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반대’ 성주주민들, “홍준표 지지 절반이지만, 바뀌고 있다…끝까지 싸운다”

"사면초가, 진퇴양난 속에 싸워 왔구나"
11일 군 유류차 반입 소식에 긴장감

21:24

경북 성주군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득표율이 과반을 넘게 나오자 실망감에 휩싸였던 경북 성주군 주민들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는 마음을 다잡았다. 사드 배치 재검토를 공약했던 후보가 19대 대통령에 취임하던 10일에도 성주 소성리는 주민과 경찰 간 갈등이 계속됐다.

10일 오후 2시,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처음 열리는 소성리 수요집회에는 주민과 연대자 등 100여 명이 모였다. 이날 문 대통령은 “사드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및 중국과 진지하게 협상하겠다”고 취임사에 밝혔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이낙연 총리 후보자,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임종석 비서실장, 주영훈 경호실장 등을 인선했다.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 남북정상회담을 이끈 인물로 앞으로 북핵 문제를 남북 대화로 풀어갈 가능성도 내비쳤다.

▲10일 오후 2시, 소성리 수요집회

김충환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장은 “그래도 사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대통령이 나왔는데 우리 성주군민은 어제저녁 기뻐하질 못했다. 홍준표 찍은 사람이 많았다”며 “SNS에 성주 욕도 많았다. 이 전쟁터에 한 번이라도 와 봤다면 그런 말 못 한다. 화가 많이 났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열린 19대 대선에서 성주군의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지지율은 56.2%로 경북 평균(48.6%)보다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86% 지지율을 보인 것 보다는 30% 떨어졌다.

이날 오전 경찰과 대치 소식을 듣고 소성리로 올라온 배미영 씨는 “성주 인구가 4만5천 명인데 사실 촛불에 나오는 인원은 얼마 안 된다. 그래서 불안하기도 했고, 예상도 했다. 최대한 적게 나오라고 빌었다”며 “투표 결과를 보니 사면초가, 진퇴양난 속에서 우리는 싸워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배 씨는 “우리 촛불에 나오는 인원이 제일 많았을 때 3천 명 정도였는데, 이번에 문재인, 심상정 찍은 표를 보니까 7천 명이더라. 촛불에 나오지 않더라도 우리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있었던 거 같다”며 “그래서 이번 결과에 쫄지 말고, 어깨 펴고 열심히 촛불 집회하기로 했다. 사드 철거될 때까지 끝까지 하겠다”고 말했다.

▲김충환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장

김충환 위원장도 “302일 전 우리가 박근혜가 탄핵될 줄, 구속될 줄 알았나. 대통령 선거를 5월에 할 줄 누가 알았나”며 “우리는 사드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꺾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주투쟁위 등 4개 단체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사드 배치 철회를 위한 새 대통령의 우선적 과제는 관련 부처로 하여금 사드 배치에 관한 일체의 행위를 즉각 중단하도록 하고, 이에 앞장섰던 관련자들을 업무에서 배제하며, 소성리에서 경찰력을 철수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도 소성리 마을회관 앞 사드 부지로 올라가는 길목에서는 경찰과 주민 간에 크고 작은 갈등이 계속됐다. 또, 소성리 종합상황실에 따르면 11일 오전 군이 유류 차를 반입하겠다고 통보해 이를 저지하려는 주민들과 마찰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