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시, 청소위탁업체 임금 착복 문제에도 ‘직접고용’ 요구 외면

노조, "위탁 운영이 근본 문제...업체 계약 해지하고 직접고용"
경산시, "임금 산정 문제 행정 지도하고 있다"

20:28

청소환경 위탁업체가 소속 노동자 임금을 착복한 사실이 밝혀져 노동자들이 경산시에 해당 업체 계약 해지와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경산시(시장 최영조)는 ‘직접고용’보다는 행정조치를 통한 지도만 강조했다.

임금 착복 문제가 불거진 업체는 진량읍·남산면 일대 생활폐기물·음식물쓰레기 수거를 위탁받은 웰빙환경이다. 16명이 일하는 이 업체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소속 노동자들에게 경산시의 1인당 표준인건비 산정 기준보다 적은 금액을 지급했다. 노동자들이 실제 받은 임금과 표준인건비 산정 기준을 비교하면 업체가 착복한 임금은 4년 동안 약 1억 원에 달한다.

▲2017년 경산시가 산정한 청소환경 표준인건비 산정표. 월평균 지급액이 3백6십만원 정도지만, 실제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은 이보다 적다.

올해 초부터 노조(공공운수노조 경산환경지회)가 임금 착복 문제를 제기하자, 경산시는 해당 업체 대표를 불러 “인건비를 이윤으로 남기지 말 것”을 주문했다. 업체도 임금 계산 문제를 인정하고 자체적으로 계산한 미지급 임금 지급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노조는 이 금액도 온전치 않으며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해당 업체는 경산시 위탁을 받은 14년 동안 문제를 일으켰고, 위탁하고 나면 관리·감독에 소홀한 민간위탁이 지속되면 문제는 재발한다는 이유다.

경산시는 청소환경 업무에 100여 명은 직접고용하고 있지만, 90여 명은 5개 구역으로 나눠 민간위탁하고 있다. 2004년부터 경산시와 위탁 계약을 이어온 웰빙환경이 일으킨 문제는 처음이 아니다. 용역비 과다산정, 인건비 횡령 등의 문제로 2013년 경산시 감사, 2015년 감사원 감사에서도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웰빙환경은 지난해 11월 다시 2018년까지 위탁 계약을 체결했다. 다른 4개 위탁업체도 여러 문제로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노조는 22일 오전 11시 경산시청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계약 해지와 경산시 직접 고용”을 요구하고 나섰다.

▲경산시청 앞에서 집회를 연 청소환경 노동자들.

현태용 공공운수노조 경산환경지회장은 “계속해서 문제가 벌어지는데도 경산시는 해당업체와 위탁을 지속하고 있다. 해당 업체에 대한 면허 반납, 계약 해지 등 여러 방법이 있음에도 경산시는 책임을 회피한다”며 “혈세낭비와 비리, 고용불안 문제의 근본은 민간위탁에 있다. 경산시가 직접고용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노동자들은 경산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들과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경산시도 해당 업체가 일으킨 문제는 수긍하며 지도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노조의 직접고용 요구에 대해서는 별다른 답을 내놓지 않았다.

▲경산시 자원순환과 관계자와 청소환경 노동자들이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노조는 “착복한 임금을 지급하고, 또 문제가 생기면 해당 업체와 계약을 해지해야 한다. 이후 경산시가 노동자를 직접고용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김동필 경산시 자원순환과 자원행정담당 계장은 “민간위탁 기업이 임금을 어떻게 지급하는지 세부적으로 살피기가 어렵다. 문제가 드러나 사업주를 불러 임금으로 이윤을 남기지 말라고 당부했다”며 “경미한 문제에 대해서는 지도를 통해 시정하고, 중대한 문제가 드러나면 법률 검토를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