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이성에 굴복한 수성구의회, 알바 청소년 보호 조례 의결 보류

자유한국당 구의원 보류동의안 현장 발의···19명 중 11명 보류 찬성

15:34

수성구의회(의장 김숙자)도 비이성에 굴복했다. 수성구의회는 26일 아르바이트(알바) 청소년 보호 조례를 보류하기로 했다. 앞서 23일 대구기독교총연합회 등 극우단체는 해당 조례를 두고 ‘반기업적’이고, ‘사상 교육’을 하려는 조례라는 반대의견서를 제출했다. 조례 발의 구의원들에겐 ‘동성애 조장 조례 반대’라며 문자 폭탄을 보냈다. (관련기사=극우단체, ‘수성구 알바 청소년 보호 조례’ “동성애 부추긴다” 황당한 반대(‘17.6.25))

이날 오전부터 열린 수성구의회 216회 1차 정례회 2차 본회의에서는 ‘대구광역시 수성구 시간제 근로청소년 등 취업보호와 지원에 관한 조례안’에 대한 최종 의결이 진행됐다. 석철 수성구의원(무소속, 지산동)이 대표 발의하고, 자유한국당, 더불어민주당, 바른정당 등 정당 구분 없이 의원 10명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조례는 수성구 관내 알바 청소년들이 부당한 대우를 당할 때 이를 구청 차원에서 구제할 수 있는 기본적인 방안을 담고 있다. 하지만 23일부터 일부 극우단체가 해당 조례를 ‘청소년 노동 인권’ 조례로 규정하고 ‘동성애 조장’, ‘반기업 정서 조장’, ‘사상 교육하려는 조례’라고 반대하기 시작했다. 때문에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구의원 일부에서 조례 의결을 보류해야 한다는 기류가 감지됐다.

결국 자유한국당 소속 김삼조 수성구의원(만촌2·3동)은 “아무리 좋은 법도 우리 구민과 주민들의 동의가 없다면 절대적으로 조례 효력 발생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조례심사 보류동의안을 현장 발의했다. 김 의원은 조례가 예산 중복 낭비 우려가 있다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으로 조례의 어떤 조항이 문제라는 건지는 밝히지 않았다.

▲수성구의원들이 청소년 알바 조례 심의 보류 동의안에 대한 투표를 하고 있다.

대표 발의자인 석철 의원은 보류동의안 반대 토론에 나서 “우리 조례가 목적과 다르게 오해받고 있고 누명을 쓰고 있다”며 “어제 오후부터 엄청난 문자 폭탄이 이어졌다. 문자 내용을 보면 우리 조례를 노동인권 조례라고 보고 있다. 본 조례안에 노동 인권이라는 단어가 하나라도 있으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조례 심사 보류에 강경하게 반발했다.

석 의원은 “(반대하는 분들은) 조례 내용에도 없는 주장을 하면서 우리 구가 입에 담기도 힘든 교육을 할 거라고 추정한다”며 “우리가 만든 조례는 청소년기본법에 근거해 법적 근거를 가지고 정확하게 서술된 조례다. 반대 의견과 전혀 성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석 의원은 “조례 본문 한 번이라도 읽어보고 잘못됐다고 하면 그건 정말로 받아들이지만, 지금 이런 이유로 보류한다면 우리가 (반대 측 주장을) 인정하는 것밖에 안 된다”며 “열악한 알바 청소년에게 하루 빨리 도움을 주자는 조례가 보류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항변했다.

수성구의회는 한 차례 정회 후 보류동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했고, 보류 찬성 11명, 반대 8명으로 조례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보류된 조례안은 다음 회기에서 다시 다룰 수 있지만, 청소년노동인권조례를 한 차례 심사 보류한 적 있는 달서구의회가 지난 14일 최종 부결한 사례를 보면 전망이 밝진 않다.

수성구의회는 전체 의원 20명 중 보류동의안을 제출한 김삼조 의원을 포함해 자유한국당 의원이 10명이고, 바른정당 4명, 더불어민주당 3명, 무소속 2명, 정의당 1명이다. 이중 자유한국당 소속 김숙자 의원은 이날 출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