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준의 육아父담] 오늘 뭐 먹지?

놀이방이 좋은 식당이 아이들에겐 바로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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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30 14:46 | 최종 업데이트 2017-07-14 10:48

지상 최대의 난제 중 하나 ‘오늘 뭐 먹지?’ 지금도 직장인들은 점심메뉴 선택에, 주부들은 저녁 반찬 고민에 머리를 싸매고 있을 것이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인 요즘 세상. 그만큼 먹는다는 것은 큰 즐거움이기도 하지만 머리 아픈 골칫거리기도 하다. 그것도 스스로 챙겨 먹는 것을 넘어 챙겨줘야 하는 입장이 되면 그 막중한 책임감에 부담은 몇 배를 더한다. 특히, 애들 밥 먹이는 것이 그렇다. 이건 정말 해야 할,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바쁜 현대인이 거의 거르는 아침밥. 내가 띄엄띄엄 산다고 애들 밥까지 거를 수는 없는 법이다. 더욱이 세 살인 둘째는 어린이집에서 아침 간식으로 죽을 주지만, 일곱 살 첫째가 다니는 유치원은 그런 것이 없어 뭐라도 먹여야 한다. 정신없는 아침, 아내는 출근 준비에 정신이 없고 애들은 늦잠을 자고 있다. 부스스 일어난 나는 아침 준비를 한다. 어제 먹다 남은 국이 있다면 대충 한 숟가락 말아 먹이면 된다. 마땅한 것이 없을 땐 ‘핑거푸드’가 그만이다. 김밥(only 김+밥)을 싸주거나 김자반에 밥을 뭉쳐 주먹밥을 해주기도 한다. 김은 정말 위대한 식품이다. 가끔 유부초밥 같이 제품으로 나오는 것을 이용해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양 조절에 실패해 밥이 남거나 유부가 남는 일이 허다하다. 딴짓 할 때 한 입, TV 볼 때 한 입, 옷 입히면서 또 한 입, 정말 이만한 게 없다. 이것도 저것도 여의치 않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간장계란밥이라는 필살 레시피도 있다.

아침이 ‘핑거푸드’라면 저녁은 ‘일품요리’다. 밥과 반찬 하나, 이거면 족하다. 그래도 엄마가 일찍 오는 날은 반찬 몇 개가 놓인 그럴듯한 밥상이 나오지만 아빠는 크게 할 수 있는 요리가 별로 없다. 간은 기가 막히게 맞추는 ‘황금입’이지만 재주는 ‘똥손’에 가깝기 때문이다. 손으로 하는 건 뭐든지 잘 못하는 나는 요리할 때도 일절 칼을 쓰지 않는다. 야채도 김치도 가위로 툭툭 자르고 과일도 감자 깎는 칼로 깎는다. 칼질이 서투니 요리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이 든다. 애들은 빨리 먹여야 하는데 말이다. 결국 고기반찬이 최고다. 어떤 날은 돼지고기 사서 구워 먹이고, 가끔은 소고기를 사서 구워 먹인다. 또 어떤 날은 햄과 계란 반찬으로 해서 밥을 먹인다. 인스턴트 떡갈비나 베이컨 같은 단짠단짠 음식들은 밥 반찬으로 딱 좋다. 물론 최후의 보루 우동과 짜장라면도 빼놓을 수 없다. 비록 한 것이라고는 굽는 것밖에 없지만 이렇게라도 밥 한 숟갈 먹이고 나면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우리 딸은 아빠 요리가 제일 맛있다며 식당 같은 걸 하자며 조른다. 딸아. 너희 입에 들어가는 음식은 팔기에 재료 단가가 너무 비싸단다. 그리고 사실 그 맛은 누구나 낼 수 있는 맛이야.

현실이 이렇다 보니 잦은 외식도 피할 수 없다. 식당 선정의 필수조건은 메뉴도 맛도 아닌 바로 놀이방이다. 얼마나 큰 놀이방이 있는가, 놀이방이 얼마나 테이블 가까이 있는가, 그리고 민폐 끼치기에 눈치가 보이지 않는지 등등 놀이방 중심 접근을 통해 최적의 외식장소를 선정한다. 어차피 무엇을 먹는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놀이방이 좋은 식당이 아이들에겐 바로 ‘맛집’이다. 불러내서 먹이고, 쫓아가서 먹이고, 밥 먹다 소화가 다 될 판이다. 차려주는 밥상을 먹을 뿐인데 더 지치는 이유는 뭘까? 이럴 거면 그냥 집에서 먹자 싶지만, 금세 잊고 또 놀이방 있는 식당을 찾게 된다.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려는 부모와 한 숟가락이라도 덜 먹으려는 아이, 매일 치르는 이 전쟁은 승자도 패자도 없이 끝날 줄을 모른다. “한번만. 한번만 더.” 달래고 으르며 사정하고 환호를 한다.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아이가 먹다 남긴 음식은 부모의 몫이다. 그래도 내 새끼 입에 밥 들어가는 것만큼 좋은 일은 없다는 것은 정말 빈말이 아니다. 쫄쫄 굶으면 어떻고 입에 안 맞으면 또 어떤가. 내 자식 양껏 먹으면 그걸로 대만족이다. 집집마다 밥상의 무게는 다를지 모르나 정성의 무게는 다 같을 것이다.

매일 오후 아내에게 전화를 건다. “오늘 저녁은 뭐 먹지?” 하고 말이다. 외식을 할지, 집에서 해 먹을지, 집에는 무슨 재료가 있는지 또 뭘 해 먹을지 얘기가 오간다. 어차피 답은 없다. 그냥 집에 일찍 오라는 이야기다. 무엇을 먹든, 사 먹든 같이 저녁을 맞이하자는 마음이다. 밥상에 같이 앉는다는 것, 그 자체가 영양만점 정성가득 밥상이다. 그러니 웬만하면 재깍재깍 집에 일찍 들어가자. 야근하지 말라며 패밀리데이 같은 이상한 것 만들지 말고 퇴근을 칼같이 시켜달란 말이다. 때마침 오늘은 아내의 회식이다. 그나저나 오늘 저녁은 뭘 먹을지 정말 큰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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