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아사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왜 대구지방검찰청 앞 농성을 시작하는가?

2015년 7월 21일 고소 사건은 아직도 검찰 캐비닛에서 멈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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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구미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들이 대구지방검찰청 앞에서 농성을 시작한다. 공장 앞, 구미시청, 서울정부청사, 청와대 앞 농성까지 천막에 의지한 길거리 생활을 한 지도 2년이 지났다. 이번에는 검찰이다. 농성을 한다고 검찰이 쉽게 바뀌냐고 냉소하지 말자, 노동자들도 그 정도는 안다.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불법파견 조사 자료를 쥐고 있는 검찰을 만나 ‘어떻게 하실겁니까’ 물어봐도 대답이 없다는 사실을 몸으로 겪었다. ‘우리가 이렇게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는 데 검찰 책임이 있습니다’라는 사실을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농성이라도 하지 않으면 각종 특혜를 받고 경북 구미 국가산업단지에 들어온 외국 투자기업인 아사히글라스가 문자 한 통에 해고한 노동자들 이야기를 TV, 신문에 한 줄 나오는 것도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그럼 가던 길을 멈춰 서고, 1분만 들어보자. 그들이 대구지방검찰청 앞에서 농성을 시작하게 된 사연은 아주 단순하다. 검찰 캐비닛에 노동자들의 해고가 부당하다는 근거가 될 만한 자료가 2년 째 묶여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5월이었다. 구미 4국가산업단지 아사히글라스화인테크코리아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 138명은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정규직은 800여 명, 비정규직은 300여 명, 비정규직은 모두 3개의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회사가 생긴 이래 비정규직은 최저시급에 따라 월급을 받았고, 3교대와 주야맞교대 근무로 명절도 없이 일했다. 점심시간은 고작 20분, 실수하면 빨간색 징벌 쪼기를 입고 일해야 했고, 물량이 줄어들면 권고사직이 빈번하던 곳, 참고 참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노조 결성 한 달이 지난 6월 30일, 아사히글라스는 노동조합에 가입한 GTS 소속 노동자에게만 공장 내 전기공사를 한다며 하루 쉬라고 했다. 그리고 이날 아사히글라스는 하청업체(GTS)에게 도급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GTS는 7월 29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문자로 해고 예고 통보했다. 매년 갱신하는 도급계약이 6개월이나 남은 시점이었다. 회사는 PDP 생산을 중단하면서 정규직 노동자들의 일자리 마련을 위해 도급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직원 1,000명이 넘는 이 회사가 6개월 앞날도 예측 못했다는 이야기다.

노조는 7월 1일 공장 앞에서 천막 농성을 시작했지만, 회사는 희망퇴직을 접수받았다. 그리고 8월 31일 자로 모두 해고됐다. 해고를 앞둔 7월 21일 노동자들은 불법파견, 부당노동행위를 이유로 아사히글라스를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구미지청에 고소했다. 그리고 해고된 직후인 9월 14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로 구제신청을 했다. 얼마 후인 11월 6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구제신청을 각하했고, 노동자들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다.

해를 넘기고 2016년 3월 25일 중앙노동위원회는 원청인 아사히글라스의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된다고 판정했다. 이에 불복한 아사히글라스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행정소송을 냈고, 2017년 4월 17일 법원은 회사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제 1부 재판장 김용철) 판결문을 보면, 부당노동행위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유는 이렇다.

“원고가 지티에스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이나 근로관계에 대하여 지티에스와 함께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부담하고 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부당노동행위 사용자로 인정하기 어렵다”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근로자 또는 노동조합에 있고, 가사 원고에게 이 사건 노동조합의 설립에 대하여 부정적인 의사가 존재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도급계약의 해지에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므로, 원고가 이 사건 도급계약의 해지를 통하여 이 사건 노동조합의 조직과 운영에 개입하려고 했다는 부당노동행위의 의사를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존재하였는지 여부는 분명하지 않고…”

요약하면 아사히글라스의 사용자성이 부족하므로 부당노동행위 책임을 묻기 어려울뿐더러,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사히글라스가 사용자성을 지니고 있는지, 구체적인 부당노동행위에는 어떤 사례가 있는지는 누가 증명해야 하는가? 법원은 이 책임이 노동자들에게 있다고 한다. 노동자들이 회사에 들어가 노무 관련 서류 등을 볼 수 없다. 그래서 노동부에 고소했다. 다시 강조하면 노동자들은 2015년 7월 21일 고소했다. 그런데 2년이 지난 현재까지 아직 기소 여부도 정해지지 않았다.

2016년 10월 6일 열린 국정감사장에서 당시 최기동 대구지방고용노동청장은 “사건이 지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사건에 대해 올해 1월, 6월 두 차례 검찰에 수사 지휘를 건의했지만, 보강 수사 지시를 받아 현재 보강 수사 중이다. 가급적 빨리 마무리해서 다지 지휘를 건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해 12월 16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구미지청은 “2016년 10월 31일 대구지방검찰청 김천지청에 수사지휘를 건의한 바, 김천지검은 부당노동행위 부분에 대하여 아사히초자화인테크코리아(주)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하여 서울행정법원에서 진행 중인 행정소송의 결과를 확인하여 원청의 사용자성 여부를 재검토한 후 재지휘 받을 것을 지휘하였음”이라고 했다.

원청 사용자성과 관련된 불법파견, 부당노동행위 수사 자료는 2년 째 검찰 캐비닛에 들어가 있다. 노동청이 몇 차례 요청했지만, 검찰 지휘권 앞에 막혔다. 국회의원들이 진행한 국정감사에서도 노동청장은 ‘검찰’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2년이 지난 사이 대구지방검찰청 김천지청의 담당 검사는 바뀌었다. 해고 노동자들은 김천지청을 수시로 들락날락거렸다. 복직을 요구하는 투쟁 과정에서 회사 측과 구미시청 등으로부터 여러 건으로 고소당했고, 여러 번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불법파견, 부당노동행위 고소 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몇 차례 면담요청을 통해서야 담당검사를 1번씩 만날 수 있었다. 속 시원한 대답이 돌아올 거라 기대도 안 했지만, 높은 벽만 느꼈다.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에 따르면 담당 검사는 “제가 혼자 판단할 수 없다. 대구지방검찰청과 대검 공안부에서 같이 판단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노동 문제와 관련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우리가 새 정부의 중요한 국정목표 중 하나가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존중받는 그런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존중되려면 정부가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그런 정책들을 더 전향적으로 펼쳐야 하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노동자들이 스스로 단합된 힘으로 자신들의 권익을 키워가는 것도 필요한 일입니다.

그런 면에서 노동조합 조직률을 높여 나가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고요. 또 노동조합 조직률을 높여나가겠다고 하는 것이 저의 지난 대선 공약이기도 했습니다.

정부도 노동조합 조직률을 높이기 위해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저는 한편으로 노동조합도 조금 더 대중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그런 식의 노력들을 함께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조합의 결성을 가로막는 여러 가지 사용자 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의지로 단속하고 처벌할 것이라는 것을 미리 예고를 해드립니다.”

사용자 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강력한 의지로 단속하고 처벌하려면 ‘검찰’이 움직여야만 한다. 캐비닛을 열어야 한다.

이것이 해고 2년이 지난 노동자들이 대구지방검찰청 앞에서 농성을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