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떼먹고 잠적 후 해외여행·맛집 블로그 운영한 사업주 ‘구속’

노동자 8명 체불 임금 1억5천여만 원
"죄의식과 체불임금 청산 의지 없어 구속수사"

15:14

임금 체불 신고를 당하자 고용노동청 수사를 피하며 잠적했던 경북 성주군 한 제조업체 사업주가 구속됐다. 해당 사업주는 도주 기간 중 맛집 블로그를 운영하고 해외여행까지 다녀오기도 하는 등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어 구속까지 이르게 됐다.

23일 대구서부고용노동지청은 “근로자 8명 임금, 퇴직금 1억5천여만 원을 체불한 플라스틱 원자재 제조업체 ‘ㄷ’사 사업주 장 모(47) 씨를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판사 장윤선)은 검찰(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이 신청한 사전 구속영장 청구를 받아들여 22일 구속했다.

경북 성주군 선남면에 있는 ‘ㄷ’사는 지난 2006년 설립된 플라스틱 원자재 제조업체다. 사업주 장 씨는 직원 8명이 지난 3월 직원들이 퇴직하는 과정에서 4개월치 임금과 퇴직금을 체불했다. 체불한 임금은 4천8백여만 원, 퇴직금은 9천8백여만 원이다.

또, 장 씨는 4개월 동안 임금을 주지 못하면서도 허위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해 납품대금 1억4천만 원을 빼돌리기도 했다.

더구나 피해 직원들의 신고로 지난 3월부터 고용노동청 수사가 시작된 것을 알고도 장 씨는 2달 동안 잠적해 출석하지 않으며 맛집 블로거 운영,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실이 확인됐다. 또, 이 기간 동아 30여 편의 글을 썼다. 장 씨가 운영하는 블로그에는 1천여 편 이상 맛집 기행 글이 올라와 있고, 이웃이 4천여 명이 넘는다.

장 씨는 출석 요구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꾸준히 게시물을 올렸다. 대구, 부산, 경주, 서울, 제주 등 지역을 가리지 않았다. 또, 4월에는 다이빙 동호회에서 필리핀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김영삼 서부지청 근로개선지도2과 근로감독관은 “원청에는 명의가 바뀌었다고 이야기해서 채권자에게 납품대금 1억4천만 원을 3개월 동안 양도했다”며 “이것이 경영 악화에 영향을 주지 않았나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부지청은 “장 씨는 2달 동안 잠적해 출석하지 않다가 근로감독관의 끈질긴 수사로 5월 말 출석했으나, 임금 체불에 대한 죄의식과 체불임금 청산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어 구속 수사에 이르게 됐다”며 “임금체불이 계속되고 있는 올해 1월에는 일본으로 가족 여행, 잠적 이후인 4월에는 필리핀 여행을 갔다 오는 등 임금 체불을 위한 노력은 전혀 하지 않고 본인의 여가 생활을 즐겼다”고 꼬집었다.

함병호 서부지청장은 “근로자의 고통을 외면한 채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체불 사업주에 대해서는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엄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