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환의 촛불일기] 무용지물 사드, 성주에 오다 (2)

사드배치 철회 성주투쟁 365일의 기록 (2) 2016.7.15~7.22

10:11

[편집자 주=2016년 7월 13일 국방부가 성주에 사드 배치를 결정한 이후 1년이 지났다. 김충환 사드배치 철회 성주투쟁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성주군민들이 벌인 투쟁을 매일 기록했다. 출간을 준비 중인 ‘사드배치 철회 성주투쟁 365일의 기록, 촛불일기’를 매주 금요일 <뉴스민>에 연재한다.]

[김충환의 촛불일기] 무용지물 사드, 성주에 오다 (1)

7월 15일(금) 3일째
황교안 국무총리와 한민구 장관이 성주를 방문했다. 10:00 중고등학생 수백 명이 성주군청으로 모였다. 11:00 총리와 장관이 사드배치 설명회를 진행했다.

사드가 안전하다는 총리의 말에 흥분한 주민들이 계란과 물병을 던졌다. 총리와 장관은 도망치다시피 버스에 올랐지만, 주민들은 트랙터로 길을 막으며 거세게 항의했다. 6시간 넘게 셀프 감금됐다. 경찰이 길을 내고 빼돌리자 주민들이 길목마다 막아섰다. 몇 차례 수난을 당한 후 겨우 탈출했다.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한 방문이었지만 오히려 성난 민심에 기름을 들이부은 꼴이 되고 말았다. 무작정와서 설명하면 될 줄 알았나보다. 참으로 어리석다.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외부세력’을 들고 나왔다. 수구 언론들은 폭력 사태라며 외부세력이 개입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성주 군민 외에 타지에서 그날 행사에 참석한 사람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고 만약 조사에서 사실로 확인되면 엄중 사법처리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주민들은 사드배치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외부세력이라고 반박했다.

“사드는 반대하지만 외부인과 외부 단체의 개입은 못하도록 하겠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반발해 경북 성주군청에서 사흘째 단식농성 중인 김항곤(65) 성주 군수는 14일 본지 기자와 만나 이런 입장을 밝혔다. 김 군수는 “성주 문제는 우리끼리 해결하겠다. ‘시위를 위한 시위’를 하는 외부인이나 단체의 힘을 빌리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2016. 7. 15. 중앙일보 기사, 부분>

성주군수의 연대투쟁에 대한 저급한 인식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싸움은 밖으로는 신냉전체제와의 싸움이고 안으로는 국민주권을 무시한 이 무능한 정권과의 싸움이다. 연대는 단체장과 하는 것이 아니다. 성주 사드반대투쟁은 성주 군민과 전쟁을 싫어하는 국민, 패권적 제국주의와 신냉전체제를 몰아내려는 전 세계의 평화세력과의 뜨거운 연대로 이어져야 한다.<김수상 시인의 페이스북 글>

-주민들이 국방부와 광화문 광장에서 1인 릴레이 시위를 시작했다.

7월 16일(토) 4일째
백악관 청원누리집 위더피플(We the People) 서명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주민들이 백악관 청원서명을 최초로 인지했을 때는 2,476명이 이미 서명한 상태였다.

미국의 한 교민이 청원을 했다. “한미 정부는 사드배치지역 주민들과 국민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 내 사드배치에 합의했다. 북한 미사일에 대한 대응과 안전을 위해 사드를 배치한다고 했지만, 이는 중국과 러시아의 군비 경쟁을 확장해 동북아시아의 긴장을 높일 것이다. 한국과 주변 국가의 지속가능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 협상을 통해 긴장 관계를 완화해야 할 때”라며 사드배치 철회를 요구했다.

청원이 시작된 후 30일(8월14일까지)내에 10만 명이 서명을 하면, 백악관은 60일 내에 공식 답변을 해야 한다. 10만 서명은 어렵겠지만, 미국과 교민사회의 여론 조성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14:00 사드 성주배치 반대 범군민비상대책위원회가 성주군청 대강당에서 “성주 사드배치 저지 투쟁위원회(공동위원장 이재복, 정영길, 백철현, 김안수)”로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7월 17일(일) 5일째
제헌절이다. 촛불집회에서 ‘헌법 제1조’를 합창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을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사회를 보는 성주군농민회 이재동(선남면) 회장이 “자유발언은 누구나 할 수 있으니, 언제든 나오면 된다.”는 말에 나갔다. 사회자가 의심스러운 눈길을 주더니 시간을 끌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발언을 미리 신청해야 되는지 몰랐다. 첫 발언을 했다.

“성주가 고향이고, 성주에서 학교를 다녔고, 지금 수륜면 적송리에 사는 주민 김충환이다. 이완영 국회의원과 김항곤 군수는 주민 서명을 받은 항의서한을 미 대사관에 전달해야 한다. 그리고 주한미군사령관을 찾아가서 항의해야 한다.”고 했다.

“여러분이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은, 여러분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의 희망을 위한 것이니, 위대한 일이다. 사드를 성주에서 쫓아내면 성주는 생명의 도시에서 평화의 도시로 거듭나고, 세계적인 도시로 발전할 수 있다. 사드배치를 반드시 철회시켜야 한다.”라고 끝맺었다.

발언을 끝내고 나오자, 한 기자가 발언내용 전체를 언론에 실어도 되냐고 물었다. 되긴 되는데 원고가 없다고 했더니 다 촬영했다고 했다. 팩트tv와 오마이뉴스가 생방송을 했다. 그때는 그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김현권 국회의원이 발언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외부세력이면 여러분들은 전문 시위꾼입니다. 국민이 없는 국가가 어디 있습니까? 성주에 사드 오는 것을 반대한다고 일부 언론에서 ‘님비’라고 비판하는데, 내 지역이 아니라고 안도하는 그들은 또 다른 ‘님비’아닙니까?”

-김관용 도지사가 성주군청을 방문했다.
-한민구 장관이 대구 육군 제2작전사령부에서 지역 언론 편집국장, 취재본부장 20여명과 간담회를 가졌다.
-성주 사드배치 저지 투쟁위원회가 폭력시위 관련 입장을 발표했다.
-새누리당 탈당계 접수처를 설치하여 하루 동안 106명의 탈당계를 접수받았다.

7월 18일(월) 6일째
강신명 경찰청장이 “외부세력의 파악 기준이 뭐냐?”는 기자의 질문에 “성주 출신이고 초·중·고등학교를 성주에서 나왔더라도 외지로 간 사람은 현재 성주 군민으로 보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제 고향의 정(情)까지 끊을 작정이구나! 묻는 놈이나 답하는 놈이나, 다 똑같은 놈이다. 어찌 사드배치가 성주만의 문제란 말인가? 성주를 고립시키려는 공작(工作)이 시작된 것이다.

정부는 언론을 앞세워 성주 주민들의 사드반대투쟁을 외부세력, 종북좌파, 전문 시위꾼, 폭력사태, 님비라고 덮어씌우며 철저히 고립시키려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평화의 성지, 성주”, “한반도 사드배치 반대”를 외치며 정부가 씌운 굴레를 벗어나고자 했다.

-대구대교구, 안동교구, 성베네딕도 왜관수도원 정의평화위원회 주최로 4백여 명이 칠곡 왜관수도원 대성당에서 사드배치 결정 철회를 요구하는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했다.
-성주 사드배치 저지 투쟁위원회 대표단(노광희, 이재동)이 야3당 원내대표(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김성식 정책위원장,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를 면담했다.

7월 19일(화) 7일째
주민 40여명이 국회를 방문하여 사드배치 관련 대정부 질문을 방청했다. 이완영 의원의 질의와 정부의 답변을 들었다. 기대가 무너지자 불신은 더욱 커졌다.

김관용 도지사가 인터뷰에서 “성주 사드배치는 수용하되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 와야 맞지 않느냐?”고 했다. 참 몹쓸 인간이다. 바다도 사막도 아닌 한반도에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이런 사고수준으로 도지사를 하고 있다니 정말 한심하다. 그 자리에 있어야할 사람이 아니다.

-성주신문이 1면에 “근조. 2016년 7월 13일. 사드. 성주군”이라고 크게 써서 발행했다.
-북한이 동해상으로 노동미사일 2발, 스커드 계열 1발을 발사했다.

7월 20일(수) 8일째
사드배치는 대한민국의 문제다. 따라서 외부세력은 없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이 여론 조작에 나섰고, 수구 언론들이 앞장섰다. 투쟁과 연대를 차단하고, 성주를 고립시키기 위한 작전을 펼쳤다.
외부세력은 공화국을 부정하는 논리다. 사드문제는 성주 주민만 말할 수 있고, 원전은 고리와 월성 주민만 말할 수 있고, 4대강은 강 주변 주민만 말할 수 있단 말인가?

국민은 대한민국 모든 지역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 대한민국에 영향을 주는 모든 일에 개입하고 발언할 권리를 갖는다. 사드는 성주만의 문제도 아니고, 보수와 진보의 문제도 아니다. 한반도 평화와 국민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물품 기부와 성금 모금이 이어졌다. 7월 16일부터 지금까지 양초 1만개, 종이컵 1만개, 생수 40개짜리 3천 박스가 기부됐고, 모금된 성금은 18일 259만 원, 19일 320만 원이었다. 7월 18일 개설한 계좌에 입금된 성금을 포함하면 6천만 원이 넘었다.

-중국 인민일보 진상문 특파원과 인터뷰했다.
-김관용 도지사가 청와대 관계자들을 만나 제3부지로 금수면 염속산과 수륜면 까치산을 대안으로 건의했다.

7월 21일(목) 9일째
상경투쟁을 했다. 투쟁위원회는 외부세력을 인식한 듯 성주 주민들을 구분 짓고자 했다. 사드배치 반대를 주장하는 펼침막, A2 용지 크기의 시위카드, 어깨띠, 머리띠, 그리고 침묵시위를 위한 마스크 2천 개를 준비했다. 외부세력이라는 프레임(Frame)을 뛰어넘지 못한 것이다. 한계였다.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파란나비리본”을 만들었다.

박근혜가 청와대 NSC에 참석하여 “지금 북한은 북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자위적 방어조치인 사드배치 결정을 적반하장(賊反荷杖)으로 왜곡, 비난하고 반정부 투쟁을 선동하면서 남남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불순세력이 가담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을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고 했다.
보수 언론과 새누리당은 외부세력이 개입했다고 연일 공세를 퍼부었고, 박근혜는 급기야 “불순세력을 가려내야 한다.”라며 공안몰이까지 했다. 주민들은 비웃기라도 하듯 “성주 사드배치 반대”에서 “한반도 사드배치 반대”로 나아갔다. 도대체 누가 불순세력인가?

친일매국노들이 나라를 팔아먹고 독립 운동가들을 탄압했다. 이들이 불순세력이다.
독재자들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나라를 혼란에 빠뜨렸다. 이들이 불순세력이다.
그 후손들은 부정과 부패와 비리로 대국민 사기를 쳤다. 이들이 불순세력이다.

-14:00 주민 2천3백여 명이 상경하여 서울역 광장에서 “평화를 위한 사드배치 철회 성주군민결의대회”를 가졌다. 김항곤 군수와 배재만 성주군의회 의장이 삭발했다.

7월 22일(금) 10일째
“성주 사드배치 저지 투쟁위원회”를 “성주 사드배치 철회 투쟁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1318 카톡방에서 “사드배치 철회 성주투쟁위원회”로 부르기로 의견을 모았다.

주민들이 오마이뉴스와 팩트tv에게 “성주 군민들의 목소리를 생중계해줘서 고맙다.”며 감사의 환호를 보냈다. 두 번째 발언으로, 외부세력이라는 말에 겁내지 말고 “성주 촛불집회 체험 관광”을 오라고 했다.

서울에서 온 가야금 연주자 정민아는 “성주에 전문 시위꾼들이 모인다고 하던데, 구호와 박자가 안 맞는 모습을 보니 성주 군민들은 전문 시위꾼이 되시려면 아직 멀었다”며, 동학농민운동을 다룬 ‘새야새야’와 ‘천안삼거리’를 개사한 ‘성주삼거리’를 불렀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성주 밖의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호소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문제는 성주만의 문제가 아닌 나라 전체의 문제다. 왜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싸움에 우리 땅을 내줘야 하나? 전 국민적으로 사드배치에 저항할 수 있도록 여러분들과 함께 하겠다.”며,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만든 자작곡 ‘지나가는 사람’을 불렀다.

우미애(성주읍)는 세월호 서명운동을 했다. “사드배치 결정 이후 언론과 정부의 모습을 보며 세월호 가족에게 동병상련(同病相憐)의 마음이 느껴졌다. 어제 상경집회에 참가한 몇몇 주민들과 광화문에 있는 세월호 농성장을 찾아갔다.

▲2016년 7월 성주 군민들은 광화문 세월호 분향소에 들려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우미애]
서명운동에 참여했는데 주소를 ‘성주군’이라고 쓰는 순간, 세월호 가족들이 ‘성주 군민들을 응원한다.’고 따뜻한 말을 건넸다. 순간 큰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피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보듬어줘야 하는 이 사회의 현실이 너무 슬펐다. 세월호 가족들이 성주를 응원하듯이, 성주도 세월호 유족들을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에 노란리본과 꽃차를 준비해 서명운동을 하게 됐다.”고 했다.

-주민들이 대구에서 개최된 “사드배치 반대 대구경북 평화대회”에 참여했다.
-구미참여연대(대표 김찬)에서 촛불집회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