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이공대 박근혜 비판 교수 파면 추진…친박 체제 굳히기

임정철 교수, “학교 비판 괘씸죄 적용”…영남이공대, “근무태도가 문제”

08:50

지난 대선기간 정수장학회에 이어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제2의 장물유산”으로 논란을 일으킨 학교법인 영남학원이 학내 비판적 교수에 대한 석연치 않은 처우를 계속해 논란이 되고 있다. 대선기간 박근혜 후보와 법인의 관계가 청산되지 않으면 학내 민주주의가 요원해질 것이라는 학교 구성원 및 시민사회단체의 주장이 그대로 실현되고 있는 양상이다.

영남학원 소속 영남대가 대선기간 박근혜 후보와 영남학원의 관계 청산, 학교의 새마을운동학 추진 등을 비판한 정지창 교수에 대해 학교 명예를 실추했다며 명예교수직을 배제한 데 이어, 재단 소속 영남이공대는 대선기간 박근혜 후보와 영남학원의 관계 청산 및 학교 정상화를 요구해온 임정철 교수에 대해 최고 징계인 파면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남학원 이사회, 임정철 교수 파면 만장일치 의결
임정철 교수, “학교, 총장에 비판적 교수 괘씸죄 묻는 것”

▲ 영남학원 이사회 회의록. 징계의결 요구 내역에는 징계 대상자의 성명, 소속에 대한 기록 없이 징계의결 요구 내역만 기재되어 있다.

지난 4월 24일 열린 영남학원 이사회는 영남이공대학의 모 교수에 대한 파면 징계를 참석 이사 전원 찬성으로 의결했다. 이날 이사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이사회 의장은 파면 징계를 의결한 후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징계 대상자의 성명, 소속, 생년월일을 비공개한다”고 밝혀 징계 대상자가 임 교수인지 특정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서상준 영남이공대 홍보팀장은 “학교에서 징계 건을 발의해 법인 이사회에 요청했고, 현재 징계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라며 “학교 구성원 중 80% 이상은 임 교수 파면에 동의할 것”이라고 말해 임 교수에 대한 징계를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임정철 교수는 “다른 징계는 징계위가 먼저 열리고 이사회가 승인하도록 되어 있지만, 파면, 해임은 이사회 승인 이후 징계위가 열려서 결정한다”며 “그동안 학교 정상화를 요구하고, 총장에 비판적이었던 교수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다가 괘씸죄로 파면하려 하는 것”이라고 학교의 징계 추진을 비판했다.

대선기간 박근혜, 영남학원 관계 청산 요구, 학교 부정 고발
“학교에 환멸 느끼는 교수들 많아”

▲ 지난 10월 30일 유은혜 민주통합당 의원의 주관하고 국회 교과위 야당 의원들이 공동 주최한 <장물유산 영남대, 그 문제적 현실에 주목하다> 토론회가 열렸다.

임 교수는 대선기간 유은혜 민주통합당 의원 주최로 열린 ‘장물유산 영남대, 그 문제적 현실에 주목하다’는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구재단 복귀 이후 영남이공대의 현황에 대해 “재단복귀 이후 처음으로 나타난 현상이 총장의 재단을 향한 자발적 충성경쟁”이라고 꼬집는 등 박근혜 후보와 영남학원의 관계 청산과 학교 정상화를 주장하며 다방면으로 활동했다.

또, 임 교수는 지난 1월 영남이공대가 옛 교과부(교육부)가 주관한 교육역량강화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졸업생들을 취업한 것처럼 속여 국고지원금 73억원을 부정 수령했다며 이호성 총장을 고발하기도 했다.

임 교수는 “학교가 남을 속이는 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서 고심 끝에 고발했었는데, 괘씸죄가 적용된 것 같다”며 “학내 교수들 중 이런 일 때문에 자괴감을 느낀다고 말하는 동료가 많다. 환멸을 느낀다고 말하는 교수들도 있다”고 학내 분위기를 설명했다.

학교, “학내 규정 한번도 지키지 않아…3년간 강의 안해”
임정철, “학교에서 의도적으로 강의 배정 안해”

이에, 학교는 임 교수의 대외 활동이 아니라 평소의 근무태도에 문제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서상준 홍보팀장은 “임정철 교수는 그동안 학내 규정을 한번도 지키지 않았다. 지난 3년 동안 강의를 한번도 하지 않으면서 1억 가까운 연봉을 받아갔다”며 “이번 징계는 학교와 학생을 위한 결정”이라고 임 교수 징계 사유가 대외 활동 때문이 아닌 근무태도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실제, 이사회 회의록에서 언급된 징계사유도 영남이공대 교원 복무규정 제4조 품위유지의 의무, 제5조 성실의 의무, 제7조 직장 이탈금지 위반과 사립학교법 제61조 1항의 ▲교원의 본문에 배치된 행위 ▲직무상의 의무 위반하거나 직무 태만 ▲교원으로서의 품위 손상 행위 등 교수의 직무나 품위에 대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임 교수는 “그동안 총장과 대척점에 서온 나에게 학교가 의도적으로 강의를 배정하지 않았다”며 “직장 이탈금지 위반 같은 경우는 지난번 국회 토론회 참석 건인 것 같은데, 강의를 주지 않으면서 대외 활동도 못하게 하고, 근무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건 말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2009년에 본래 있던 섬유신소재과를 폐과시키면서 과 소속 교수들을 대부분 내쫓으려고 했다. 정년퇴직하는 교수 몇을 제외하고 한 동료 교수는 면직 조치를 당했다가 교과부 소청 과정을 거쳐서 복직되기도 했다”며 “전공전환을 해서 강의를 맡으라기에 십수년 동안 강의한 수업(CAD)으로 기계공학과로 전공전환을 하려 했지만 전공자가 아니라고 안된다고 해서 석사학위까지 다시 받았는데, 전공전환을 해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의 주장에 대해 서상준 홍보팀장은 “전공전환에 대한 학교 절차가 있는데 임 교수는 그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며 “절차만 준수하면 충분히 전공전환을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영남학원, 친박근혜 체제 굳히기 들어가나
친박 성향 총장 기용…비판적 교수 징계

학교는 임 교수의 근무태도를 문제 삼고 있지만 그동안 임정철 교수가 대외적으로 이호성 총장의 친박근혜 성향을 지적하며 비판해왔고, 학내 부정까지 고발한 경력이 있어 임 교수의 주장처럼 괘씸죄를 적용한 것이라는 비판을 면하긴 힘들어 보인다.

더군다나 같은 재단의 영남대가 임 교수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과 영남학원의 관계 청산을 주장해온 정지창 교수의 명예교수 추대를 배제한 사실이 알려진 직후 임 교수의 파면까지 겹쳐져 박 대통령 정권 시작과 함께 재단을 친박근혜 체제로 굳히기 위한 수순을 진행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정지창 교수는 “학교 분위기가 학교 정책에 반대하면 이런저런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거나, 다른 이유를 들어서 할 말을 못하게 만드는 분위기가 있다”며 학내 분위기를 전했고, 임 교수 또한 “조교수는 재계약으로, 정교수는 승급 등 다른 방법으로 압박한다”고 학내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임 교수는 “전형적인 조폭의 수법”이라며 “비판적인 사람을 힘으로 윽박질러 굴복시키려는 것”이라고 강하게 학교 처사를 비판했다.

한편, 영남학원은 지난해 대선 직후인 12월 21일 박근혜 재단 복귀 당시 영남학원재단정상화추진위원장을 맡았던 노석균 교수를 영남대 총장으로 기용했고, 한 달 뒤 영남이공대의 교명을 ‘박정희대학교’로 변경하려 했던 이호성 총장을 재선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