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성주촛불, 니 이럴 줄 알았다 /김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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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9 10:50 | 최종 업데이트 2017-08-19 22:11

성주촛불, 니 이럴 줄 알았다
-소성리 할매 어조(語調)로

김수상

내 이럴 줄 알았다
성주촛불, 니 이럴 줄 알았다

일단 만세다
일단은 안심이다
성주촛불 이끄는 지도부를 믿고
가던 길 다시 간다하니
빨래터 물소리도 경쾌하구나
밤하늘에 달이 밝아도
마음은 캄캄하더니
이제 회관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든든한 빽을 다시 얻은 기분이구나

우리 할매들은
투쟁의 방식, 운영의 방식 그런 거 모른다
6주체 그런 긴 이름도 다 외우지 못한다
다만 유모차 밀며 빼앗긴 진밭을 올라갈 때
함께 울고 웃어주던 그 순한 마음들만 기억난다
사드 들어오던 날,
집채만 한 트럭에서 이빨을 드러내고 웃던
미국 병사 놈의 웃음만 기억이 난다
놀라서 그랬다고?
놀랐으면 뒤로 자빠질 일이지, 왜 웃고 자빠졌노

성주촛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소성리 상황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 할매들에게 중요한 것은
투쟁의 방법도 운영의 방식도 아니다
우리 살던 옛날만 다시 찾아오면 된다
그렇게 하려면 저 사드부터 빼내야 한다
사드 저 괴물은 올 때는 쉽게 오더만
보내는 건 왜 이리 힘든지 모르겠다
사드만 가면 우리는 편하게 살아,
우리 보고 잘해달라고 그랬나,
농사지어 우리 거 우리가 먹고 살면 되는데
왜 저 지랄들을 하는지 몰라
만약에 전쟁이 나봐
육이오 동란은 난리도 아니야
너나없이 다 죽어
우리 할매들은 몸으로 먼저 알아
논 팔고 소 팔아 공부시켰을 텐데
배워처먹었다는 것들이 우째 더해
알고 그러는지 모르고 저러는지
우예뜬지 사드 뽑아내고 다시 옛날처럼 살고 싶어

이젠 우리 일엔 우리가 나서야 해
도와주는 사람들이 고맙긴 하지만
지쳐서 힘들면 자기 집으로 가게 마련이야
결국엔 남는 건 우리만 남아
우리 집 앞마당에서 벌어진 싸움이지만
가만 보면 이건 대국들끼리 하는 고래싸움이야
그러니 더욱 이 싸움의 맨얼굴을 알리고 알려야지
사드로 북한 미사일 못 막는 것을
저승 갈 날짜 예약해놓은 우리들도 아는데
왜 저 인간들만 모를까

그러니 힘 있는 것들하고 싸우려면
서로 눈 흘기지 말고 뭉쳐야지
어려울수록 서로 정을 내고 어루만져야해
우리가 해준 밥 든든하게 먹고
우리 곁에 남아서 야윈 우리 손 좀 잡아줘
별빛 달빛 까무러치는 캄캄한 밤에
우리 등불 되어줘
내 이럴 줄 알았다카이
성주촛불, 니 잘할 줄 알았다카이

* 성주촛불 401일. 2017년 8월 17일 저녁 8시, 성주촛불은 평화나비광장에서 총회를 열고 2기 운영위원 18명에 대한 재신임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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