 6조를 근거로 제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