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금복주보다 심각”···여성단체, 대구은행 앞 1인 시위하기로

대구은행, “읍참마속으로 직원 징계하고, 인권센터 만들어 지켜봐 달라”

12:13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등 대구지역 여성·시민·노동단체는 다음 주 월요일(14일)부터 대구 칠성동 대구은행 제2본점 앞에서 출퇴근 1인 시위를 시작하기로 했다. 대구은행이 최근 불거진 성추행 사건에 대한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놓지 않았다는 이유다.

지역 54개 시민사회단체는 10일 오전 대구시 북구 칠성동 대구은행 제2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은행이 성추행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이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속적으로 성희롱이 발생했고 누구 하나 문제제기 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면 근본적으로 대구은행 조직문화를 바꾸지 않는 한 사건은 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대구은행은 최근 불거진 직장 내 성추행 사건을 수습하면서 가해자 4명을 파면, 정직 등 중징계에 처하고 지난 1일부터 인권센터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인권센터는 지점장급 센터장 1명과 직원 2명으로 구성됐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센터장이 여성이고, 여직원을 포함해 직장 내에 신망이 두터운 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성단체는 지금껏 대구은행이 내놓은 대책이 실효성이 없다면서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성추행 사건이 불거진 후 제보로 확인하고 있는 대구은행 내 성추행 문제나 여성 인권 실태가 고질적이라는 이유다.

남은주 대구여성회 대표는 “피해 사례 면담자 중에서는 그게 문제가 되는 줄 몰랐다고 말하는 분도 있다. 그만큼 은행 내에서 당연하다는 듯 행위들이 이뤄졌다는 것”이라며 “대구은행이 좀 더 나은 직장으로 나가기 위해서라도 지금 제대로 된 실태조사를 하고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해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구은행 인권센터에 대해서도 신뢰를 하지 못했다. 강혜숙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인권이랑 단어가 우리 생활 곁에서 많이 사용되지만, 오용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인권센터 설치는 좋지만 전제되어야 할 건 철저한 조사를 통해 문제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건이 보도되고 한 달이 지날 동안 실태조사결과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건 해결을 위해 시민사회계와 소통하려는 모습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남은주 대표는 “지난번에 여성차별 문제가 있었던 금복주보다 대구은행이 더 심하다”며 “금복주는 시민단체가 요구하는 것이나 대화에 열심히 하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대구은행은 대화를 안 하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구은행 관계자는 “실태조사나 교육 진행 과정에서 은행도 내부적으로 노조와 관계 문제도 있고 협의해야 할 것들이 많다”며 “여성단체와 만나서 협의를 좀 하자고 했지만 잘 응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직원 징계도 이 정도 중징계를 한 적 없을 정도다. 읍참마속의 눈물을 머금고 직원들 징계도 했고, 인권센터도 설치하면서 노력하고 있다. 이 부분도 좀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역 여성·시민·노동단체는 이대론 대구은행 성추행 사건이 제대로 해결될 수 없다면서 다음 주부터 1인 시위를 진행하며 근본적인 해결책을 촉구할 계획이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면서는 대구은행 통장을 찢는 퍼포먼스를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