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에서 문재인 1등 동네, 김천 율곡동 말고 5곳 더 있다

대구·경북 자유한국당계에 몰아주는 묻지마 투표 행태 퇴색

15:55

9일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진 대통령 선거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말 그대로 ‘블루문(Blue Moon, 민주당 상징색과 문 후보의 성을 합성해 문 대통령을 친근하게 부르는 말)’이 대한민국 땅을 푸르게 물들였지만, 대구와 경북까지 그 힘이 완전히 미치진 못했다. 주요 포털이 특별히 마련한 선거 특별 페이지에 준비된 한반도 지도 위에는 문 대통령의 지지 지역은 푸르게,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지지 지역은 붉게 물들였다.

그래도 미약한 수준이지만 TK에서도 푸른달이 뜬 지역이 몇 군데 있다. 앞서 다른 대선에선 볼 수 없었던 결과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선거에서도 TK는 당시 한나라당 후보에게 70% 이상 표를 몰아줬다.

▲포털 다음 대선 특별페이지 갈무리

가장 극적인 결과를 보여준 곳은 경북 김천 율곡동이다. 율곡동은 전체 유권자 1만 1,336명 중 9,461명(83.5%)이 투표에 나서 과반을 넘는 4,754명(50.2%)이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다. 2014년 공공기관 12곳이 이전하면서 만들어진 율곡동은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젊은층이 많이 거주한다. 최근 성주 소성리 골프장에 사드배치가 결정된 후에는 골프장에서 북쪽으로 약 8km 떨어진 이곳 젊은 주부를 중심으로 반발도 심하다. 젊은층의 표심과 사드에 대한 반발심이 율곡동을 TK에서 유일한 문 대통령 과반 지지 동네로 만든 것이다.

과반을 넘긴 건 아니지만, 문 대통령이 득표 1위를 한 곳도 몇 군데 있다. 경북 구미에서는 양포동, 진미동, 공단2동 등 세 곳에서 문 대통령이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세 동네는 금오공대(양포동)나 구미국가산업단지가 밀집한 곳으로 젊은층 인구가 많다. 2015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구미시 인구 전체 평균연령은 36세인데, 양포동 29.9세, 진미동 31.2세, 공단2동 31.6세로 구미 평균보다도 낮다.

경북 칠곡군 석적읍과 포항시 효곡동에서도 문 대통령이 득표 1위를 했다. 두 곳 역시 지역 전체 평균 연령보다 5~8세 정도 평균 연령이 낮다. 연령만으로 결과를 해석하는 건 무리가 있지만, 문 대통령이 득표 1위를 한 경북 지역 6곳 모두 젊은층이 많다는 건 공통적이다.

경북에선 적은 수라도 일부 동네에서 문 대통령이 득표 1위를 한 곳이 있지만 대구에선 단 한 곳에서도 문 대통령이 1위를 한 곳이 없다. 대구에서 문 대통령 득표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달성군 유가면으로 1만 2,648명이 투표해 3,807명(30.1%)이 문 대통령을 선택했다. 홍 후보 득표는 4,181명(33.1%)이다.

대신 대구는 홍 후보가 과반 이상 득표한 행정동(읍·면·동)이 139곳 중 67곳(48.2%)으로 경북이 332곳 중 264곳(79.5%)인 것에 비해 훨씬 적었다. 경북 군위군 산성면은 841명이 투표해 625명(74.3%)이 홍 후보를 지지해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대구는 홍 후보에게 가장 높은 지지를 보낸 곳도 65.2%(달성군 하빈면)에 그쳐 차이를 보였다.

이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15, 16대 대선과 비교해도 큰 차이다. 15대 대선에서 대구는 160개 행정동 모두, 경북은 369개 행정동 중 331개(89.7%)가 한나라당 후보에게 과반 이상 표를 몰아줬다. 16대 대선은 더 했다. 대구는 138개 모두, 경북은 337개 모두 한나라당 후보에게 과반 이상 표를 줬다.

경북은 일부 도시화 과정이 진행 중인 곳에선 젊은층이 유입돼 큰 변화를 보이곤 있지만, 여전히 대다수 지역은 자유한국당에 대한 높은 지지세를 보였다. 반면 대도시인 대구는 지난해 총선을 기점으로 서서히 변화의 기운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지난 대선과 비교해서 문 대통령의 대구 득표율이 큰 변화를 보인 건 아니지만(18대 대선 19.5%, 19대 대선 21.7%), 자유한국당을 선택하는 비율은 현저히(18대 80.1%, 19대 45.2%) 줄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된 1997년 15대 대선에서 대구는 당시 한나라당(옛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72.7% 지지를 보였고,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2002년 16대 대선에서도 77.8% 지지를 보였다.

▲15대 대선부터 19대 대선에서 자유한국당계 후보들이 대구에서 얻은 득표율.

이번 대선에선 문 후보에 대한 지지는 21.7%에 그쳤지만, 안철수(14.9%), 유승민(12.5%), 심상정 (4.7%) 후보에 대한 지지율을 합치면, 비자유한국당 후보에게 과반 이상(53.8%) 표를 줬다. 묻지마식 투표 행태가 상당히 옅어졌다.

장지혁 대구참여연대 정책팀장은 “이번 대선에서 대구 지역 보수 후보에 대한 압도적 지지가 붕괴했다”며 “보수진영에 백만 표를 몰아주던 현상은 사라졌다. 하늘이 두 쪽 나도 보수진영을 찍는 유권자 비율이 10% 이상 사라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 팀장은 또 “민주당계 지지율도 최근 20년 동안 최대치”라며 “국민의당을 민주당계 정당으로 분류한다면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계가 얻는 표는 57만 표로 최근 10년 동안 전국단위 선거에서 대구에서 거둔 최대 성과”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