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로 날아가는 파란나비…퀴어축제 가는 성주사람들

[기고] 성주사드배치철회촛불지킴이 동남청년단 백소현

14:55

[편집자 주=오는 6월 24일부터 제9회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열린다. 시간이 갈수록 ‘사랑’을 혐오하는 이들이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매년 퀴어문화축제를 헐뜯고, 혐오하는 이들도 있었다. <뉴스민>은 9회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치러지길 바라는 시민의 목소리를 전하고자 한다.] 

안녕하세요. 성주사드배치철회촛불 지킴이 동남청년단 백소현이라고 합니다. 감사의 마음과 힘내시라는 응원을 하고 싶어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지난 4월 26일은 제게 평생 잊을 수 없는 날이 됐습니다. 부패한 정권의 마지막 부역자들이 경찰 8,000명을 동원하여, 새벽에 주민들의 인권을 깡그리 무시한 채 불법적으로 사드를 소성리에 가지고 온 날입니다. 경찰에 가로막혀, 우리를 보고 웃고 지나가는 미군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야 했습니다.

밤을 꼬박 새우고 출근했지만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반차를 내고 그날 오후에 열린 소성리 집회에 참가했습니다. 300일 동안 촛불 든 건 뭐였나 싶고, 막막했고, 분노가 가득했는데, 소성리에 도착했을 때 전국에서 달려와 준 많은 사람을 봤습니다. 그들의 단체를 알리는 높이 휘날리는 깃발을 보는 순간, 분노의 감정은 사라지고 시작, 희망, 반드시 되가져가게 하겠다는 결의가 생겼습니다. 이런 게 연대의 힘이겠죠. 그중에 무지개 깃발이 있었지요. 기억합니다.

얼마 전 동성아트홀에서 영화를 한 편 봤어요. 런던프라이드. 1984년 영국에서 마가릿 대처 집권 당시에 탄광노조가 장기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그 당시 영국에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핍박도 심했다고 해요. 경찰의 탄압이 줄었다고 느낀 성소수자들은 탄광 노동자를 탄압하려고 경찰이 옮겨갔다는 걸 알았어요. 자기들이 받았던 차별과 폭력을 노동자들이 똑같이 당한다는 것을 알고 광부들을 위해 모금 운동을 벌였죠. 하지만 대부분의 탄광노동조합원은 게이, 레지비언의 후원이라는 이유로 거절합니다. 안타까운 일이었죠.

하지만 시골의 조그마한 탄광 노동자들은 이들의 진심을 받아주어 연대했고, 같이 노래하고, 춤추며, 친해지고 탄광 노조파업은 끝이 났어요. 1년 후 퀴어 축제 장면이 마지막에 나와요. 성소수자들이 내민 손을 잡아준 광부들이 그 퍼레이드에 연대해주기 위해 여러 대의 버스를 나눠타고 오는데 이장면을 보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연대의 위대함을 느꼈고, 성소수자를 위한 연대가 어떤 게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영화에서처럼 우리도 퀴어퍼레이드에 참여하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마침 저는 사드배치철회 투쟁을 하는 사람이고 그분들은 이미 소성리에서 무지개 깃발을 들어 올려 우리에게 손을 내밀고 계셨어요. 이제는 우리가 손을 내밀 차례입니다. 또 가까운 대구에서 얼마 뒤 퀴어축제가 9회째 열린다고 하네요.

성주에 오시면 동남청년단이라고 비교적 젊은 분들의 모임이 있어요. 사드 들어온 날 그 고통을 함께하며 더 친해진 사람들이에요. 그분들에게 이번 대구 퀴어축제 연대하러 가자고 제안했고, 그들도 평소 성소수자의 차별에 대해 각자 생각한 게 있었는지 흔쾌히 수락했어요. 퀴어축제 날 우리는 파란색 평화나비 깃발을 휘날릴 수 있게 되었어요.

▲동남청년단

동남청년단은 이야기합니다. 여태껏 새누리당 뽑았고, 세월호가 잠겨도, 밀양송전탑에 고압전류가 흘러도, 노동자가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투신해도 내 할 일만 했는데, 우리는 연대하러 간 적 없는데, 소성리에 오는 그 많은 깃발을 보면 미안하다고 말합니다. 사드가 들어오고 보니 그분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고 합니다.

우리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죠. 우리가 내민 손 잡아주실 거죠.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되고, 말 못 하는 동물이라고 해서 학대하면 안 됩니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뿐인데,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그들의 인권을 무시하고 차별해서는 안 됩니다.

촛불을 들어 부패한 권력을 끌어내린 나라입니다. 군인이 군대 밖에서 합의 하에 섹스했는데, 그 상대가 동성이라는 이유로 군사재판에 회부되었죠. 이런 사건도 있습니다. 군대 안에서 상명하복식 군 문화를 악용해 부하를 성폭행했고, 피해자는 자살한 사건이 벌어지자 상관은 솜방망이 처벌했다고 해요. 이상한 나라입니다. 이런 사건을 보면 그대들의 투쟁이 얼마나 힘들지 짐작이 됩니다. 갈 길이 먼 그대들을 위해 같이 연대하고 행동하겠습니다.

차별 없는 세상 만드는데 힘이 되겠습니다. 그 세상에서 떳떳하게 사랑하길 바랍니다. 이번 퀴어축제에는 기독교 사람들이 작년보다 덜 오기를. 많은 사람들의 응원 속에서 성대하게 무사히 치러지길 기도하겠습니다.

힘내세요

성주사드배치철회촛불지킴이 동남청년단 백소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