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 “대구은행, 피해자 인권 보호와 2차 피해 방지가 우선”

피해자 보호, 2차 피해 방지, 가해자 즉각 징계, 성희롱 실태 조사 요구
시민단체, 대구은행과 면담 진행...은행, 방안 마련해서 시민단체에 전달 예정

15:34

“우선 피해자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고 싶습니다. 폭력은 피해자의 탓이 아닙니다. 지금의 피해자들처럼 용기 있는 여성들에 의해 세상은 조금씩 나아졌습니다. 피해자가 겪은 폭력과 고통에 우리 모두 분노하고 슬퍼합시다. 폭력은 누구에게나 일어나서는 안 되는 악이지만, 누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현실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마음과 안녕입니다. 피해자가 맘을 추스르고 안정된 일상 되찾을 수 있도록 함께합시다.” – 강혜숙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표

최근 대구은행이 성추행 사건 관련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대구지역 여성단체와 시민사회단체는 제대로 된 피해자 인권 보호와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10일 오전 10시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등 대구지역 5개 시민사회단체는 대구시 북구 침산동 대구은행 제2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은행에 ▲피해자 인권 보호와 2차 피해 방지 ▲가해자 즉각 징계 ▲직장 내 성희롱 실태 조사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대구은행의 조치와 사과는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 왜 피해자가 아닌 고객에게 먼저 사과하는가. 피해 직원의 고통은 안중에 없고 은행의 안위만 걱정하는 것 아니냐”며 “성추행 사건 해결에 첫 번째 원칙은 피해 직원 인권 보호와 2차 피해 방지다. 이미 다양한 2차 피해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은주 대구여성회 대표는 “쏟아지는 제보와 이야기를 통해 대구은행이 얼마나 가부장적으로 운영되었는지 들을 수 있었다. 대구은행은 직원들 간의 윤리 문제라고 한다. 하지만 직장 내 성희롱은 범죄다”며 “피해자와 가해자의 진술이 엇갈린다고 한다. 성희롱 범죄는 가해자의 의도가 아니라 피해 경험자 진술이 중요하다.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고 싶은 건지 덮고 싶은 건지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권택흥 민주노총 대구본부장은 “금융권 구조조정 시기에 대구시민들이 지방 은행은 살리겠다고 나서서 다들 파산할 때 대구은행은 살아남았다. 대구은행 50주년 과연 누구 때문에 있을 수 있었는가”라며 “박인규 은행장은 외부 전문가 단체와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이 문제부터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구은행을 지역 은행으로 제대로 살리기 위한 투쟁에 나설 것을 밝힌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대구시당도 이날 논평을 내고 “대구은행 여직원 성추행 사건은 고용의 족쇄에 메인 비정규직 사원의 인권이 얼마나 열악한 현실에 놓여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라며 “회사 안위의 걱정에 앞서 피해직원의 인권보호가 더 중요함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는 기자회견 이후 대구은행과 면담을 진행했고, 대구은행도 시민단체 의견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시민단체) 요구안에 대한 방안을 다음 주 초까지 마련해서 여성회에 전달하기로 했다. 당초 이번 주에 (가해자) 징계위원회를 열 예정이었는데, 경찰, 고용노동부 조사가 진행 중이라 은행 자체 조사로만 결정 내리기 어렵다. 확정 되는대로 징계할 예정이다. 현재는 인사 대기 중이라 보직 해임된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대구은행 남성 간부 4명이 비정규직 여성 직원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했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7일 대구은행은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은행장 직속 인권센터 설치 등을 약속했다. (관련 기사=박인규 은행장, 대구은행 비정규직 여직원 ‘성추행’ 사과…구체적 내용 미흡대구은행 간부급 4명, 여직원 ‘성추행’…피해자는 모두 2년 미만 파견직)

한편, 대구여성회 고용평등상담실은 지난 7일부터 대구은행 전반에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제보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