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NL과 PD가 청와대에? 그게 어때서? / 이명재

20:46

문재인 새 정부가 들어섰다. 서민 행보로 국민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권위의식과 격식을 내려놓고 국민들에게 눈높이를 맞추려는 시도 같다. 우선 보기 좋다.

대통령이 출근하면서 시민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휴대폰 기념사진을 찍는다. 비서관들과 식사를 하면서 격의 없는 토론을 한다. 가방도 옷도 스스로 들고 입는다.

지난 정권 때는 상상도 못 할 일들이다. 대통령들 뒤 우산 든 비서를 늘 보아왔다. 문 대통령의 행보가 신선한 이유이다. 여기에 청와대 비서실 인사를 젊게 조직했다. 비서실장을 비롯해 정무수석 등 50대 초중반이 주축이다.

▲조국(왼쪽) 민정수석(사진=조국 페이스북)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사진=더불어민주당)

어제(5월 11일) 비서실장으로 발탁된 임종석이 제1야당이 된 자유한국당을 방문한 것 같다. 정우택 원내대표 등 몇 사람이 임 비서실장을 맞았다. 왕래는 소통의 물꼬 트기다.

음식점에서 지인 몇 사람과 저녁식사를 하고 있을 때, 그 뉴스가 흘러나왔다. 정우택 대표가 의자에 앉아서 비서실장을 맞았다. 요즘 정 대표 말이 많고 길다. 존재감의 확인 방법일까. 그 말이 이채로웠다.

“청와대에 NL과 PD가 포진한 게 아니냐 하는 얘기들이 파다합니다. 우리 당뿐 아니라 국민들의 염려가 큽니다.”

여기서 NL은 임종석 비서실장을, 그리고 PD는 조국 민정수석을 두고 하는 말 같다. 대통령 비서실장을 맞는 제1야당 대표 언사로써는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다. 덕담만 할 수 없다고 했지만 그것이 아니더라도 말을 가려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치인들은.

주지하다시피 임종석은 대표적인 NL파 학생 운동가였다. 386세대로서 제3기 전대협 의장을 지낸 인물이다. NL은 National Liberty의 약자로 민족 해방을 뜻한다. 반미(反美)와 통일을 추구하는 노선에 서 있었다.

PD는 People’s Democracy의 약자다. 민중 민주로 자본주의를 반대하면서 노동해방을 지향하였다. 조국은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건의 주모자 중 한 사람이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사노맹은 PD가 아니라 NDR(National Democracy Revolution)이다.

사람은 끊임없이 변화의 과정을 거친다. 변화가 양극단을 달리는 자들도 적지 않다. 젊었을 적엔 진보 진영에서 활동하던 사람이 나이 들어 극우적 행보를 밟는 사람도 있다. 지금 자유한국당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다. 이를 ‘훼절(毁節)’이라고 한다.

그런 얼치기 운동가들에 비하면 임종석과 조국은 양반에 속한다. 이들은 과거 젊은 시절의 그 이념에만 묶여 있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은 50대 초반으로 역량이 많이 성숙해 있을 것이다. 민의의 전당 국회에서(임종석), 국립서울대 교수로서(조국) 검증을 받았다고 봐도 좋다.

이들은 학창 시절, 개인의 입신양명(立身揚名)을 생각하기보다 조국과 민족 그리고 이웃을 걱정하는 넓은 마음을 갖고 있었다. 오늘의 그들에게는 이런 정신이 보다 성숙되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적폐 청산과 화합을 강조했다. 이런 기저하에 국정을 운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임종석, 조국보다 더 적임자가 있을 성싶지 않다. 지금까지 정치인들의 불의를 얼마나 많이 보아 온 우리인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가 사회성 부족이다. 이것을 지적하는 외국인이 많다. 따라서 인간관계의 진전이 더디고 토론 문화가 발전하지 못했다. 오죽했으면 일제가 분파주의를 우리의 민족성이라고 까지 폄하하며 압제에 이용했을까.

이것은 상대에 대한 배려의 결핍에 기인하는 것이다. 정우택 대표가 임종석 비서실장을 맞으면서 한 말도 여기에서 멀지 있지 않다. 본인은 NL, PD 운운을 혹 촌철살인으로 생각하고 통쾌하게 여길지 모르나 천만의 말씀이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화합과 협치를 많이 외치고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9년 동안 온갖 적폐를 자행한 자유한국당(새누리당의 후신)이다. 석고대죄해도 모자랄 판이다.

정치는 국민을 편하게 해 주어야 한다. 사생결단 식으로 여야가 대립하고 투쟁하는 모습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학생운동을 거쳐 진보 또는 개혁 정당에 들어가서 정치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선진 외국에도 이런 사례는 많다. NL 또는 NDR 운동을 거쳐 보다 성숙된 의식으로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국 정무수석을 뜨겁게 응원한다. 애국심은 극우 보수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