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과 재벌의 만찬, 맥주만 남고 사라진 노동자

삼성전자서비스지회, 靑 만찬에 결의대회 대응...“호프는 노동자들의 피눈물”

18:03

문재인 대통령과 재벌 총수들과의 ‘호프 미팅’에서 노동자는 보이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재벌들이 마시는 “호프는 노동자들의 피눈물”임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부터 양일 간 청와대에서 주요 재벌 총수들을 초대해 새 정부의 경제정책방향,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문 대통령은 27일 “기업이 잘돼야 나라 경제가 잘된다”는 건배사를 했고, “기업인들이 대한민국 경제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것에 대해 존경한다”고 추켜세우며 대화를 시작했다.

기업인들은 “중국의 사드 영향으로 매출이 줄었다(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태양광 입지 조건을 완화해달라(금춘수 한화 부회장)”, “신고리 5, 6호기 중단이 결정되면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박정원 두산 회장)” 등 애로사항 요구로 답했다.

한화 만이 비공개 간담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85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여전히 기업인들은 “비정규직 개념이 업종마다 달라 정규직화에 애로가 있다”며 구체적인 비정규직, 정규직 개념도 못 잡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동자들이 문 대통령-재벌 총수 간담회를 비판하며 비정규직 문제와 위장도급, 노조탄압 등 기업 범죄를 먼저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사진=청와대]
삼성, 간접고용 비정규직과 반올림의 목소리가 들리는가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28일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계 간담회 참석에 대응해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결의대회를 연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28일 “우리는 청와대-재벌 만찬에 초대받지는 않았지만, 삼성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의 목소리를 전하고자 확대 간부 결의대회를 연다”며 “삼성 총수 일가가 사익을 위해 이윤을 사유화하고, 손실을 사회화하는 동안, 삼성 AS 노동자들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안민지 교선위원은 “어제(27일) 재계 총수 만찬으로 긍정적인 기사들이 많이 나갔지만, 삼성이 확산한 간접고용 비정규직, 위장도급, 노조 탄압 등은 전혀 얘기되지 않았다”며 “이제야 사회 문제로 대두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선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서비스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약 6천 명에 달한다. 이들은 삼성전자서비스가 90% 이상의 수리 업무를 100여 개 도급 업체에 위탁해 기형적인 교섭 구조에 처해 있다.

또한, 반도체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해 삼성 서초 사옥에서 661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반올림 이종란 노무사는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이 반올림 농성장은 외면하면서 청와대에 만찬을 하러 가는 데에 분노한다”며 “권 부회장은 2014년 5월 반도체 직업병을 다룬 영화 ‘또 하나의 약속’ 개봉 후 기자들 앞에서 ‘그동안 직업병 문제를 소홀히 한 점에 사과하고, 제3의 중재안이 있으면 따르겠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롯데‧신세계, 서비스 노동자의 목소리가 들리는가

신동빈 롯데 회장은 오늘(28일) 문 대통령과 사드와 관련된 대화를 할 가능성이 높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할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롯데 노동자는 힘든 건 기업이 아닌 롯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라고 강조한다. 롯데면세점노조 김금주 위원장은 “롯데면세점 노동자들은 올해 임금협상부터 피해를 볼 것”이라며 “회사는 중국 손님이 빠졌다는 이유로 수치를 들이대면서 임금 동결을 말할 것이다. 그간 이곳에서 일한 노동자들이 일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사드 문제 걱정도 더 많이 했다”고 호소했다.

신세계 계열사인 이마트의 노동자들의 원성도 자자하다. 김성훈 이마트노조 사무국장은 “이마트 사업을 총괄하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거짓 홍보를 하는 정부 간담회가 아닌, 노조 의견부터 듣는 자리에 참석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성훈 사무국장은 “최근 정 부회장이 이마트에 비정규직은 없다는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했는데, 지금 이마트 기간제, 단시간 노동자는 3천 명에 달하고, 아르바이트 스탭 사원만 2천 명 정도”라며 “지금 이마트는 무기계약직이 퇴사하면, 그 자리를 3개월, 6개월짜리 아르바이트 노동자로 메우는 등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10월 중앙노동위원회도 이마트 비정규직 노동자의 차별적 처우를 인정하기도 했다. 신세계는 이에 불복하고 행정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KT, 비정규직 청년의 목소리가 들리는가

KT새노조 이해관 전 위원장은 28일 “황창규 회장은 취임하고 노동자 8,304명을 구조조정한 인물”이라며 “정권 바뀌니 ‘1만 명 고용 창출하겠다’라는 언론플레이를 하며 청와대 만찬에 가는 모습이야말로 지난해 재벌들이 최순실 권력의 구호에 박자를 맞췄던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KT새노조는 “KT스카이라이프는 비정규직 청년들을 3년간 4차례나 쪼개기 계약으로 해고된 지 3개월이 되어간다”며 “KT가 비정규직 청년 문제, 낙하산 인사 강행, 문어발식 사업 운영, 비정규직 양산 책임을 지기는커녕 적폐를 쌓고 있다”고 전했다.

KT 계열사인 KT스카이라이프는 지난 4월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두 명을 해고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해고자인 김선호 씨를 직접 만나 포옹하고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공공운수노조 KT 새노조는 이날 만찬에 28일 “KT 황창규 회장이 대통령과 기울이는 호프는 KT그룹산하 노동자들의 피눈물임을 직시하기 바란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현대, 기습 시위할 수밖에 없는 비정규직을 봤는가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7일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에서 ‘범죄자 정몽구는 청와대 만찬, 기아차 비정규직은 해고, 손배로 고통’, ‘정몽구 구속, 법원 판결 이행’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치는 기습시위를 벌였다.

기아차비정규직지회는 “현대기아차그룹 정의선 부회장 문 대통령과 청와대 만찬에 초대된 것에 분노하며, 불법 파견 범죄자 정몽구 회장이 가야 할 곳은 청와대가 아닌 감옥이라고 외쳤다”고 전했다.

금속노조 또한 27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이 먼저 만나야 할 이들은 노조 파괴, 불법 파견, 비정규직 남용 등 재벌의 범죄로 인해 피눈물을 흘려온 노동자들”이라며 “만약 정부가 정부 정책에 대한 협조를 구하는 대가로 재벌 적폐를 눈감아 준다면 노동자들은 결코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7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손경식 CJ 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을 만났다. 28일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허창수 GS 회장,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황창규 KT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과 만남을 갖는다. (기사제휴=참세상/김한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