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립희망원, ‘인력 충원’ 두고 대구시와 이견…“시설 폐쇄 고려해야”

대구시, 대구시립희망원 인력 충원 요구 거부
"대구시 반응 의외"..."내년 시설 폐쇄 고려해야"
희망원대책위, "새 재단 탈시설 추진 준비 부족"

16:26

새롭게 대구시립희망원 운영을 맡은 전석복지재단이 운영 혁신을 위해 인력 충원을 요구했지만, 대구시가 이를 거절해 갈등이 예상된다. 희망원대책위는 운영 혁신을 위한 인력 충원 필요성은 당연하지만, 앞으로 탈시설화와 관한 인력 수요와 맞물린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8일 오후 2시,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 대구시립희망원 입구에 서 있던 성모마리아상이 사라지고 빈터만 남아있다. 새로 붙인 ‘달구벌의 보석, 아름다운 시민’이라는 간판이 운영 주체가 바뀐 지난 2개월 동안 희망원의 변화를 보여줬다.

천주교대구대교구가 인권 유린과 비리로 36년 만에 희망원에서 떠난 뒤, 지난 6월 1일부터 전석복지재단이 희망원 운영을 맡았다. 위탁 기간 3년 동안 전석복지재단은 희망원 운영 혁신과 더불어 당장 내년까지 장애인거주시설을 폐쇄하고, 2020년까지 1천여 명의 시설 규모를 200명으로 줄이는 ‘탈시설화’를 해야 한다.

전석복지재단은 각 시설에 ‘마을’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생활인들을 ‘시민’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주먹구구식이던 희망원 내부 규정 개정 작업도 한창이다. 무엇보다 희망원 개원 60년 만에 24시간 근무체제를 도입했다.

이날 희망원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노숙인시설은 야간에 취약함이 문제의 원인이었다. 정신요양시설도 밤 근무 직원이 있지만, 응급 상황이 자주 생기면 직원이 함께 가야 하기 때문에 비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며 “늘 오후 6시에 퇴근하던 직원들에게 24시간 근무를 하게끔 동의를 얻었다. 다행히도 직원들이 상황을 공감해줘서 시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존 희망원은 직원 5명이 야간에 희망원 전체를 책임졌다. 지난 8월부터 희망원은 야간 근무직원을 16명으로 늘렸다. 하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16명이 더 충원된 최소 32명이 필요하다는 것이 희망원 측 설명이다.

하지만 이날 오전 10시 희망원을 방문한 권영진 대구시장은 희망원의 인력 충원 요구를 단호히 거절했다. 내년에 폐쇄될 장애인거주시설 직원들의 거취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이 관계자는 “지난 두 달 동안 (24시간 근무를 위해) 직원들의 공감을 끌어내기 위해 애썼는데, 행정에서는 인원 증원이 쉽지 않다고 해서 좀 의외였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손성혁 대구시 탈시설자립지원팀장은 <뉴스민>과 통화에서 “내년에 글라라의집(장애인거주시설)이 폐쇄되기 때문에 그 인력도 활용 가능하다”며 “24시간 근무가 아니었기 때문에 인권 비리가 있었다고도 볼 수 있지만, 현재는 CCTV도 보강했고 기존 인력으로 새롭게 인력 배치를 하는 방법도 있는데 당장 인원부터 늘리는 것은 맞지 않다는 취지다”고 말했다.

현재 장애인거주시설 직원은 41명이다. 내년까지 시설을 폐쇄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의 고용 문제가 남을 수밖에 없다.

전근배 희망원대책위 집행위원은 “장애인거주시설보다 노숙인시설은 인력 배치 기준도 부족해 인력 충원 필요성은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면서도 “현재 근무 체계를 개편하면서 요구되는 인력 문제는 글라라의집 폐쇄에 따른 인력 문제와 반드시 연동되어야 한다. 탈시설에 대한 계획 없이 인력 충원만 이야기하는 것은 희망원 규모를 줄여나간다는 기조와 충돌한다”고 말했다.

▲시민마을(장애인거주시설 옛 ‘글라라의집’)

탈시설을 위한 기초 작업도 더디기만 하다. 대구시는 오는 9월 추가경정 예산에 약 3천만 원을 희망원 탈시설 예산으로 신청했다. 예산이 배정되면 빠르면 10월부터 장애인거주시설 생활인들의 탈시설 욕구 조사 용역이 시작된다.

희망원에 따르면, 현재 탈시설을 준비하고 있는 생활인은 5명이다. 당장 거주지가 사라진다는 불안감에 장애인거주시설 생활인의 반발도 있다. 장애인거주지설 생활인들은 이날 권영진 시장 방문 시간에 맞춰 피켓을 들고 항의하기도 했다.

희망원 또 다른 관계자는 “아무래도 시민들의 바람으로 탈시설이 결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화남도 크다. 그런 감정은 저도 존중한다”며 “먹고 자고 돌봐주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아직은 (탈시설이) 귀에 안 들어온다. 의지가 있으신 몇 분은 지금도 (탈시설을) 준비하고 계시지만, 한 번에 탈시설화한다는 건 대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구시 욕구 조사가 끝나면 구체적인 탈시설화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희망원대책위는 욕구 조사와 별개로 시설 자체적인 상담을 통해 탈시설을 지원할 수 있고 주장했다.

전근배 집행위원은 “당장 생활환경이 바뀌니까 불안하고 두려운 건 당연하다. 그렇다고 해서 탈시설이라는 방향을 바꾸는 게 아니라, 어떻게 교육하고 상담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희망원은 개인의 탈시설 욕구 이전에 범죄가 일어난 시설이었기 때문에 폐쇄가 결정된 거다. 그에 따른 탈시설을 위한 준비를 하고 추진을 해야 하는데, 그 부분이 부족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