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 박근혜 재단 복귀 반대 교수 명예교수 탈락시켜

정지창 교수, “납득할 수 없는 이유”
영남대, “학교 명예 실추, 명예교수 자질 없다”

11:51
▲정지창 교수

지난 대선 기간 박근혜 후보가 영남학원 재단에서 완전히 물러나고 대학을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해온 정지창 영남대 교수(독어독문학)가 학교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명예교수 심의에서 배제됐다. 지난 3월 서울대가 김세균 교수(정치학)의 희망버스 참여를 두고 학교 명예를 훼손했다며 명예교수직을 배제한 것에 이어 또다시 소신 있는 지식인을 석연치 않은 이유로 명예교수 심사에서 탈락시키는 사건이 발생한 것.

지난 2월 정년퇴임식을 갖고 29년 교수 생활을 마친 정지창 교수는 그동안 영남대학교 독어독문학과장, 교무처장, 교학부총장 등을 역임하며 학교 발전에 힘써왔을 뿐 아니라, ‘실천문학’ 편집위원, 문예미학회장, 대구경북민족문학회 공동대표,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 예술마당 솔 대표, 민예총 대구지회장, 민예총 이사장 등의 지역 문화 발전에도 많은 기여를 한 원로교수다.

뿐만 아니라 정지창 교수는 2009년 영남대가 임시이사체제에서 정이사체제로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구재단 복귀를 반대하는 영남대 원로교수회’를 꾸리고 박근혜 대통령의 재단 복귀를 반대했고, 지난 대선 기간에도 ‘영남대재단정상화를위한범시민대책위’의 공동대표를 맡고 영남대가 민주적으로 정상화되기 위해서 박근혜 대통령이 영남대 운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해와 지역에서 양심 있는 지식인으로 존경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980년부터 1988년까지 영남학원에서 이사장 및 이사로 재직했고, 2009년 재단이 임시이사체제에서 정이사체제로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4명의 이사를 추천했다. 박 당선인은 대선 TV 토론회에서 “영남대, 동창회 등에서 다시 지난번 이사한 사람이 좀 추천해달라고 해서 저는 안하겠다고 했는데 계속 해달라고 해서 변협(대한변호사협회), 의협(대한의사협회) 등에 추천받아서 추천한 것”이라고 밝혀 영남학원 재단 정상화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음을 시인했다.

정지창 교수는 “지난 4월 초순쯤, 학교에서 명예교수 심사를 한 결과를 전해 들었는데, 내가 학교서 추진 중인 새마을교육에 대해 비판적으로 이야기한 것과 박근혜씨가 영남대에 관여하는 것은 법적, 도덕적으로 정당성이 없다고 이야기한 것이 학교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였다고 탈락됐다고 하더라”며 “명예교수직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이유로 탈락시킨 건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공식적으로 박근혜씨 본인도 부인하고 있는데 실제 대학이 그런 걸 이유로 탈락시켰다는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누구나 다 자기 정치적 소신을 이야기할 수 있는 권리는 보장되어 있는 것 아닌가. 더군다나 대학에서 그것을 명분으로 삼았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영남대, “근거 없는 내용으로 학교 명예 훼손…명예교수 자질 없다”

이에 대해 영남대는 근거 없는 내용으로 학교 명예를 훼손한 교수에게 ‘명예’를 주긴 힘들다는 입장이다.

손광락 영남대 교무처장은 “정지창 교수는 지난해 9월 기자회견에서 사실이 아닌 근거없는 내용으로 학교 명예를 훼손했다”며 ▲영남대를 박근혜 당시 후보에게 강제 헌납했다고 주장 ▲영남대가 독재자 박정희를 일방적으로 미화하고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 ▲영남대가 추진 중인 새마을교육에 대해 독재자 리더십 교육이라고 주장한 것 등의 정 교수 언행을 문제 삼았다.

손광락 교무처장은 “일방적으로 폄하하는 분에게 징계는 곤란할지 몰라도 명예를 주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설립자가 박정희 대통령인데 시민단체에서 영남대를 폄훼해서 학교에서 성명서까지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데 학교 교수가 사실이 아닌 내용을 비딱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학교 명예교수로서 자질이 없다”고 말했다.

또, 손 교무처장은 “명예교수추대 실무지침에 ‘명예교수로 추대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총장이 특별히 인정하는 자’라는 조항이 있는데 이 조항에 근거해 총장에게 명예교수로 추대하는게 적절하지 않다고 건의했다”고 말해 정 교수 명예교수 배제를 노석균 영남대총장도 동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손 교무처장은 대학은 민주적 토론의 장이 아니냐는 물음에 “그러니 보통 같으면 징계사유지만 명예를 드리지 않는 것으로 결정한 것”이라며 “징계하는 것과 명예를 부여하지 않는 것은 차이가 있다. 그 차이를 이해해달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