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통신수사로 박근혜 풍자그림 게시자 찾아 출석 요구

[인터뷰] 게시자 팔로 씨, “아무리 생각해도 헬조선 지옥불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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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2 16:52 | 최종 업데이트 2015-08-12 17:02

경찰이 통신수사 끝에 박근혜 대통령 풍자 그래피티 게시자를 찾아내 재물손괴 혐의로 출석을 요구했다.

지난 6월, ‘팔로’ 라는 가명을 쓰는 대구 시민 A씨(27)는 대구시 중구 삼덕동과 동성로 일대에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그래피티 6점을 게시한 바 있다.

▲2015년 6월 대구 시내 일대에 게시된 그래피티. 영국 밴드 섹스피스톨즈(Sex Pistols)의 앨범자켓에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했다.
▲2015년 6월 대구 시내 일대에 게시된 그래피티. 영국 밴드 섹스피스톨즈(Sex Pistols)의 앨범자켓에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했다.

경찰은 이를 ‘재물손괴’로 보고 CCTV 영상 분석 등을 통해 수사망을 좁혔다. 지난 6월에는 팔로 씨가 방문했던 시내의 한 술집을 찾아 조사했고, 조사 당시 확보한 주변인 전화번호 통화내역을 분석해 팔로 씨를 혐의자로 특정한 것이다.

조사에 앞서 경찰은 대구지방법원으로부터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요청 허가를 받았다. 통신사실확인자료는 발·착신 통신번호 등 상대방의 가입자번호와, 정보통신망에 접속된 정보통신기기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발신기지국의 위치추적자료 등을 포함한다.

경찰 측은 조사 이후 기소의견이나 ‘혐의없음’으로 검찰 송치할 계획이다.

<뉴스민>은 ‘팔로’ 씨와 전화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2015년 6월 대구 시내 일대에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그래피티가 게시된 장소. 다른 낙서는 그대로인데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그래피티만 제거됐다.
▲2015년 6월 대구 시내 일대에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그래피티가 게시된 장소. 다른 낙서는 그대로인데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그래피티만 제거됐다.

무슨 일을 벌인 것인가

삼덕동과 시내 공사장 펜스에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그래피티 여섯 점 정도를 붙였다. 이게 이 정도로 다뤄질 일인지 모르겠다. 그냥 A4사이즈 종이를 붙인 건데 재물손괴죄라니. 지금 가보면 그래피티를 긁어낸 자리에 스프레이 칠을 해 놔서 더 더럽다. 그게 오히려 더 재물손괴 아닌가. 대통령을 비하하려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영국 밴드 ‘섹스피스톨즈’(Sex Pistols)의 앨범 자켓인 ‘God save the queen’을 위트있게 패러디한 것뿐이다. 사건이 이 정도로 된 것이 재미있기도 하면서도 어이없다. 그저 A4 몇 장 재미있자고 붙여놓은 건데 하하.

통신수사도 했고 출석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 정도까지 하는 것에 숨통이 막히는 것 같다. 사람들도 그냥 지나치거나 재미있네 정도로 생각할 것을 통신수사까지 하고 내가 갔던 카페까지 찾아가서 조사하는 것도. 대통령한테 욕을 한 것도 아닌데, 나를 범죄자로 만들려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되고 나도 내가 잘못한 건가 깊게 생각해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좀 과하다. 이런 대응으로 표현 자체를 너무 통제하려는 것 같다. 조금 열린 생각으로 봐도 되는데, 표현의 자유가 너무 없는 것이다. ‘헬조선, 지옥불반도’라는 말이 딱 맞다.

주변에는 다른 낙서도 많고, 작품이 게시된 패널에는 다른 낙서나 광고물도 붙어 있다. 대통령이라서 문제인 것 같다

이전에도 다른 사람이 시내에 박정희 대통령을 풍자한 그래피티를 그렸다가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대통령이라도 충분히 풍자하는 것이 가능해야 한다. 위협한 것도 아니고 그저 조그만 목소리를 낸 건데, 아무런 의견도 낼 수 없다는 태도로 느껴져 답답하다. 아직 경찰에 출석할 계획은 없다. 어떻게 진행되는지 일단 지켜볼 것이고, 다른 작품 구상도 할 것이다. 뭐 만약에 처벌받는다면 위축되긴 하겠지만···아, 기사에는 깊게 반성하고 있다고 말해달라.

▲2015년 6월 대구 시내 일대에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그래피티가 게시된 장소. 그래피티 위에 락카가 덧칠돼 있다.
▲2015년 6월 대구 시내 일대에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그래피티가 게시된 장소. 그래피티 위에 락카가 덧칠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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