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철회 성주 촛불 1년, 그리고 앞으로 나갈 길

[촛불 1년 수다회] "매너리즘 고민하고 대중 속으로 들어갈 때"

18:42

성주는 오는 13일이면 사드 배치 철회 촛불을 든 지 꼬박 1년이다. 1주년을 앞둔 5일(358일째) 저녁 주민 몇몇이 집회장 인근 식당에 모여 지난 1년을 되새겼다.

버섯 농사를 짓는 김경숙(45) 씨, 상추 농사를 짓는 김상화(38) 씨, 김충환(55)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 돼지농장 경영인 류동인(53) 씨, 참외 농사 짓는 여정희(43) 씨가 모였다. 성주 사드 배치를 처음 발표한 2016년 7월 13일, 누구도 1년이란 세월 동안 촛불을 들 줄은 몰랐다. 긴 시간이었을까. 사드 발표 당시 성주 주민들 일상은 망가졌다. 직장도, 학교도, 집안일도 제쳐두고 군청에 모이기 시작한 주민들은, 아이들 식사 준비를 마치고 헐레벌떡 식당으로 뛰어온 경숙 씨 말고는 이제 어느 정도 투쟁하는 일상에 적응하는 듯했다.

▲김충환 투쟁위원장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상화, 여정희, 김경숙, 류동인 씨

투쟁이 첫돌을 맞이하며 성주에서는 새로운 고민도 싹트기 시작했다. 정부가 사드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도모하면서, 사드 철회 투쟁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날 <뉴스민>이 마련한 성주 촛불 수다회에서는 성주 촛불이 나갈 길을 고민해봤다.

김경숙 씨는 새 정부가 들어서서 문제 해결에 나서려는 상황에서, 언론에서 흘러나오는 소식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 없다고 했다. 단기간이 아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상화 씨는 사드 사태로 성주 지역 조직이 아래에서부터 조금씩 뒤바뀌고 있다고 했다. 상화 씨도 언론에 휘둘리지 않고, 환경영향평가 등 앞으로 있을 행정 절차에 주민 개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충환 투쟁위원장은 한반도와 주변국의 정세 속에서 사드 철회를 위해서는 북핵 문제 해결과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사드 사태로 언론 적폐가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에, 신뢰성 떨어지는 정보에 휘둘리지 말고 주민 화합에 먼저 손 내밀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지방선거는 투쟁의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길이자 사드 철회의 한 방편이라고도 덧붙였다.

류동인 씨는 투쟁하는 사람이 즐거워야 하고, 나서지 못하는 주민들도 촛불 주민이 감싸야 한다고 했다. 성주 투쟁이 고립, 고착화 되지 않으려면 외부로 뻗어 나가는 다른 방식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혼자서 촛불집회에 찾아온 여정희 씨는 성주 촛불 1년 동안 겪은 일과 새로 얻은 관계를 회상하며, 끝이 보이지 않을 싸움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한미관계에서 미국이 가진 힘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성주 지역내 여론도 직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주 촛불이 흘러 온 길
좌충우돌하며 이어 온 주민들의 평화 촛불 

뉴스민: 지난 1년, 어땠습니까.

여정희: 촛불 들면서 1~2년 갈 거라 생각은 했는데, 50일쯤 되니까 너무 힘들었어요. 그런데 100일 넘어갈 때 즈음부터는 일상이 됐어요. 저녁이 없는 삶이 일상이긴 한데 피곤해요. 아이들이 얼떨결에 리틀평사단(율동팀)이 돼서 아침에 피곤해서 일어나질 못 해요. 아침마다 전쟁이죠. 지금은 좀 답답한 상황이죠. 사드가 당장 철거될 거 같지는 않으니까.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을 각오해야 할 시점인 것 같기도 해요. 일본처럼. 저도 살림하다가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며 바빠져서 잘 못 나오게 됐어요.

뉴스민: 김상화 씨는 사드 배치 결정 이후 부인과 자주 다투었다고 들었습니다.

▲김상화, 여정희 씨

김상화: 사드 없을 때는 일 때문에 싸우다가 지금은 사드 때문에 싸우다가…사드가 오래 갈 거니까 문제죠. 저는 이번 사태로 지역을 다시 보게 됐어요. 군수부터 군의원, 도의원이 여태까지 이런 식으로 성주군을 멋대로 했구나 싶어요. 1기 투쟁위에 위원으로 참여했었거든요. 사드 문제가 시작된 건 그들이 아닐까,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해요. 군이 제대로 바뀌어야 합니다.

김경숙: 저는 기복이 별로 없어요. 원래 생활이 밤마다 부부동반 술 마시러 가는 거였는데 이제 술집이 아니고 촛불에 나오는 거라서 이제는 적응이 돼서 촛불 끝나고 술도 먹어요. 초반 한 두 달은 술도 안 먹었어요. 전에 신랑은 뉴스도 안 보고 정치도 몰랐어요. 이제 술 먹다 보면 정치 이야기로 싸우기도 해요. 컵 초가 나온 것도 술자리에서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처음에 긴 초를 쓰다가 남고, 길바닥에 촛농 떨어지고 긁기도 힘들어서 좀 편한 방법을 술자리에서 찾다가 나왔어요.

류동인: 처음 페이스북 라이브 중계하면서 사람들이 나더러 기자냐 물었어요. 또 어떤 사람은 정보과 형사냐고 물었어요. 그냥 사드 이야기 처음 듣고는 조졌구나 했는데,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몰랐어요. 사드 철회가 목표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성주 투쟁을 통해서 다른 투쟁이 가능하다는 걸 확인하고 싶었어요. 지금 당장 즐기는 투쟁, 지금 당장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투쟁, 성주는 그 어떤 투쟁보다 현장에서 민주주의를 누린 투쟁이지요. 촛불 장소를 옮길 때가 가장 기억납니다. 문제를 두고 토론하고, 생각을 모아가는 것이 미숙했지만, 서로 소통하는 장이 펼쳐진 게 좋았습니다.

김경숙: 김충환 위원장은 사진으로 볼 땐 카리스마가 있었는데 처음에 실제로 보니 달랐어요.

김충환: (웃음) 7월 7일 아버지 목욕시켜드리고 나서 나오는데 더워서 삭발을 했어요. (여정희: 역시 선견지명이…) 그다음 날 바둑을 두고 있는데 사드 발표가 난 거야. 13일 성밖숲에 모인다길래 나와서 보니까 띠 하나 주길래 머리에 둘렀어요. 17일에 처음 발언했어요. 이재동(성주군농민회장)이 내 뒷조사를 했고. 판을 읽어보니까 투쟁위가 오래 못가겠더라고. 버틸 때까지 버티라고 했지.

류동인: 그러다가 촛불에서 추천돼서 위원장까지 맡았고.

김충환: 나는 고향으로 돌아와서 책이나 읽고 텃밭 가꾸면서 잘 놀고 있었는데 일상이 깨졌어요. 마당에 풀 자란 거 보니까 이제 사드 투쟁이나 하고 살라는 거구나. 이게 내 삶이구나. 그런 거죠.

뉴스민: 힘들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김경숙: 1년 지나고 보니 개인 성향이 많이 반영되는 거죠. 이제는 눈만 뜨면 비상소집 걸려있지는 않아서 일상으로 돌아간 느낌이 있어요. 그땐 일어나면 카톡 확인하는 게 일이었는데.

김충환: 스타일은 저마다 있는데 함께 하려는 마음이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성주 투쟁하면서 후회되는 건 없고, 기분 좋은 게 하나 있어요. 그것만 생각하면 웃음이 나와. 여러 사람들 만난 거. <파란나비효과>에 나오잖아요. 수미, 미영, 국민, 민주 이분들이 사드 아니면 어떻게 살았을 것이며 우리는 또 어떻게 만났을까. 다투는 일도 있지만 싸우면서 정들기도 하고. 어느 정도 다투는 건 있을 수밖에 없지요. 특히, 지금은 소강기이니,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시기지. 걱정 안 해도 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서.

김경숙: 생각이 달라서 힘든 문제도 있어요. 어떻게 싸우느냐.

류동인: 성주 투쟁의 방식이 있어요. 이전과 다른 방식이라서 좀 부딪히는 부분이 있지요.

김충환: 처음 해보는 방식이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이게 과연 옳은 길인가. 어느 구름에 비 들었는지 모른다고, 불안감이 있긴 하죠. 가장 최선의 길을 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는데, 성주 투쟁을 기록해서 투쟁의 전형을 만들어 놔야 합니다.

뉴스민: 성주 촛불의 평화란, 박근혜 퇴진 촛불에서 보여진 평화와 다른 것 같습니다. 어떻게 성주 촛불에 나갔고, 어떤 의미로 다가왔습니까?

김상화: 저는 동원돼서 갔어요.(웃음) 가천에서 한 차 맞추자고 해서… 초반에 성주 촛불이 타올랐던 이유로는 좁은 동네 관계망을 무시 못해요. 오다 보니까 사드가 문제라는 걸 알았죠. 나중에서는 조직에서 오지 말라고 해도 나왔어요. 촛불에 나오면서 군수를 비롯한 지역 사회 모습을 다 알아버렸거든요.

여정희: 혼자 간 저랑은 반대네요. 고향도 아니고 아는 사람도 아파트 아랫집 사람밖에 없었는데. 촛불에 나가보니 리본을 만들고 있어서 같이 했어요. 다음 날에 보니 그 자리에 없는 거예요. 어슬렁거리다가. 그때 카톡방(1318카톡방)을 보니 어디서 뭘 한다고 소식이 올라와서, 메뚜기처럼 옮겨 다녔죠. 그러다가 소식지(1318+) 편집팀에 들어가면서 저도 조직이 생겼어요.

김상화: 소식지를 만들면서 새로 생긴 효과가, 배송하는 분들이 나서면서 그게 또 지역 모임이 됐어요. 안 친하던 분들도 만나서 친해졌죠.

김경숙: 처음에 소식지 사비로 냈는데.

김상화: 6번 정도인가? 1기 투쟁위에서는 류동인 씨 글 때문에 안 된다고 했고.

김충환: 1기 투쟁위에서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기획한 안건을 계속 차단했지. 들고 올라가는 사람들이 힘든 거예요.

류동인: 군수가 초기에 <매일신문>과 인터뷰에서 사드 대가로 공항 이전 해야 한다고 했다가 촛불집회에서 난리가 났죠. 절대 그런 일 없고, 끝까지 싸운다면서 코가 꿰인 거죠.

김충환: 이런 겁니다. 위기가 왔는데, 관군과 의병이 뭉쳐서 싸우다가 관군이 도망간 겁니다. 의병만 남아 싸운 역사와 지금 성주 촛불이 같은 거죠. 성주 싸움이 대단해요. 시스템이 있거든. 통상 투쟁 조직이 지도부에서 명령하면 따르는 조직인데 성주는 달라. ‘이거 하면 어때요’, ‘저거 하면 어때요’ 하면서 계속 안건이 제시되니까 크게 문제만 없으면 위원장은 ‘하쇼 하쇼’만 하면 되거든.

류동인: 자발성이 정말 강합니다. 그게 최고입니다. 투쟁위가 자기들 마음대로 못해요. 주민들이 서로 잘 맞추고 조율하면서 온 거죠. 성주의 탁월함입니다.

▲김충환, 김상화 씨

김충환: 성주는 준비돼있었죠. 사드 투쟁을 위해. 운도 따라줬어요. 처음부터 롯데골프장 갔으면 이만큼 안 타올랐을 거예요. 근데 성산포대로 온 거야. 왜 그랬을까 싶더라고. 그렇게 가다가 또 최순실 사태가 터지고, 탄핵에 구속까지. 만약 탄핵 안 됐으면 또 달랐겠죠. 우주의 기운이 도와주는 거야.

김상화: 사실 그쪽(정부와 지자체 등)은 안 똑똑해요. 지역 언론은 나팔수고, 1기 투쟁위조차도 반민주적이었고. 제안을 올리면 이건 이래서 저건 저래서 안 된다고 다 잘라내고. 그런 태도를 그나마 견제한 게 카톡방이죠. 워낙 주민 의견이 활발하게 나오고 공유됐으니까.

여기서 잠시 후일담이 난무했다. 수다회는 중반부, ‘성주 촛불의 현재’로 접어들었다.

성주 촛불의 현재와 나아갈 길…성주 촛불은 어디에?
“정부 초기, 사드 문제로 조급하면 안 돼”
“언론 적폐 심해…청산해야”

뉴스민: 지금 촛불이 어디에 있는지 이야기해 봅시다. 촛불로 정부가 바뀌었고, 사드와 관련해서도 정부 역할이 중요해졌습니다. 외교적 해결에 나섰는데 입장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김경숙: 그전에 정치에 관심이 전혀 없었으니까, 그전 정부가 이명박근혜, 너무 저질러 놓은 게 진짜 많잖아요. 새 정부 들어온 게 얼마 안 된단 말이야. 근데 우리가 너무 조급하게 요구하고 있지 않나. 길게 지켜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기사 하나 뜰 때마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아요. 찌라시도 있는데, 다 믿을 필요가 없는데 정작 우리가 반응하고 있어.

김상화: 사드 기사 중에 쓸모없는 기사가 정말 많아요. 북 미사일 발사하고 기사가 떴는데, 하나는 사드가 아무 소용없다고 하고 하나는 미사일 요격률이 6배나 증가한다고 했어요. 전문가 말을 빌려서 대충 뭉갠 건데, 우리는 이제 그런 기사에 민감하게 반응 안 해요.

김충환: 언론 적폐가 심합니다. 트럼프가 사드 배치 지연에 격노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정작 현지에서는 그런 보도가 없었어요. 우리나라에서 기사를 만들어내고, 그 기사를 누가 또 받아쓰고 하면서 이게 돈세탁하듯이 뉴스세탁이 되는 거야. 미국에서 트럼프는 늘 격노하는 사람이라서 아무 의미가 없는데.

김상화: 사실만 보고 있으면 됩니다. 수많은 정보가 있는데, 누가 사설을 쓰고 논설을 구구절절 쓴다고 속을 필요가 없어요. 팩트는 대통령이 사드 절차적 문제 때문에 환경영향평가를 해야 한다고 했고, 미국에서도 민주적 절차에 대해 이야기 했고, 환경부 장관 청문회에서도 환경영향평가가 필요하다고 했고. 이제 거기에 대비하면 되는 겁니다.

류동인: 정부 입장은 불확정적인 거 같아요. 그러면 운신의 폭이 커지죠. 환경영향평가로 시간이 생겼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갈 수 있는 조건이 됐죠. 지금은 한미관계만 중요한 게 아닙니다. 러시아와 중국 관계도 중요해요. 북한과 관계도 개선해야 민주당 정부가 지속적인 정권 창출할 수 있을 것이고.

김충환: 2가지 중 하나겠죠. 말 그대로 절차를 거쳐서 환경영향평가 하고, 비준동의 절차 거쳐서 사드를 배치하거나, 다른 하나는 시간을 확보해서 북핵문제를 해결하거나. 중요한 건 북핵문제입니다. 남한은 중국과 러시아를 활용해서 북한 핵동결 시켜야 하고. 그래서 한미군사훈련 축소 이야기도 나온 거고. 러시아는 가스관 설치하려는 거고.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에 대항하려면 영합해야 하니까, 일본은 가급적 소외시키고 싶어 하고.

▲김경숙, 류동인 씨.

류동인: 여론이 중요한데, 여론은 잘 뒤집혀요. 지금 사드 찬성이 51%라고 해도 별로 중요한 게 아니에요. 정부의 입장에 따라 달라질 수가 있고. 언론에서 나오는 이야기도 서로 다른 근거들로 이야기하는 거라 믿기도 어렵고. 다만 민주당 정부로서는 사드 배치로 인한 효과가 불합리하다고 볼 거예요. 한미일과 북중러가 대결하는 구도가 되기 때문에, 운신의 폭이 없어지기 때문이죠.

여정희: 하지만 정당이나 정부가 어떤 입장이든 외부적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니까. 미국이요. 미국이라는 힘을 무시할 수 없어요. 류동인 선생님 말처럼 불확정성이 있는 건 맞는데, 한미관계에서 미국의 힘이 있고 또 여론도 그렇게 따라가 버리면 어쩌나 하는 우려도 있어요.

류동인: 제 생각으론 국가 간 위상이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봐요. 옛날에는 국가관계가 중요했는데, 글로벌 자본이 등장하면서, 글로벌 자본의 이해관계가 미국 정책 결정에 중요하게 떠오릅니다. 미국이 중국 상품을 사고, 돈이 다시 중국에 들어오고, 중국은 미국의 채권을 사고. 이런 관계가 있어요. (김충환: 사드 레이더 앞에 산이 있는데, 제 역할 하겠나.) 예. 감시하고 그런 게 아니고, 일종의 신앙 같은 게 아닐까요.

김충환: 다 알겠는데 롯데가 부지 제공한 것과 대선 전에 갖다 놓은 게 이해가 안 돼요. 롯데는 일본 오더를 받았다고 추정할 수 있고, 대선 전에 갖다 놓은 건 로비. 그거밖에 설명이 안 돼. 미국 부통령도 다음 정부에 넘기자고 한 판인데. 한국이 국내법상 불법적으로 사드를 넣으려고 하는데 미국이 동조한 건 우스운 건데. 그럼 남은 건 로비밖에 없지. 황교안, 김관진도 홍준표 오더를 받을 상황은 아니었거든. 대통령이 누가 되든 자기들은 퇴임이니까. 이거 가져다 놓고 역적 소리 들을 이유가 없어. 개인적인 이유 말고는 없을 거예요.

성주 촛불이 나아갈 길
성주 안에서도 고립된 것이 현실
“지방선거는 사드 투쟁에도, 지역 변화 위해서도 중요”
“고립이 아닌 확장 꿈꿀 때”

뉴스민: 자, 그럼 이런 상황에서, 정부에 달려 있고, 국제적인 위치에서, 성주 촛불은 어떤 의미일까요?

김충환: 투쟁의 근간이죠

류동인: 투쟁이 따로 있나. 길 가다가 태클 거는 거랑 싸우는 거지.

여정희: 7월이, 성주가 그나마 조금 한가할 때여서 초기에 사람이 많이 올 수 있었는데. 1년 즈음하니까. 생활과 조율해야 할 필요는 있는데, 또 줄이기는 아쉽고. 성주 토박이와 이야기해보면 또 상황이 다른 것 같고. 이미 마음으로 사드를 다 받아들인 거 같거든요.

류동인: 다른 방식의 투쟁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죠. 사드 퇴치 홈키퍼 원정대라고 할까. 여러 투쟁 현장도 돌아보고. 우리도 성장하고, 고립되는 게 아니라 밖으로 나가서 연대하고.

김경숙: 그런 이야기 나오면 이제 사드 끝나도 우리는 안 끝나겠다 그런 생각도 들어요(웃음)

김상화: 우리는 환경영향평가에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봐요. 환경부랑 이야기할 필요도 있을 거고.

김충환: 내년 지방선거도 중요해요. 지금 정치 세력을 바꿔야 해요. 환경영향평가로 시간이 생겼을 때, 성주군 정치 체계를 바꾸는 거죠. 그러면 이제 사드가 아니라 사드 할아버지도 못 들어와요.

뉴스민: 지방선거가 중요한데, 그렇다면 성주 안에서 촛불이 어디쯤 있는지 문제는 더욱 중요한 문제겠습니다. 취재를 하다보면 촛불에 나오는 성주군민과 아닌 분들과 분위기가 많이 다르구나 싶었습니다.

여정희: 사실 성주 안에서는 촛불 나오는 사람들을 그냥 데모꾼 정도로 생각하지 않나 싶어요. 다른 사람들 여럿 만나다 보면, 다들어 온 걸 어떻게 해, 받아들여야지 그런 분위기에요. 촛불 나간다 그러면, 아 쟤 좀 까칠한 애, 그렇게 이야기되는 면이 있어요.

류동인: 그래서 유연해질 필요도 있습니다. 프리마켓을 했는데, 이런 형태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투쟁위가 하는 게 아니고, 말 그대로 주민들이 하는 건데, 그건 확장되는 거죠. 투쟁위만 뭉치는 게 아니고.

김충환: 사실 이미 우리끼리 뭉치고 있는 효과는 있어요. 그걸 보는 시각도 이미 형성됐고. 또 만회하려고 더 뭉치고.

류동인: 사드 투쟁하면서 경계해야 할 건, 우리가 옳고 참여 안 하는 사람은 틀렸다는 사고입니다. 주의해야 해요. 안 나오는 사람들에게 죄의식을 주게 되면, 나오는 우리에게 적대감이 생겨요. 그나마 성주는 유연하게 왔어요. 그래도 우리 투쟁에도 고착화 되는 측면이 있어요.

김충환: 핵심은 사드 찬성 반대로 지역이 나뉘면 안 된다는 거예요. 서로 욕할 필요가 없어요. 생각이 다르다고, 한 동네에 살아가면서 싸울 필요가 없어요. 사드 투쟁은 동네가 아니라 확장돼야 합니다. 성주에 오는 게 아니고 한반도에 오는 거니까. 전 국민이 함께 나서야 할 문제입니다.

▲2016년 9월 17일 성주 촛불 [사진=뉴스민 자료사진]

뉴스민: 향후 투쟁 방향에 대해 성주와 다른 단체들 간 시각 차이가 있는 듯합니다.

김충환: 성주 투쟁 방식이 다소 달랐습니다. 투쟁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도 나왔는데, 그럼에도 지금까지 흩어지지 않고 잘 싸운 것이 저력입니다. 의견이 다른 부분은 다르게 싸우더라도 그건 다 사드 철회 투쟁입니다.

류동인: 어떤 상황이든, 구심력이 있고 흩어질 때도 있어요. 상황에 자연스럽게 맞춰야 해요. 나머지는 다 흩어져 있는데, 우리만 뭉쳐 있으면 우린 고립된 겁니다.

김충환: 투쟁 1년을 기점으로는 새로운 고민을 해야 해요. 우리도 매너리즘에 빠진 측면도 있고. 일반 주민들과 어울릴 필요가 있어요. 5년, 10년 투쟁을 바라보는 주민도 있어요. 지방선거도 중요한 상황에서 대중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죠.

김상화: 성주는 성산포대 올 때 한 번 막았어요. 그다음에 군공항 들어온다는 것도 막았고. 이게 촛불 든 효과라고 봅니다. 이제 앞으로 똑같은 일이 반복되기는 어려울 거에요. 앞으로 과제는 주민들과 우리가 어떻게 화합하고, 또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를 일궈내야 하는 게 남았습니다.

김경숙: 우리들이 경계를 넓혀서, 주변사람과 어울리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프리마켓으로 시도는 했는데 아직 미흡해요. 아직까진 우리끼리 잔치야.

여정희: 글쓰기 공동체도 생겼고, 저는 풍물패에도 나가기 시작했어요. 여러 작은 공동체가 많아서 우리가 대중과 접촉할 여지는 많은 거 같아요.

김상화: 그런데 프리마켓 하니까 시장 상인도 문제의식을 느끼는 거 같아요. 이런 거도 할 수 있구나. 왜 안 했을까. 상인회는 하는 게 뭘까. 사실 지역 여러 조직도 사드 이후로 물갈이가 조금 됐거든요. 알게 모르게. 조직 안에 들어와서 바꿔보자는 요청도 꽤 있어요.

수다회는 세 시간 동안 이어졌다. 촛불 1년, 주민들은 일생에 다시없을 사태를 겪었다. 때론 울고, 때론 웃으며, 함께 촛불을 들었다. 1년을 회상해보면 스스로의 모습과 생각이 변한 것이 새삼스러웠다. 7월 13일 성주 성산포대 사드 배치 발표로 투쟁이 시작될 때 성주군민은 하나였다. 8월 22일 김항곤 성주군수가 성산포대를 제외한 제3부지 배치 검토 요청으로 군민은 반 토막이 났다. 당시 여러 주민은 성산포대에서 막아냈으면 끝났다고, 혹자는 군청과 관계가 걸려서, 혹자는 생업에 치여서, 또 저마다의 이유로 촛불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1년을 꼬박 집회에 나온 이들은 이제 갈라져 버린 관계마저 먼저 손 내밀고, 포용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