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보수 집결? 오전 투표소 현장 장년층 다수···“안보가 중요”

오후 1시 기준 선거일 투표율 30.35%···전국 투표율 28.93%보다 높아

13:33

“홍준표하고 안철수하고 갈렸잖아요? 누굴 찍어도 안 되요. 둘 중에 하나를 찍었어. 둘 다 안 되요. 문재인이 그렇게 많은데”

9일 오전 9시 7분, 대구 서구 원대동 주민센터 앞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85살 남성은 이렇게 말하곤 가던 길을 가버렸다. 목소리에서 굳건하게 지지할 버팀목을 잃어버린 공허함이 느껴졌다. 소신투표와 전략투표는 문재인-심상정 두 후보 사이에서만 적용되는 문제는 아닌 듯했다.

대구 서구는 지난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였다. 84.24%. 대구 8개 구·군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이었다. 서구에는 17개 행정동이 있고, 그중 원대동은 박 후보에게 두 번째로 높은 지지(86.77%)를 보냈다.

오전부터 원대동을 찾은 이유도 거기에 있다. 보수층 이탈이 실제로 의미 있는 수준으로 발생한다면 이곳에서부터 변화가 있을 거라 추정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오전 시간 동안에는 큰 변화가 감지되진 않았다. 오전 9시부터 9시 30분까지 약 30분 동안 투표장엔 60대 이상 장년층이 주로 모습을 보였다. 2, 30대는 드문드문 모습을 보일 뿐이었다.

▲9일 오전 대구 서구 원대동주민센터로 투표를 하기 위해 주민들이 오가고 있다.

40대 후반이라고 밝힌 정희달(가명) 씨는 “이쪽은 아직도 보수층이 두꺼운 것 같다”며 “박근혜 정부가 잘못이 많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는 변화가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보수층은 건재하다”고 주변 분위기를 전했다.

아버지와 함께 투표장을 찾은 이미화(38) 씨도 “어르신들을 보면 처음엔 좀 변하는 것 같았는데 결국엔 지지하던 정당으로 돌아가는 것 같더라”며 “세대별로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아버지 이(70) 씨는 “대구는 누구나 홍준표 찍어줄 것”이라며 “왜냐하면 문재인은 한쪽으로 너무 쏠려 있기 때문”이라고 홍 후보를 향한 높은 지지의 뜻을 보였다.

동년배들이 함께 투표장을 나서던 86세 남성은 “국방이 먼저 아녀? 국방이 위태로우면 장사고 뭐고 다 죽는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홍 후보에 대한 지지 뜻을 보였다. 반면 김민철(가명, 79) 씨는 유승민 후보에게 지지를 보냈다. 김 씨는 “경제가 제일 중요한 거 아니겠나. 똑똑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기준으로 소신 있는 사람을 골랐다”고 말했다.

오전 10시 장소를 옮겨 수성구 중동주민센터를 찾았다. 대구 수성구는 대구에서도 보수색이 옅은 지역으로 분류된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율(20.99%)도 대구 8개 구·군 중 가장 높았다. 반면 중동은 수성구 23개 투표동 중에서도 문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가장 낮았던(16.18%) 곳이다. 수성구에서도 가장 보수색이 짙은 곳이라고 볼 수 있다.

중동 역시 투표장을 찾는 장년층이 많이 보였다. 기자가 있는 곳으로 지나치는 절대다수가 장년층이었다. 80대 한 남성은 새로운 대통령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냐는 물음에 대뜸 “국회의원부터 없애야 한다”며 역정을 냈다.

이 남성은 “국회에서 자꾸 박근혜 대통령 못했다고 하지만, 어디 대통령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느냐”며 “국회의원들이 정신을 고쳐야 한다. 박정희처럼 국회를 해산해버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곤 발길을 돌려 가버렸다.

서진철(가명, 65) 씨는 “안보가 튼튼해야 먹고 산다”며 “우리 친구들 60대는 전부 그런 개념을 갖고 있다. 처음엔 유승민, 안철수로 갔다가 막판에 전부 홍준표로 돌아섰다”고 주장했다. 서 씨는 “사전투표가 낮았던 게 포기했기 때문이었는데, 지난번 대선에 박근혜가 그랬던 것처럼 막판에 오른다”고 덧붙였다.

70대 추 씨도 “우리는 안보가 중요하다”며 “여론조사 같은 건 우리는 잘 안 믿는다. 우리 같이 몸으로 때워서 먹고 사는 사람들은 누가 되든 상관 안 한다. 누가 되어도 되는 거고 복지는 다섯 명 다 한다고 하지 않느냐. 안보가 중요하다”고 홍 후보를 지지했다.

한편 대구는 1시 현재까지 사전투표를 포함해 53.1%로 전국 평균 투표율 55.5%보다 낮다. 하지만 사전투표를 제외한 9일 현장 투표만 보면 30.35%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전국 평균도 28.93%로 대구에 비해 1.5%p 가량 낮다. 사전투표 참여율은 낮았지만, 9일 현장 투표율이 높게 나타나는 것이어서, 자유한국당이 주장한 TK 보수 결집이 상당 부분 이뤄지고 있는게 아니냔 추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