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황교안 뺑소니’ 손배 소송…정부 측 “블랙박스 영상 원본 없다”

피고 측, 블랙박스 영상 원본·성산포대 진입 후 영상 제출 요구 거부
원고 측 “군사기밀인지는 재판부가 판단해 공개 여부 결정하면 돼”
다음 공판에서 성산포대 진입 후 영상 증거 제출 여부 가려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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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황교안 총리 뺑소니 사건’ 피해자가 대한민국 정부와 경찰관 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공판에서 원고 측의 경찰 블랙박스 차량 원본 영상 제출 요구에 대해 정부 측이 원본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성주 성산포대(공군 제1방공유도탄여단) 진입 후 블랙박스 영상 제출 요구에 대해서도 ‘군사시설 보호구역’이라 제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원고 측은 “군사 기밀인지는 영상 제출 후 재판부에서 판단해서 공개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는 다음 공판에서 이를 판단하기로 했다.

20일 오후 4시 10분 대구지방법원 제14민사단독부(판사 최정인)는 성주주민 이민수(38) 씨와 아내, 자녀 등 5명이 7월 15일 당시 차량에 발길질하고 유리창을 깼던 경찰 3명(경북경찰청 김 모 경사, 김천경찰서 김 모 경정, 성주경찰서 김 모 경위)과 사고 차량을 운전한 경찰 1명(경북경찰청 전 모 경사) 그리고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일곱 번째 변론을 진행했다.

▲ ‘성주 황교안 총리 뺑소니 사건’ 피해자가 대한민국 정부와 경찰관 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피고 측이 제출한 블랙박스 영상 가운데 일부. 후방에서 찍힌 모습이라 황 총리 탑승 차량 오른쪽 앞 범퍼 확인이 어렵다. 다만 제출한 영상 마지막 부분에 성산포대로 진입하는 모습이 나온다. 여기에는 위병 근무 군인과 황 총리를 기다리는 군인 모습이 보인다. [사진=공판 제출 영상 갈무리]

사고 당시 차량 파손 부위를 두고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만큼, 황교안 총리가 탑승한 차량 뒤를 쫓던 경찰 차량 블랙박스 영상이 중요한 증거로 떠올랐다. 그런데 지난 공판에서 정부 측이 제출한 블랙박스 영상은 원본이 아니었고, 성산포대 출입 이후 영상은 빠져 있어 이번 공판에서는 원본 영상 추가 공개 여부가 관심사였다. (관련 기사=‘성주 황교안 뺑소니’ 경찰 블랙박스 영상 5개 중 2개는 왜 편집했을까?)

그러나 피고 측 황선익(정부법무공단) 변호사는 원본 공개와 관련해서는 “원본 영상은 경찰관이 담당PC로 옮기고 나서 다음 운행에 사용하면서 삭제됐다”고 했고, 성산포대 진입 이후 영상 공개와 관련해서는 “순찰차에 설치된 블랙박스에는 성산포대 내부 전경이 촬영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공개되면 국방업무 수행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어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원고 측 류제모(법무법인 우리하나로) 변호사는 당시 이민수 씨와 만난 성주경찰서 경찰관이 블랙박스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한 녹취 파일을 공개하며 “이미 수사상 중요한 증거물로 확보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원본을 확보하고 수사상 증거물로 사용해야 한다”며 “그런데 이미징, 해시값 생성 등 아무런 절차없이 복사본만 확보하고 원본을 파기하는 것은 공전자기록 무효죄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한 형사책임은 별도로 추궁하겠다”고 밝혔다.

성산포대 내부 촬영 영상 공개 요청을 거부한 데 대해서도 류제모 변호사는 “내부 전경이 촬영돼 있고, 군 작전 수행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주장하지만, 블랙박스에 부대의 배치 및 위치를 가늠할 수 있는 전경이 촬영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반박했다.

이어 류 변호사는 “1방공유도탄여단 회신에 따르더라도 ‘부대의 전경’이나 ‘유도탄부대 사격통제 및 발사지역 전체, 유도탄 무기체계’에 한정해서 촬영 및 공개가 불가하다고 회신했다. 또, 영상을 보지 못해 판단을 하지 못한다고 했다”며 “부대 내부가 촬영되었다고 하여 그것만으로 군사기밀로서 공개가 제한되지 않는다고 군부대장이 직접 인정한 것이다. 이는 영상을 재판부에 제출한 다음 재판부가 군사기밀인지 판단해 비공개 또는 부분공개 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사소송법 제347조 제4항은 “법원은 문서가 제344조(문서의 제출의무)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문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그 문서를 제시하도록 명할 수 있다. 이 경우 법원은 그 문서를 다른 사람이 보도록 하여서는 안된다”고 나와 있다. 즉, 증거제출 신청에 대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재판부가 이를 판단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에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 측 의견서를 받은 다음 추가로 판단하기로 했다. 다음 공판은 11월 15일 오후 2시 30분에 열릴 예정이다.

▲2016년 7월 18일 경북지방경찰청 의뢰로 도로교통공단의 사고 현장조사가 진행됐다.

지난해 7월 15일 오전 황교안 총리는 사드 배치 관련 주민설명회를 하겠다며 성주를 방문했다. 성주군민들은 일방적인 통보해 항의하며 황 총리와 대화를 요구했지만, 황 총리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후 군청을 몰래 빠져나가던 황 총리는 오후 6시 10분께 성산포대로 향했다.

이때, 이민수 씨는 황 총리를 포함한 국방부 관계자가 탑승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차량(EF소나타) 앞에 주차했다. 황 총리 탑승 사실을 확정하지는 못했지만, 경찰 수행을 받는 차량 탑승자에게 사드 철회를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앞서 이 씨를 지나친 경찰차에서 경찰 2명, EF소나타에서 경찰 1명이 내려, 이 씨 차량을 밀고 주먹과 발길질로 유리창을 치며 내리라고 외쳤다. 이에 이 씨의 딸(10)과 쌍둥이 아들(7)이 놀라 울기 시작했지만, 경찰은 둔기로 차량 유리를 깼다. 이후 EF소나타가 전진하며 이 씨 차량 오른쪽 뒤범퍼를 들이받은 다음 후속조치 없이 성산포대로 올라갔고, 이후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그러나 피고 측은 사고 차량 수리비 견적서를 제출하면서, 앞 범퍼 손상은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정차한 차량을 들이받고 도주한 ‘뺑소니’라는 원고 측 주장과 팽팽히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