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환의 촛불일기] 관군의 출구전략, 제3부지론 (1)

사드배치 철회 성주투쟁 365일의 기록 (5) 2016.8.16~8.22

15:09

[편집자 주=2016년 7월 13일 국방부가 성주에 사드 배치를 결정한 이후 1년이 지났다. 김충환 사드배치 철회 성주투쟁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성주군민들이 벌인 투쟁을 매일 기록했다. 출간을 준비 중인 ‘사드배치 철회 성주투쟁 365일의 기록, 촛불일기’를 매주 금요일 <뉴스민>에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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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6일(화) 35일째
김관용 도지사가 제3부지 검토를 공론화했다. 정부가 성산포대만 고집해서는 문제를 풀 수 없다며, 사드배치 장소로 성산포대 대신 성주 롯데골프장, 염속산, 까치산 등 제3부지 검토를 제안한 것이다. 사드배치라는 불가피한 국가안보의 중대사를 놓고 국론이 분열하는 지금 상황이 안타깝다며 다양한 주장은 할 수 있으나 나라 안위보다 우선하는 가치는 없다고도 했다. 누가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으며, 무엇이 진정한 안보인지 모르는 이런 인간이 도지사를 하고 있다. 기만책이 시작됐다.

▲2016년 10월 18일, 사드 제3부지 수용 촉구 기자회견을 연 김관용 경북도지사 [사진=경상북도]
도지사가 호소문을 발표를 하자, 바로 성주군 27개 단체가 성주군청 앞에서 호소문을 환영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로써 저들은 국방부, 도지사, 국회의원, 군수가 짠 각본에 의해 계획적으로 움직이고 있음이 드러났다.

27개 단체는 민주평화통일성주군협의회, 성주군청년유도회, 성주향교전교, 성주유도회, 박약회, 담수회, 상이군경회, 전몰군경유족회, 전몰군경미망인회, 보훈단체협의회, 6.25참전유공자회, 고엽제전우회, 성주군재향군인회, 성주군재향군인회(여성), 무공수훈자회, 월남전참전자회, 한국자유총연맹성주군지회, 자유총연맹성주군지회(여성), 성주군의용소방대, 성주군여성의용소방대, 성주군환경지도자연합회, (사)전국한우협회성주군지부, (사)낙농육우협회성주군지부, (사)대한양돈협회성주군지부, 성주군축산단체협의회, 여성기업인협의회성주지회, 성주군중소기업협의회이다. 8월 8일 제3부지를 수용하자고 결의문을 낸 12개 안보단체에 15개 단체가 더 추가됐다.

문정식 성주군축산단체협의회장은 “군청 축산계장이 ‘도지사가 오니 참석해 달라’고 해서 왔다.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참석했는데 제3부지로 결정하라는 내용인줄 알았다면 참석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했다.

-14:00 성주군 27개 단체 23명이 성주군청 앞에서 “경북도지사 성명서에 따른 우리의 입장”을 발표했다.
-김천시의회 의원들이 사드배치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8월 17일(수) 36일째
한민구 장관이 성주군청에서 투쟁위원회와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완영이 제3부지 검토를 요청했고. 한민구가 군민의 뜻을 모아주면 검토하겠다고 했다. 군수를 비롯한 관군들이 총대를 메라는 것이다.

▲2016년 8월 17일 군민 간담회에 참석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가운데)

급한 것은 국방부다. 공작이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군수는 어리석어 굴복할 것이다. 투쟁위원회는 사드배치 철회 후 전면재검토를 요구했으나, 저들은 계획대로 움직일 것이다. 제3부지로 주민들을 분열시키고, 사드반대 주민들을 고립시키려 할 것이다.

우리는 36일째 촛불을 밝히고 있다.
사드만 물리칠 수 있다면 360일도 우리는 견딜 것이다.
폭정 같은 폭염의 여름이 가고
우리들 생계 같은 엄동설한의 겨울이 오더라도
우리는 기어이 촛불을 밝힐 것이다.

우리는 사드 덕분에 세계적인 사람들이 되었다.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열망하는 사람들이 주목하는
성주 사람들이 되었다.
<김수상의 시, ‘똑똑히 보아라, 우리가 바로 평화다’ 중에서>

-10:00 사드배치 반대 대구경북대책위원회가 경북도청에서 “성주 사드반대 민심 우롱, 음모적 제3부지 운운하는 김관용 도지사 규탄 기자회견”을 했다.
-14:00 투쟁위원회가 국방부와 간담회를 가졌다. 이완영과 김항곤도 참석했다.

8월 18일(목) 37일째
투쟁위원회가 주민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주민 3백여 명이 참석했다. 국방부와 간담회 내용 보고, 군민과 소통방안, 향후 사드배치 투쟁 방향 논의하는 것으로 계획되었으나, 그동안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동원되어 제3부지 사드 배치를 주장했다. 난장판이 됐다. 군수가 동원한 사람들은 발언 내용도 미리 준비를 하고 왔다. 사드철회 투쟁을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군수의 지시를 받고 있는 투쟁위원회도 이 상황을 난감해했다.

▲2016년 8월 19일 열린 성주투쟁위-군민 간담회

“국회의원이면 촛불집회에 나와야 한다. 장관더러 대책을 마련하라고 해서, 대책을 놓고 주민들하고 논의해야 한다. 장관도 부르고 도지사도 부르라고 뽑아줬지, 장관, 도지사를 쫄쫄 따라다니며 딸랑딸랑하라고 뽑아준 게 아니다.”라고 발언했다.

이보미(용암면)는 “언론이 어떻게 조작하고 왜곡하든 쫄지 말자. 우리 목소리를 알려주는 언론도 있고 전국에서 함께 사드배치 반대를 외치는 지원군이 있다. 투쟁위 공식 입장은 사드배치 철회다. 그게 이기는 길이다.”고 했다.

심복남(성주읍)은 “유럽의 한 섬마을 방천에 물이 샜다. 구멍이 커지려는데 한 아이가 몸으로 막아서 마을을 구했다. 한 사람이라도 신념 있는 사람이 남아 있다면 이 싸움은 우리 편이 이긴다. 분명히 승산 있는 싸움이다.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모든 굴삭기를 동원해 성산을 깍아 버리겠다.”는 현수막이 걸렸다.

-09:30 재경성주향우회(회장 손영웅) 80여명이 성주군청을 방문하여 “국방부는 제3부지 선정을 즉각 이행하라”는 현수막을 들고 결의대회 및 기자회견을 했다.
-김천시와 김천시의회가 성주골프장 사드배치 반대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8월 19일(금) 38일째
투쟁위원회가 ‘사드 철회’와 ‘제3부지 수용’을 놓고 난상토론을 벌였다. 사드 철회를 주장하는 위원들은 “지금까지 대한민국 어디에도 사드는 안 된다고 외치다 제3부지를 받아들이면 명분이 없어진다. 사드 철회 투쟁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3부지 찬성하는 위원들은 “제3부지를 받아들이고 국방부와 협상을 벌이는 게 바람직하다.”는 논리를 폈다.

보름 만에 군수가 촛불집회에 나와 발언했다. “제3부지 문제가 나왔으면, 그것 또한 투쟁위에서 검토해야 합니다. 투쟁위에서 군민의 뜻을 잘 담아 표출을 해주리라 생각한다.”고 말해 주민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 분명하다. 제3부지는 군수와 군수의 지시를 받은 투쟁위원들의 출구전략인 것이 확실했다.

▲2016년 8월 19일 촛불문화제 참석한 김항곤 군수. 김 군수는 8월 4일 촛불문화제 이후 처음 참석했다.

-10:30 투쟁위원회가 회의 후 “제3부지 검토 없었다. 사드철회 입장 변함없다”고 했다.
-서울에서 “사드 한국배치 저지 전국행동”이 발족했다.

8월 20일(토) 39일째
촛불집회에서 발언했다.

성주의 지세는 소가 누워있는 ‘와우형(臥牛形)’이다. 동쪽에는 낙동강이 있고, 서쪽에는 가야산이 있어 소가 도망을 못 간다. 남쪽에는 호랑이가 엎드린 모양 ‘복호형(伏虎形)’ 성산이 있어 소가 도망을 못 간다. 초전은 풀 초(草), 밭 전(田)이다. 풀밭이 있는데 소가 도망가겠느냐? 예로부터 소는 재산이다. 우리 성주는 소가 있어야 잘 산다. 그런데 성산이든 초전이든 사드 들어오면, 소가 전자파 싫어서 도망가고 성주 땅의 지세가 바뀔 것이다.

저들은 우리 뜻을 모아주면 제3부지 검토한다는데, 계속 기다리라고 해야 한다. 우리는 촛불 들고 느긋하게 있으면 된다. 제3부지는 국방부가 정할 일이다. 왜 그걸 우리한테 묻느냐. 성산포대 철회한 다음에 미국에 보내든 초전에 보내든 해야 한다. 그 다음에 우리가 판단한다. 사드가 초전에 오면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초전에 오는 사드는 초전에 박살낼 것이다.<발언 중에서>

-10:30 투쟁위원회 회의에서 사드 반대파 투쟁위원들이 찬성파의 제3부지 논의를 저지했다.
-14:00 성주군이 이장상록회를 소집하여 제3부지 지지를 논의했다.
-19:30 김천민주시민단체협의회 8백여 명이 “한반도 사드반대 촛불문화제”를 했다.

8월 21일(일) 40일째
투쟁위원회 회의에서 “부적합지 성주 성산포대 사드배치 철회를 전제로 적합한 지역 선정을 검토해 줄 것”을 합의했다. 그러나 군수의 지시를 받은 대변인 겸 홍보분과장인 노광희 군의원이 “마지막 합의문의 투쟁위 검토”를 거치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기자회견을 했다. 투쟁위원회는 주민들의 거센 저항으로 기자회견 발표 무효를 선언했다. 국방부와 국회의원과 도지사가 정부와 성주군과의 싸움을, 군수파와 주민파의 싸움으로 만들었다.

손승호(초전면)는 “미국이 좋아하는 무기를 갑자기 가져다 놓았을 때, 우리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런데 이제 와서 성주가 제3부지를 지정하면 검토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중에 제3부지 가본 사람 있습니까? 가보지도 않은 우리한테 왜 제3부지를 이야기하라고 하느냐? 언제 성주 올 때 물어봤느냐? 국방부 하는 말이 인구가 적다고 여기 왔다는데, 그러면 인구가 더 적은 곳으로 가도록 찬성하는 게 말이 됩니까?”고 했다.

배윤호는 “그동안 군수는 군민 편에 섰지만, 사실은 국방부 편에서 일했다는 게 드러났다. 투쟁위 해산시키고, 이장들이 의견을 모아주면 이것을 가지고 주민의견이라며 제3부지를 결정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장님들이 우리가 왜 3부지를 정해야 하느냐며 항의했고, 무산됐다고 한다. 국방부 입장에서 국방부가 원하는 걸 한다면 투쟁위가 아니며, 그것을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고 했다.

노성화(금수면)는 태종 이방원(李芳遠)과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가 주고받은 ‘하여가’와 ‘단심가’를 패러디해 ‘박근혜 하여가(何如歌)’와 ‘성주 군민 단심가(丹心歌)’를 낭송했다.

이곳인들 어떠하리 저곳인들 어떠하리
안보용 사드 설치 희생한들 어떠하리
국민은 개돼지 그 목숨 뭐 그리 소중하랴 -<박근혜 하여가>

내 목숨 소중하면 남 목숨 소중하고
핵 괴물 사드설치 우리 조국 어디라도
사드퇴치 일편단심(一片丹心) 변할 수야 있으랴 -<성주 군민 단심가>

김윤성(초전면)은 “열심히 일하는 투쟁위원들도 많다. 왜 뒤에서 다른 이야기하는 투쟁위원들 때문에 욕을 먹는지 모르겠다. 욕먹을 짓 하는 투쟁위원들을 쫓아내 보내자. 부군수가 오늘 전기스위치를 내리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촛불은 절대 꺼지면 안 된다. 군수는 이장들 모아서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 배신하는 군수는 각성하라!”고 했다.

발언했다. ‘사드오적(五賊)’과 ‘성주 사드삼적(三賊)’을 발표했다. 사드오적은 박근혜 대통령,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황교안 국무총리, 한민구 국방부장관, 윤병세 외교부장관으로 선정했고, 성주 사드삼적으로는 김관용 경상북도 도지사, 이완영 의원, 김항곤 성주군수를 선정했다.

사드배치 철회를 안 하고 제3부지를 이야기할 사람들은 투쟁위에서 다 나가고 새로운 사람이 들어가서 확대 재편해 똘똘 뭉쳐 싸워야 한다며, 배윤호를 투쟁위에 보내자고 제안했다. 군민들이 환호했고, 이를 수락했다. 그러자 이재동 사회자가 1명만 보낼 수 없다며, 김충환(수륜면)도 투쟁위에 보내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촛불주민대표로 추대됐다.

8월 22일(월) 41일째
10:00 군수가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이완영 국회의원, 이수경 도의원, 배재만 의장, 배복수 군의원이 배석했다. 경찰과 공무원들이 주민들의 출입을 막았다. 항의하는 주민들은 끌려나왔다. 군수는 “국방부는 성산포대를 제외한 제3의 적합한 장소를 사드배치지역으로 결정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군수가 사드배치 철회에서 제3부지 요청으로 입장을 바꿨다.

▲2016년 8월 22일 오전 성주군청 1층 대강당에서 제3부지 건의에 나선 김항곤 성주군수.

도지사 호소문 발표, 안보단체 기자회견, 관변단체 지지 집회, 재경향우회지지 집회, 투쟁위원회 와해 공작, 군수 기자회견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저들의 계획된 공작이었고, 주민들을 이간시키는 분열책이었다. 제3부지가 관군의 출구전략이었던 것이다.

성주군은 저녁부터 촛불집회를 방해했다. 전기 공급을 중단하고, 군청을 폐쇄하여 화장실 출입을 못하게 했다. 긴급하게 발전기를 동원하여 최소 전기사용으로 촛불집회를 이어갔다. 이재동 사회자가 묵념에 이어 늘 부르던 ‘농민가’를 부르지 않고 고향을 꼭 지키자며 ‘고향의 봄’을 부르자고 했다. 1천명의 주민들이 서서 촛불을 흔들며 노래를 부르는데 눈물이 났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린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발언했다. “국방부는 성산포대가 최적지라더니 나중에는 골프장이 최적지라고 할 것이냐?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투쟁위원회는 제3부지를 추천해 달라고 하는 순간, 동력을 잃어버릴 것이다. 촛불이 명분을 지켜야 한다, 힘든 여정이라도 우리는 매일 즐겁게 촛불을 들어야 한다.”

충북 청주에서 페친 박종호, 전금희가 촛불집회를 찾아와 클래식 기타로 “아리랑”을 연주했다. 이수미(월항면)와 페친 넷이서 첫 대면을 했다.

-군수 기자회견 후, 주민 2백여 명이 제3부지를 수용할 수 없다는 기자회견을 했다.
-김천 농소면 주민 5백여 명이 촛불집회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