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달성교육지원청 수학공부 10분, ‘또 다른 일제고사’ 비판 나와

2008년부터 수학 실력 향상 목적으로 운영
1, 2학기 평가 통해 학생에 등급 부여하기도

14:56

대구 달성교육지원청(교육장 이맹환)에서 지난 2008년부터 관내 초·중학생의 수학 실력 향상을 위해 실시해온 ‘수학공부 10분’이 또 다른 ‘일제고사’라는 비판이 학교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달성교육지원청은 지난 28일 관내 초·중학교에 평가 문제지를 내려보내고 ‘수학공부 10분 전반기 평가’를 일괄 실시했다.

수학공부 10분은 달성지원청이 별도로 제작한 ‘수학공부 10분’ 문제집을 활용해 매일 10분씩 수리, 수학 문제를 풀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달성지원청은 관내 초·중학교에 해당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하고, 1, 2학기에 각 한 차례씩 평가를 진행했다. 평가 후에는 학생들에게 1급부터 3급까지 인증서도 수여하도록 준비했다.

달성지원청은 수학공부 10분이 기본 수학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준비된 교육프로그램으로 평가도 좋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장 일부에서는 또 다른 일제고사로 교육 현장을 파행으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내 한 중학교 교사는 “어제 수학 시험을 왜 쳐야 하는 것일까요? 이 시험에 대해 우리 학교 교사, 달성교육청 내 초, 중학교 교사들이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며 수학공부 10분 평가 시험 폐지를 요구하는 글을 동료 교사들에게 공유하기도 했다.

이 교사는 “이 시험은 2008년부터, 즉 올해 폐지된 일제고사가 시행되던 해부터 시작됐다”며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일제고사를 대비한 것”이라고 수학공부 10분 평가의 목적이 최근 폐지하기로 결정한 일제고사 대비라고 주장했다.

또, “등급은 함부로 줄 수 없다. 공신력 있는 기관이 문제의 수준, 질, 성적분포, 적정한 평가 방법을 엄격히 연구한 후에 해야 한다. 이 시험에 어떤 전문적 연구가 있길래 학생들의 등급을 정할 수 있다는 거냐”고 평가 결과에 따라 학생들에게 등급 인증서를 수여하는 것도 지적했다.

전교조 대구지부도 해당 평가가 일제고사와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하며 달성지원청을 방문해서 해당 평가 제도 폐지를 요청했다. 손호만 전교조 대구지부장은 “평가 자체가 학교 자율로 이뤄지지 않고 관내 모든 초중학교에 동시 평가한다. 일제고사를 정부가 폐지하기로 했는데 또 다른 일제고사를 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 지부장은 “수학공부를 재미있게 하기 위한 취지라면 굳이 평가를 통해 학생들의 등급을 분류하고 이를 강제로 보고토록 할 필요가 없다”며 “일제고사 시작 시점과 같이 시작했다는 점에서도 오해를 피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달성지원청은 문제제기가 있은 후 28일 평가 결과를 보고 받지 않고, 각 학교가 자체적으로 활용하도록 결정했다. 또 평가 지속 여부는 학교 현장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기로 했다.

달성지원청 관계자는 “학교 만족도 조사도 좋았고, 다른 지원청이나 다른 지역에서도 자료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을 만큼 좋은 제도로 평가받은 프로그램”이라며 “그런 식(일제고사)으로 이해되는 부분이 있어서 이번 시험은 결과 보고를 받지 않고 학교 자체적으로 학생 피드백 자료로 활용하도록 했다. 학교 의견을 받아서 2학기 추진에 대해서 협의를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