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대책위, 시립희망원 ‘탈시설’ 합의…34일 천막농성 마쳐

이틀 간 마라톤 협의로 '탈시설', '자립 지원' 등 합의
대책위, 한 발 물러나 민간위탁 1회 수용...글라라의 집은 폐쇄

18:04

대구시가 인권유린과 비리 문제가 불거진 대구시립희망원에 대한 단계적 폐쇄와 탈시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희망원대책위는 34일째 이어오던 대구시청 앞 천막농성을 마무리했다.

2일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 척결 대책위(희망원대책위)’와 대구시는 대구시립희망원 단계적 폐쇄와 탈시설 관련 합의서를 작성했다.

희망원대책위와 대구시는 먼저 희망원 내 장애인 시설(글라라의 집)을 2018년까지 폐쇄하고, 탈시설과 자립 생활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희망원을 1회에 한 해 민간 위탁하고, 위탁 기간이 끝나는 3년 뒤 대구시가 운영하는 ‘대구복지재단’을 설립해 희망원을 운영할 계획이다. 그리고 장애인 시설 폐쇄 후 또 다른 수용 시설로 사용은 금지하며, 다른 시설은 순차적으로 규모 축소, 기능 전환 등을 통해 최종 폐쇄하기로 했다. 오는 7월까지 장애인복지과 내 탈시설자립지원팀을 신설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더불어 대구시는 16일까지 언론을 통해 희망원 관련 사항을 발표하기로 구두 합의도 했다. 희망원대책위는 앞으로 대구시의 희망원 생활인 자립 생활 지원과 탈시설 이행을 감시할 예정이다.

지난 1일 오후 2시 희망원대책위는 대구시 제안으로 희망원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에 나섰다. 대구시 정책기획관, 보건복지국, 장애인복지과 담당자 등과 함께 6시간가량 협의를 진행해 합의문을 도출했다.

이에 희망원대책위는 2일 권영진 대구시장 승인 후 오후 3시 천막농성 해단식을 예정했다. 하지만 권영진 시장 승인이 나지 않으면서 합의를 번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희망원대책위는 집단 민원을 넣는 등 대응에 나섰다.

결국, 희망원대책위 공동대표단과 정남수 대구시 보건복지국장이 참여해 합의를 마무리했고, 희망원대책위는 오후 5시 30분 대구시청 앞에서 천막 농성 해단식을 열었다.

희망원대책위는 대구시가 당장 희망원을 직접 운영하라는 입장에서 한발 물러났다. 1회에 한 해 민간 위탁하고, 위탁 기간이 끝나는 3년 뒤 대구시가 운영하는 ‘대구복지재단’을 설립해 희망원을 운영한다.

은재식 희망원대책위 공동대표는 “오늘 합의로 끝이 아니라 탈시설, 시설 폐쇄, 공적 운영 등 이제 시작이다. 오늘 합의한 부분을 끝까지 실현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가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시립희망원 인권 유린, 비리 사건과 관련해 업무과실상치사 및 감금 급식비 횡령 등으로 구속된 배 모(63) 전 대구시립희망원장 등 전⋅현직 임직원 18명과 달성군 공무원 2명 등 25명이 입건됐고, 이 중 7명이 구속기소, 16명이 불구속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