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주류미술에 대한 저항 8년, 썬데이페이퍼 그룹 해체

“관 중심의 문화관광에 바탕한 미술 활동은 대안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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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부터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한 미술 작가 그룹 썬데이페이퍼가 21일 해체했다. 대구 주류 미술계를 비판하며 수십 명이 만든 썬데이페이퍼는 ‘낭만성’, ‘모호함’과 ‘저항’을 키워드로 독창적인 작품활동을 이어왔다.

썬데이페이퍼는 관이 주도하는 대구 미술계의 한계를 비판했다. 2009년 설립한 대구문화재단이 몸집을 부풀리면서 사업 대부분을 주도해 나가면서 자생적인 미술인 그룹은 외소해졌다. 이우환 류의 미니멀 아트나 동시대(contemporary) 미술이 떠오르면서 다양성은 줄어들었다.

썬데이페이퍼는 작가보다 우월한 권위를 가진 미술 비평가·기획자를 비판했다. 그래서 기획자를 거치지 않고, 기획과 비평, 선전을 스스로 생산했다. 한편으로는 8년 활동 동안 썬데이페이퍼 작가들의 문제도 되돌아보았다. 전시 장소나 주최 기관에 따라 작품 준비의 경중이 달라진다거나, 주류 미술과 유행에 따르는 경향도 나타났다.

21일 오후 3시, 썬데이페이퍼는 대구시 중구 삼덕동 아트클럽삼덕에서 지난 활동을 돌아보는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에는 최성규 작가(썬데이페이퍼 대표)와 썬데이페이퍼 회원인 류동인(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 대변인) 씨, 미술평론가 김영동 씨가 발제에 나섰다.

▲최성규 작가

최성규 작가는 “관은 지역 미술인들의 자생적 그룹활동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을 지금도 충분히 하지 않는다. 지역 미술의 자생적 그룹활동을 구체적으로 논의해보고자 하는 의지는 관의 계획에 없다”라며 “김광석 길 벽화 리뉴얼 사업 건에서도 보았듯이, 관 중심의 문화관광을 바탕으로 한 미술 활동이 지속가능성을 위한 미술의 대안이 될 수도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8년간의 그룹활동에서 외부와의 충돌이 많이 있었다. 이렇다 할 비평문화가 없는 대구 미술계 현실 속에서 미술계 내에 어떤 모순된 일이 일어나도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우리도 그것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썬데이페이퍼가 침묵한 것은 사정도 있었지만, 한계였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 지역 미술계 풍토는 극복되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류동인 씨는 성주 주민들이 사드 반대 투쟁에 나서면서 기존의 감각 체계를 벗어나 새로운 감각과 새로운 방식으로 권력에 맞서 싸우는 사례를 소개했다. 김영동 씨는 대구 근대미술의 역사와 동시대(contemporary) 미술에 대해 발제했다.

한편, 썬데이페이퍼는 전시공간인 아트클럽삼덕 외에도 예술중심공간 보물섬(경산시 서상동), 예술공간 거인(영천시 청통면)을 중심으로 다양한 전시전을 열었다.

썬데이페이퍼는 마지막 전시전 ‘스완송(swan song)’을 봉산문화회관에서 진행 중이며, 아트클럽삼덕에서는 썬데이페이퍼 아카이브전을 전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