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환의 촛불일기] 무용지물 사드, 성주에 오다 (1)

사드배치 철회 성주투쟁 365일의 기록 (1) 2016.7.7~7.14

11:15

[편집자 주=2016년 7월 13일 국방부가 성주에 사드 배치를 결정한 이후 1년이 지났다. 김충환 사드배치 철회 성주투쟁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성주군민들이 벌인 투쟁을 매일 기록했다. 출간을 준비 중인 ‘사드배치 철회 성주투쟁 365일의 기록, 촛불일기’를 매주 금요일 <뉴스민>에 연재한다.]

2016년 7월 7일(목)
와병 중이신 90세 아버지 목욕을 시켜드렸다.
“아버지 눈 꼭 감으세요!”
“와?”
“비눗물 들어가면 따가워요”
“감았다”

머리를 문지르자, “시원타! 어- 시원타!”
등을 밀자, “시원타! 어- 시원타!”
하루 종일 방에 누워계시는 아버지의 행복,
“시원타! 어- 시원타!”

뼈만 앙상한 아버지 몸을 보는 나는,
무상(無常)타! 무상(無常)타!

11:00 무더운 날씨에 긴 머리카락이 거추장스러워 가천면 수정이용소에서 삭발했다.

7월 8일(금)
옥계(玉溪) 대바우식당에서 우인회(벽진면)와 수담(手談)을 나누었다. 정부가 한반도 사드배치를 결정했다. 언론에서는 사드배치 후보지로 강원 원주, 경기 평택, 충북 음성, 경북 칠곡을 거론했다. 느닷없이 사드가 한반도에 온 것이다.

한반도 사드배치 결정은 지난 2년 동안 요청, 부인, 논의, 번복, 검토, 연기, 합의라는 황당한 과정을 거쳤다. 국가 중대사를 공론화 한번 없이 이렇게 졸속으로 처리하는 정부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서로 떠넘기기 하는 것을 보면 미국이든, 한국 국방부든, 록히드마틴사든 뒤가 구린 것이 분명하다.

<한반도 사드배치 결정 과정>

2014년 6월 3일,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이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방포럼 강연에서 “사드 한국 전개를 요청했다.”고 했다. 6월 5일, 미 국방부는 “한국 정부가 사드 관련 정보를 요청했다.”고 했다.

2015년 3월 9일, 국방부가 “사드 구매 계획 없다. 독자 방어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3월 11일, 청와대는 사드 관련 “3No”(요청·협의·결정 없음)입장을 재확인했다. 4월 10일,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이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사드배치 논의 단계 아니다.”고 했다.

4월 17일, 미 태평양사령관은 상원 청문회에서 “한반도에 사드포대 배치 논의 중”이라고 했다. 5월 21일, 국방부가 “미국이 요청하면 사드배치를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10월 30일, 록히드마틴사가 “한미가 사드배치를 공식, 비공식 논의 중”이라고 했다. 10월 31일, 록히드마틴사가 “양국 정부 간 논의를 알지 못 한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2016년 1월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대국민 담화에서 “사드배치문제는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 등을 감안, 안보와 국익에 따라서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1월 25일, 한민구 국방부장관이 “군사적 관점에서 사드배치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2월 7일,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 직후 한미는 사드배치 공식 협의를 결정하고 발표했다. 2월 22일, 국방부가 “공동실무단 구성과 운영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발표했다. 2월 23일, 공동실무단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약정 체결을 돌연 연기했다.

3월 4일, 사드배치 논의를 위한 한미공동실무단 약정을 체결하고 공식 출범했다. 3월 22일,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이 “사드배치 원칙적 합의 하에 논의 중”이라고 했다. 6월 4일, 한민구 장관이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사드배치 의지를 분명히 갖고 있다.”고 했다. 6월 24일, 한민구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사드로 무수단 미사일 요격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7월 9일(토)
들깨 밭을 매고 파를 옮겨 심었다. 세상사를 잊고 살고자 귀향했다. 벌써 7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세상이 몰라주면, 땅을 파고 살다 가면 되고,
세상이 궁금하면, 글을 파고 살다 가면 되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칠곡 군민 3천여 명이 왜관역에서 “사드 칠곡 배치 반대 범군민궐기대회”를 개최했다.
-백선기 칠곡군수와 조기석 칠곡군의회 의장이 삭발했다.

7월 10일(일)
이틀째 들깨밭을 맸다. 깔따구에 물려 온몸이 엉망이다. 한민구 장관이 “어디에 배치할 것인지 결정된 상태이며, 이에 대한 최종보고서 작성과 승인절차만 남겨뒀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국방부 당국자가 “사드 레이더는 지상에서 5도 이상으로 전자파를 방사하는 시스템이다. 산악의 고(高)지대에 배치할 것이다. 레이더 인근에 일부러 살려고 오는 사람은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사드배치 후보지로 거론되는 곳에서는 반대의 움직임이 거세다. 온 나라가 술렁이고 있다. 그러나 배치지역이 최종적으로 결정되면, 제외된 지역은 다들 ‘나몰라’라 할 것이다. 사드배치가 민족의 운명이 걸린 문제라는 것을 국민들은 아직 모르고 있다.

-사드배치 반대 평택대책준비위원회가 사드배치 저지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7월 11일(월)
하루 종일 비가 추적추적 왔다. 어머니를 모시고 고령영생병원을 다녀왔다. 언론에서는 사드배치 공식 후보지로 경북 성주, 예천, 포항, 경남 양산을 거론했다. 조선일보는 “후방지역 공군 방공기지 중 일부는 현재 사용되지 않고 있고, 인구 밀집지역도 아니어서, 기존 주한미군 기지에 비해 적은 부담을 안고 사드를 배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수도권 방어는 안 되며, 미국 예산으로 들여와 미군 병력과 장비보호가 주목적이라고 했다. 성주 성산포대가 거의 확실해 보였다. 페이스북(Facebook)에 “내 이럴 줄 알았다.”고 썼다.

서울에 사는 후배 이경민이 전화해서 “사드가 성주에 배치될 것 같은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기나긴 싸움이 될 것이다. 뒷생각이 앞생각을 덮고, 앞생각이 뒷생각을 덮었다. 심란(心亂)했다.

-성주군과 성주군의회가 “사드 성주군 배치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사드 음성 배치 절대불가” 성명서를 발표했다.

7월 12일(화)
사드배치 지역으로 성주 성산리 성산포대가 확실하다는 소문이 퍼졌다. 불안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성주군청에 모여 촛불을 들기 시작했다. 2백여 명이 모였다. 앞자리는 모두 아이들이 차지했다. 성주지역 곳곳에 사드배치 반대 현수막이 걸리기 시작했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성주군은 “사드 성주 배치 반대 범군민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이재복)” 발대식을 했다.
-김항곤 성주 군수, 배재만 성주군의회 의장, 이수경 경북도의원, 이재복 성주노인회 회장이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이완영 국회의원이 단식농성장을 방문했다.

7월 13일(수) 촛불집회 첫날
국방부 류제승 국방정책실장이 “한미공동실무단이 사드체계의 군사적 효용성을 극대화하고, 지역주민의 안전을 보장하면서 건강과 환경에 영향이 없는, 최적의 사드배치 부지로 경북 성주지역을 건의했고, 이를 한미 양국 국방부장관이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국방부가 확실한 근거제시도 없이 성주를 사드배치 최적지라고 한 것이다.

무더운 날씨였다. 10:30 주민 5천여 명이 성밖숲에 모여 “사드 성주 배치 반대 범군민궐기대회”를 열었다. 가장자리에 서서 머리띠를 매고 구호를 외쳤다. 군수를 비롯한 10명이 “사드반대” 혈서를 썼다. 주민 230여 명은 국방부에 항의하기 위해 상경했다. 7시간 동안 사드배치 결정 철회 및 전면재검토를 요구했다. 한민구 장관은 사드배치 예정지 평가표 및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저녁,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주민들이 성주군청으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하나둘, 촛불을 들었다. 2천여 명이 모였다. 주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은 “사드 한국 배치, 미국이 판단하고 우리는 받아들였다”고 했다.
-천주교정의평화사제단이 “기어코 보습을 녹여서 칼을 만들려느냐?”는 사드배치 반대성명서를 발표했다.
-러시아의 법률 전문 관영언론 로지스카야 가제타(Rossyskaya Gazeta)가 사드 한국 배치는 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제2270호 위반이라고 했다.
-경상북도의회가 “성주지역 유력후보지 결정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2016년 7월 13일, 사드배치 반대 범군민 궐기대회에 참석한 성주군민. [사진=성주군 제공]
7월 14일(목) 2일째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지금은 사드배치와 관련한 불필요한 논쟁을 멈출 때”라고 했다. 고령박씨 집성촌인 성주읍 성원 1리 주민들이 분노하여 마을회관에 붙여둔 박근혜 사진을 뜯어냈다.

사드배치는 미국과 중국과의 싸움이다. 한반도는 그 틈바구니에 끼였다. 성주군공무원직장협의회 배재억 회장을 만나 백악관 청원 서명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민에게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국에서의 여론도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주민들이 성주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주민 5명이 삭발했다(성주읍 이기영 주민, 양돈협회 허승락 지부장, 청우회 손석훈 회장, 양봉협회 윤지훈 회장, 선남면 성원2리 손호택 이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