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대통령 어진 인품만으로 대한민국 정상화되지 않아”

‘대통령 통치력 범위’, ‘중앙집권’, ‘관 주도 성장 모델’ 극복 과제로 꼽아

20:22

안희정 충청남도 도지사는 7일 오후 3시 대구 경북대를 찾아 “한 시대는 국민 모두의 상식이 변화함으로써 변화하는 거지, 나쁜 사람 혼내서 한 시대가 미래로 나아가지 않는다”며 “체제를 바꾸지 않고 대통령의 어진 인품과 민주주의적 성품만으로 대한민국이 정상화되고 미래로 가긴 어렵다”고 적폐청산이 나아가야 할방향에 대한 생각을 풀어냈다.

경북대학교 사회과학기초자료연구소 초청으로 경북대를 찾은 안희정 지사는 사전 신청한 학생 약 100명을 대상으로 적폐청산을 주제로 강연했다. 애초 강연 주제는 ‘대한민국, 지방 그리고 청년’으로 알려졌지만, 안 지사는 “적폐청산에 대해서 여러분과 의견을 나눴으면 한다”면서 약 30분 동안 강연을 진행했다.

▲안희정 지사는 지난해 11월 9일에도 경북 경산 영남대학교를 방문해 지역 청년들과 대화를 나눴다. [사진=뉴스민 자료사진]

안 지사는 “적폐청산의 본질은 국가 권력의 불법행위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며 “국정원, 검찰, 언론. 사회적 공공기관과 모든 영역에서 그 누구도 통치력이란 이름으로 법을 뛰어넘어 특권적 지위를 행사할 수 없다. 이게 민주공화국 헌법 정신”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는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은 아주 기본적 일”이라며 “적폐청산의 첫 번째는 그래서 국가권력의 불법행위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안 지사는 국가권력의 불법행위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적폐청산 전부가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안 지사는 적폐청산을 통해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새 시대로 가기 위한 세 가지 과제도 언급했다.

안 지사는 “적폐청산이 되려면 극복해야 할 몇 가지 과제가 있다”면서 “대통령제하에서 대통령에게 위임된 통치력 범위를 어떻게 제도화하고 우리가 말하는 상식적 기준으로 만들 거냐 하는 점”이라고 과도한 대통령 권한을 첫 번째 극복 과제로 꼽았다.

안 지사는 “국가 통치자로서 대통령의 통치력을 매우 폭넓게 인정하는 정치 문화가 있어 왔다. 그러나 이제 더이상 통치력 범위를 더 크게 위임하는 건 어렵다”면서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안 지사는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자마자 대선 자금 수사대상이 됐다. 사람들이 아마추어 정권이라고 했다. 권력을 줘도 못 먹나? 자기 손으로 임명한 검찰총장한테 수사받는 대통령이 아마추어지 프로냐? 그러나 대통령의 통치력은 헌법과 법률안에 있어야 한다고 믿었던 노무현 대통령은 자기 스스로 검찰 수사 대상이 되는 걸 자청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과제로 안 지사는 중앙집권화된 국가 체제 변화를 꼽았다. 안 지사는 “중앙집권화된 체제라는 건 모든 중앙 의사 결정 기관에 나머지 모든 건 집행기관이 된다는 걸 의미한다. 너희는 생각하지마, 나한테 보고만 해. 이게 중앙집권체제”라면서 “중앙집권체제가 국가를 이끄는 대통령에게 과도한 통치력을 허용하는 거다. 때문에 대통령의 낡은 통치력 범위를 극복해야 한다는 첫 번째 명제는 중앙집권화된 체제를 혁신하지 않고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안 지사는 또 “국가주도형 경제, 사회 발전 모델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세 번째 과제를 짚으면서 “관 주도형 사회에 한계가 시장과 개인과 기업과 좀 더 원활하고 효과적인 대한민국 미래 동력을 못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지사는 독일의 나치 청산도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으로 해석하면서 적폐 청산이 처벌과 청산에서 그쳐선 안 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안 지사는 “독일은 나치 전범을 향한 통합된 국민 인식과 나치 독재가 출현한 시대 상황에 대한 시민적 상식이 변화하고 나치 청산과 처벌을 통해 그 상식을 확인하기 위해 청산 작업이 시작된 것이지, 그 처벌로 끝나버리면 청산이 안되는 거 아니겠냐”며 “적폐청산은 반드시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고 짚었다.

경북대 강연을 마친 안희정 지사는 이날 저녁 7시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주최로 수성구청 대강당에서 열리는 특강에도 강연자로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