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준의 육아父담] ‘집안일’ 잘하는 꿀팁

‘가사노동급여’를 지급하면 좋겠지만, 여의치 않다면 ‘자체보상’이라도 시행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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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사를 보니 한국 남자의 가사분담 시간이 45분에 불과해 OECD 최하위 수준이라고 한다. 대단한 선진국인 것처럼 떠들어대는 OECD 순위에 일 많이 하는 것 빼고 우리가 언제 최하위 아닌 게 있었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애들 목욕시키는 것은 가사분담에 들어갈까? 책 읽어 주고 놀아 주는 것은? 이런 일, 저런 일이 가사분담이 아니다 하더라도 집에 있는 시간에 비하면 사실 45분이라는 시간이 적은 시간은 아니다. 주말을 제외하면 보통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서너 시간 정도. 그 서너 시간만이라도 편하게 쉬고 싶지만 광범위한 이놈의 ‘집안일’은 틈을 안 준다. 때로는 ‘가사노동’이라고 거창하게 부르기도 하는 ‘집안일’. 일당을 쳐주는 것도 아니고, 딱히 성과도 보이지 않는 ‘집안일’은 누구나 하기 싫은 골칫거리다.

그러기에 현실 부부가 다른 집과 가장 비교를 많이 하고 논쟁을 많이 하는 것이 바로 ‘가사노동’이다. 어떤 집은 이렇게 해준다는데, 또 어떤 집은 이렇게 나눈다는데 그 푸념과 비교의 중심에는 ‘가사노동’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아내의 하소연과 애로사항이 있다. 대체로 남편은 도움을 주는 조력자에 불과하다.

‘집안일’은 여자가 하는 것이라는 생각은 여전히 지배적이고 돈을 벌면 집안일은 안 해도 된다는 인식이 깊숙이 깔려있다. 소득이 높을수록 가사노동의 책임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진다. 집안일은 밖에서 고생하는 사람을 위해 집에서 노는 사람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 셈이다. 그래도 결혼 생활을 몇 년하고 아이가 생기면 생활 속에서 합의된 서로의 역할은 있기 마련이다.

누가 밥을 하면, 누구는 설거지하고, 누가 청소기를 돌리면 누가 걸레질을 하고 이런 식으로 말이다. 어차피 집안일은 누구나 하기 싫다. 티도 안 나고 곧 더러워질 것도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하기 싫은 일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떠넘기는가, 서로의 상황에 맞게 충돌 없이 잘 나눠서 하는지가 제일 중요하다. 그게 바로 집안일 잘하는 ‘꿀팁’이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고 집안일은 못 참는 사람이 하는 법이다. 설거지가 수북이 쌓이고 방바닥에 머리카락이 굴러다녀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이 있는 반면에 못 견디는 사람이 있다. 부부 둘 다 괜찮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 분명 약간의 차이라도 못 참는 사람이 생긴다. 그럴 때 못 참는 사람이 나서서 해결하면 된다.

음식물 냄새가 싫고 더러운 싱크대가 거슬리면 설거지를 하면 되고, 먼지구덩이를 못 견디면 청소기를 돌리면 된다. “당신 이거 안 보여? 왜 안 해?”라고 말해도 소용없다. 상대방은 별 불편함을 못 느낀다. 내 눈에만 보이는 일감들에 대해 잔소리를 거듭할수록 돌아오는 것은 “그러면 당신이 해”라는 핀잔이다. 미루지 말라. 그게 바로 내 일이다. 그리고 명심하자. 집안일에 최선은 없다. 상대적으로 좀 덜 하기 싫은 일은 차악이 있을 뿐. 아내는 손에 물 묻히는 일을 죽어라 싫어한다. 덕분에 설거지, 걸레 빨기, 하다못해 쌀 씻는 일까지 나의 독차지다.

나는 정리하는 것이 그렇게 싫다. 책상 위, 애들 장난감, 인형들까지 쭈그리고 앉아 진도 안 나가는 일들은 손도 대기 싫다. 그래서 그건 아내의 일이다. 힘을 팍팍 써서 빨리하는 일은 그래도 할 만한데 꼼꼼하게 치우고 없는 물건 찾는 일은 영 소질이 없고, 그렇게 싫을 수가 없다. 하기 싫은 일 중 그나마 할 만 한 일, 그게 자신의 과업으로 생각하면 된다. 대체로 집안일은 남자가 유리하다. 손 안 닿는 구석구석 청소하기 쉽고, 힘쓰는 일도 척척이다. 물론 할 만 한 일인지 아닌지의 판단은 각자의 몫이지만 말이다.

또 집안일은 무엇보다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일을 하는데 낮잠을 쿨쿨 자고 있다면? 스마트폰만 붙들고 있다면? 딱히 그 사람이 할 일이 없어도 얄밉다.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때는 같이 뭐라도 하는 게 좋다. 다음 일을 할 수 있도록 사전작업도 괜찮다.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 뭘 하는 시늉이라도 하면 된다. 물티슈로 괜히 바닥을 한번 훔쳐보기도 하고, 먼지떨이 들고 이곳저곳 털어보기도 하고, 애들하고 같이 놀기도 하고, 찾아보면 할 일은 천지다. 같이 하면 하기 싫은 일도 덜 힘들고 빨리하게 된다. 협동의 힘은 생각보다 놀랍다.

마지막은 격려 칭찬으로 훈훈하게 마무리하자. 실컷 일을 한 사람을 본체만체하면 본전 생각에 내가 왜 이 고생을 했나 싶다. 그냥 따뜻한 말 한마디면 된다. “고마워. 고생했네.”, “당신 덕분에 훨씬 깨끗해졌네.” 딱히 어려운 말도, 오글거리는 말도 아니다. 모두를 위해 고생한 상대방에게 인사치레 한 마디 정도면 된다. 솔직히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대신 해준 사람 아닌가? 입으로 때우기, 참 편하고 쉬운 방법인데 안 할 이유가 없다.

분리수거장 앞에서 많은 남편들을 만난다. 많은 남편들이 유독 쓰레기 버리는 것만큼은 도맡아 한다. 바로 담배 한 대라는 보상이 있기 때문이다. ‘집안일’에도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 국가에서 ‘가사노동급여’를 지급하면 제일 좋겠지만, 당장 여의치 않다면 ‘자체보상’이라도 우선 시행하자. 그게 시간이든, 선물이든, 말 한마디 무엇이라도 좋다. ‘집안일’은 집에서 노는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 아니다. 아무도 하기 싫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 일상에 지친 가족을 위한 배려와 희생이다. ‘집안일’, ‘가사노동’ 그 무엇이라 부르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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