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교육, 노동, 생명, 평화, 정의 빠졌다” 대구미래교육상상포럼 발족

행복교육, 교육수도 대구...그런데 정말로 행복하십니까

10:34

“대한민국 교육수도 대구”, “대한민국 행복교육의 수도 대구”

대구를 수식하는 말에는 ‘대프리카’, ‘고담대구’만 있는 것이 아니다. 버스나 건물 한켠에 걸린 현수막에서 ‘교육 수도’, ‘행복 교육 수도’라는 문구를 발견할 수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2015년 특허청에 슬로건 등록을 마치고 대구 교육 상징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정말로 대구 교육은 행복할까.

“아니오”라고 답하는 이들이 모였다. 이들은 대구 교육을 진단하고 대구 교육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교사, 학생, 학부모, 학교 비정규직 등 교육 주체들이 존중받고, ‘노동’의 가치와 더불어 생명, 평화, 정의를 익히는 민주 시민 교육이 필요하다며 변화를 말했다.

25일 오후 7시,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강연장에서 대구미래교육상상포럼 공동대표단 발족식과 대구교육자치 7년 평가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 시민 70여 명은 대구 교육의 변화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대구 교육이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라고 본다. “행복 교육”이라는 슬로건 아래 교사, 학생, 학부모,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모두 불행한 모습이 가려졌다는 것이다.

전교조 조합원인 강태원 씨는 우동기 교육감이 이끈 지난 7년의 대구교육을 평가했다. 객관적 지표 자료가 없어 평가가 어렵지만, 대구 교육이 나아졌는지, 정말로 행복한지 물으면 답이 의외로 간단하다고 했다. 교육 주체가 느끼는 현실이 바로 실질적 평가라는 설명이다.

강태원 씨는 “교육청이 강조하는 평가 결과는 교육부 정책을 얼마나 충실하게 잘 따랐는지를 평가한 결과”라며 “교육부 정책이 잘못 됐다면 잘못된 정책을 1등으로 수행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어 “각종 평가에서 우수한 결과를 받았지만, 체감은 다르다”라고 말했다.

강태원 씨는 대구교육청이 제시한 ‘핵심 역량’ 등 교육정책을 분석하며 “경기, 광주, 전북교육청 등 다른 교육청에 비해 핵심 역량이 구체적이지 않다. 결국 실질적으로는 방향 없는 입시만을 위한 교육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정책을 학교 현장에 적용할 때, 평가를 위한 ‘보여주기 식’ 현상도 지적했다. 1교 1브랜드 학교인성교육 등의 ‘행복교육’ 정책은 학교 현장에서는 ‘100권 읽고 1권 쓰기’ 행사나 동아리 운영 강화 등 전시성 정책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강태원 씨는 다양한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해 교육정책을 확립하고, 사회를 바꾸어나갈 인재를 양성하며, 대구 나름의 교육을 만들고, 대구 교육의 방향을 논의할 교육위원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임정금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대구지부장의 학교비정규직에 대한 정책 설명도 이어졌다.

임정금 지부장은 “우동기 교육감의 정책은 보여주기에 급급하다. 정작 학생이 행복한지에 대해서는 중심을 두지 않는다. 학교의 모든 주체가 행복해야 학생도 행복하다”라며 “우리는 내년 교육감 선거가 중요하다고 본다. 교육공무직본부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정금 지부장은 대구교육청이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대화에도 진정성있게 나서지 않으며, 교육 현장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학부모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대구 교육’, ‘대구교육청의 청소년노동인권교육 방향’에 대한 발제도 진행됐다.

토론 이후 대구미래교육상상포럼 공동대표단 발족식도 열렸다. 이들은 발족선언문을 통해 “우동기식 행복교육은 이명박, 박근혜표 교육”이라며 “여전히 대구 교육은 경쟁과 입시, 전시행정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현장의 교사는 자존감이 떨어지고, 교육의 주체로 서려는 의지마저 꺾였다”라고 밝혔다.

이어 “학부모가 자녀들을 결쟁에 내몰도록 만드는 가운데, 학생은 학교를 떠나거나 암기와 경쟁, 입시에 삶과 꿈을 빼앗기고 있다. 교육을 받을 수록 삶의 기본인 노동을 천시하는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보수적인 대구 교육을 가장 멋지게 만들어야 한다. 노동을 배우고 존중하는 교육, 생명, 평화, 정의의 가치를 익히는 민주시민 교육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대구미래교육상상포럼은 앞으로 대구교육 실태조사 및 대안 연구, 주간교육 놀이터 개최, 월례교육포럼 개최, 포럼보고서 발간 및 소식지 배포에 나설 계획이다.

포럼 공동대표단에는 현재 30여개 지역 단체나 개인이 참여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공동대표단과 회원 모집에도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