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원, 간병인 예산 배정하고도 간병도우미 파견 ‘3260일’

하루 종일 간병하고 5천 원에서 1만 원 받는 생활인 ‘간병도우미’
희망원 예산으로 간병인 고용은 93.5일, 간병도우미 파견은 326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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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7 18:30 | 최종 업데이트 2017-04-27 18:30

26일 오후 2시, 대구지방법원 제11형사부(판사 황영수)는 대구시립희망원 배 아무개 전 원장, 여 아무개 수녀, 임 아무개 국장 등 7인에 대한 3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 소송은 보조금 횡령 등 경제범죄 혐의에 관한 것이다.

이번 3차 공판은 희망원이 생활인을 다른 생활인의 '간병도우미'로 24시간 일하게 하면서도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점에 대해 배 전 원장과 임 국장의 '보조금 횡령' 혐의를 확인하고자 진행되었다.

이날 증인으로는 희망원 의무팀장인 고 아무개 씨가 출석했다. 고 씨는 1992년 희망원에 입사하여 지금까지 의무팀에서 일하고 있다.

고 씨에 따르면, 생활인이 2, 3차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경우에는 우선 연고자에게 연락하여 간병인을 지원할 수 있는지를 확인한다. 그다음으로는 개인 보관금으로 간병인 고용이 가능한지 확인한다. 두 가지 모두 해당하지 않는 생활인에게 간병도우미를 붙인다.

희망원에는 간병도우미 '인력 풀'이 있다. 여기에는 남, 여 총 20명 가량이 있다. 고 씨는 이 '인력 풀'이 "인지력이 좋고, 신체 활동에 크게 무리가 없는 분들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생활 교사들이 권했을 때 받아들이거나 자발적으로 하겠다고 오는 등 '자유 의사'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간병도우미는 대부분 정신질환을 가진 생활인들이었던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나타났다. 검사는 "2015년 9월, 대구가톨릭병원에 입원해 있던 생활인 A 씨에게 응급 상황이 발생했으나 간병도우미가 수면제 성분이 들어 있는 정신과 약을 먹고 잠들어 있어 의료진을 호출하지 못해 결국 사망한 사례가 있다"라며 "간병인을 두는 목적 중 가장 큰 것은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의료진을 호출하는 것인데, 간병도우미로 간 생활인들의 특성상 이것이 어려울 것이라는 점은 예상하지 못했나"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고 씨는 "간병도우미를 그런(응급 호출) 목적으로 보낸 것이 아니라, 식사나 신변처리 등 일상생활 보조를 위해 보냈던 것이었다"라고 답변했다. 변호인 측은 "A 씨에게 응급 상황이 발생한 새벽 3시경은 일반 간병인들도 깊이 잠들어 있는 시간이고, 3차 병원에 가 있다는 것은 몸이 많이 상해 있어 사망 확률이 이미 꽤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고, 고 씨는 "그렇게 볼 수 있다"고 답했다.

검사는 이어 간병도우미로 갔던 생활인의 정신질환이 악화되는 환경에 노출됨을 지적하기도 했다. 검사는 "정신질환을 가진 생활인들이 한 번에 한 달 치 약을 가지고 외부 병원에 나가서 스스로 약을 챙겨 먹어야 하지 않았나"라고 질문했고 고 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에 검사가 "정신과 약을 제대로 먹지 않으면 증상이 악화되고, 이것이 간병도우미 자신의 건강에도, 간병을 받는 생활인의 생명에도 위협이 될 것을 예상하지 못했나"라고 다시 질문하자 고 씨는 "그래서 병원 간호사들에게 신경 써달라고 부탁했다"라고 답변했다.

간병도우미는 2, 3교대 근무를 한 것이 아니라 24시간 근무를 했다. 하지만 급여는 하루에 1만 원이었고, 이마저도 2015년 이전에는 5천 원, 7천 원 수준이었다. 희망원은 "예산이 부족했기 때문에 간병도우미 고용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라고 항변하고 있다. 변호인 측은 "희망원에서 수년 전부터 외부 병원 입원환자의 간병인 고용을 위해 대구시에 예산 편성을 요구했으나 계속 반려되다가 2016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편성되었다는 점을 알고 있었나"라고 질문했고 고 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검사 측은 "대구시 담당 주무관은 인권위원회 조사 결과 등이 나오기 전까지는 간병도우미라는 제도가 있다는 것 자체를 몰랐다고 했다. 희망원 측에서 간병인 예산을 요구할 때 이런 사실을 알렸어야 했던 것 아닌가"라고 묻자 고 씨는 "그냥 간병인이 부족하다는 수치로 개괄적인 자료를 제출한 적이 있는데, 아마 희망원에서 예산 편성을 요청할 때도 그 자료를 이용했기 때문에 간병도우미의 존재를 대구시가 몰랐을 수도 있다"라고 답했다.

변호인 측은 배 전 원장과 임 국장이 간병도우미 파견에 대해 책임이 없다는 점을 입증하고자 했다. 고 씨는 "간병도우미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배 전 원장이나 임 국장에게 보고하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보고하거나 대안을 건의한 적이 있는가"라는 변호인 측의 질문에 "그런 적은 없고 전반적인 어려움만 알고 계셨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변호인 측은 "전문 간병인이 필요한 경우, 임 국장이나 배 전 원장 차원에서 반려되어 고용하지 못한 적이 있었나"라고 물었고 고 씨는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었다"라고 답했다. 또한, 변호인 측은 배 전 원장과 임 국장이 '간병도우미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듣고 전문 간병인이 필요한 경우 희망원 자체 예산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도 강조했고, 고 씨는 "자부담으로라도 전문 간병인을 고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개선이 이뤄지고 있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검찰 조사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희망원 예산으로 간병인을 지원한 것은 93.5일에 불과했다. 연고자가 간병한 것은 17일, 개인 보관금으로 간병인을 사용한 것이 906일, 간병도우미가 파견된 것은 3260일이었다. 검사 측은 "제도가 개선되었다고 답변했는데, 증인은 왜 2014년부터 16년까지 재차 '간병 능력이 없는 간병도우미가 많으므로 전문 간병인 고용을 위한 재원 확보가 시급하다'고 업무 보고를 했었나. 재원이 부족하거나 없기 때문 아니었나"라고 추궁했다. 고 씨는 이에 대해 한참 답변하지 못하다가 "그래도 아예 없었던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예산을 쓸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개선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작게 대답했다.

그러나 검사는 고 씨가 희망원에 간병인 고용을 위한 예산이 책정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를 검찰 조사 과정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2013, 14년에 1200만 원, 2015년에 1120만 원 간병인 예산이 책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증인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처음 듣지 않았나"라는 검사 측 질문에 고 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검사 측은 신문 끝에 "소수의 간병도우미가 수일에서 수 십 일까지 연속적으로 간병을 하면 상태가 악화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배 전 원장이나 임 국장이 별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예산이 책정되었다는 것 자체를 몰랐으니 어쩔 수 없이 계속 간병도우미를 파견했던 것 아닌가"라고 검사가 묻자 고 씨는 답변을 망설이다 "그런 점도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증인신문을 마친 후, 판사는 간병도우미를 파견할 때 환자의 상태나 주의해야 할 점 등을 교육하는지, 병원 측에서 간병도우미가 간병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항의가 들어왔을 때 즉각 교체하는지 등을 물었다. 고 씨는 "파견 할 때 간단하게 환자의 증상이나 입원 이유 등을 이야기한다. 병원에서 간병도우미에 대해 항의가 들어왔을 때 외부 입원자가 많지 않을 때는 바로 교체가 가능하지만, 외부 입원자가 많을 때는 교체하지 못하고 재교육을 한다"고 답변했다.

다음 공판은 5월 10일 오후 2시 50분에 진행될 예정이다. (기사제휴=비마이너 /최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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