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준의 육아父담]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밤이 오면 아이는 엄마, 아빠와 온전한 시간을 보내려 잠을 자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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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4 10:42 | 최종 업데이트 2017-07-14 10:57

바람만 스쳐도 짜증나고 불쾌함이 하늘을 찌르는 요즘 날씨. 조금만 움직여도 온몸이 끈적거리고 금세 땀이 흐른다. 그야말로 천연사우나. 이제는 제일 덥지 않으면 자존심 상하는 대프리카 ‘더위부심’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정도껏 해야지 너무 하다 싶다. 밤이 돼도 별다를 것 없다. 샤워를 해도 잠시뿐, 에어컨을 켰다가 전기요금 걱정에 이내 끈다. 오늘도 열대야로 깊은 잠을 자기는 글렀다.

또, 밤잠을 설치게 하는 요물이 있으니 바로 세 살 둘째 녀석이다. 하는 짓도 귀엽고 온갖 재롱을 다 피우는 놈이 어찌나 밤잠은 없는지 정말 미칠 지경이다. 저녁을 먹고, 목욕을 시키고, 동화책 몇 권을 읽고 나면 본격적인 취침준비에 들어간다. 한바탕 ‘엄마쟁탈전’을 치르고 나면 이제는 제법 커버린 첫째는 금방 곯아떨어지고, 둘째 녀석 독무대가 시작된다. 어두운 취침등 조명 아래 노래를 한곡 부른다. 종알종알 말만 해도 신기한데 노래를 하니 엄마, 아빠는 손뼉을 치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한 곡, 두 곡, 중간중간 사회까지 보며 몇 곡을 부른다. 살짝 지친 부모가 ‘이제는 자야한다’ 타일러도 흥이 오른 녀석이 그만둘 리 없다. 안 되겠다 싶어 그때부터 물리력을 동원해 끌어안아 눕히며 재우기를 시도한다.

당연히 벌써 잘 리가 없다. 어떻게든 빠져나와 침대 위를 오르락내리락하며 굴러다니고 뛰어다닌다. 잠든 누나를 깨워보기도 하다가 아빠 배에 올라타기도 한다. 놀이터가 따로 없다. 부모는 그동안 몇 번의 ‘물 셔틀’을 하고, “우리 아들 착하지~자야지~”, “안 잘 거야? 이놈 한다.” 냉온탕 수십 번을 반복하며 빨리 자라고 종용한다. 하지만 들은 척 만 척, 로보트도 되었다가 지구를 지키는 용사도 되었다가 상황극까지 하며 그렇게 두 시간 남짓을 놀고서야 자정을 넘겨 잠이 들곤 한다. 신데렐라도 아니고 말이다. 결국 아침잠이 부족하니 바쁜 아침에는 짜증과 응석이 늘고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밤잠처럼 푹 자게 된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드라이브를 빙자한 재우기를 시도해봤지만, 그때뿐이다. 오히려 똘망똘망해져서 실패로 돌아간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잠투정 한번 없이 신나게 잘도 논다. 밤이 엄마, 아빠와 보내는 온전한 자기만의 시간이라서 그런 걸까? 아침이면 금방 헤어져야 하는 것을 아는 걸까? 아이는 함께 하지 못했던 엄마, 아빠를 확인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종일 찾았던 우리 엄마, 우리 아빠와 함께하고 싶을 것이다. 우리만의 공간을 놀이터 삼아, 언제 올지 모르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다. 그렇게 아이는 불타는 밤을 보내는데 부모의 마음은 점점 타들어 간다.

▲해당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입니다. [사진=pixabay.com]
그래도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면 얼마나 좋겠냐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아이들을 재우고 나면 새로운 일과가 시작된다. 선잠이 들어 부스스 거실로 나오면 냉정한 현실을 마주한다. 할 일은 산더미, 엉망진창 집안 꼴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나는 저녁 먹은 것을 설거지하고, 아내는 장난감 정리를 한다. 나는 빨래를 널고 아내는 빨래를 갠다. 과자부스러기와 음료수로 끈적해진 바닥을 대충 닦고 내일 먹을 쌀을 씻으면 대충 마무리다. 그렇게 한두 시간 집안일을 하고 나면 온몸은 땀범벅이 되고, 아까 전까지 쏟아졌던 잠은 달아나고 없다.

하지만 미루고 싶어도 도저히 미룰 수 없는 일이다. 내일도 보내야 하는 도시락과 물병을 씻어야 하고 애들 옷과 수건이 없다. 미리 하면 안 되겠냐 싶지만, 애들 어지럽히는 재주는 생각보다 빠르고 끝도 없다. 잠자는 것이 싫은 아이들은 밖에서 부스럭거리는 꼴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는다. 귀를 쫑긋 세우고 약간의 건수라도 있으면 당장에라도 뛰쳐나올 기세다. 잠자리마저도 책임과 의무가 돼버린 피곤한 밤은 그렇게 매일 반복된다.

또 다른 일과를 마치고 다시 들어온 안방에는 아이들이 자고 있다. 눕혔던 자리가 아닌데 희한한 곳에 요상한 자세로 자고 있다. 이 더운 날씨에도 감기 걸릴까 싶어 이불을 살짝 덮는다. 세상모르고 자는 아이들을 보니 “아이구, 이쁜 내 새끼”가 절로 나온다. 조금 전까지 얄밉던 녀석이 그렇게 예쁠 수 없다. 역시 아이들은 잘 때가 제일 예쁘다. 술 한 잔 생각도 간절하고, 좋아하는 드라마, 예능도 보고 싶다.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싶지만 우리의 치열한 밤은 좀처럼 여유를 주지 않는다. 그래도 비집고 들어가 몸을 눕히면 이게 사람 사는 거지 싶다. 여유는 없지만 풍요로운 밤, 그렇게 밤은 깊어간다.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오늘 밤도 참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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