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글라스 사내하청노동자들이 모는 9.12 희망버스

[기고] 우리의 처지는 너무나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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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31 18:26 | 최종 업데이트 2015-08-31 18:27

아사히글라스는 구미시로부터 특혜를 받고 구미 4공단에 입주한 외투기업이다. 구미 공단에서는 세 번째로 큰 공장이다. 연평균 매출 1조 원, 연평균 당기순이익 500억 원, 사내유보금만 7300억 원인 거대 회사다.

특혜도 많았다. 구미시가 고용 창출을 목적으로 2004년 유치하면서 12만 평이나 되는 부지를 50년간 무상 임대해주었다. 국세도 5년간은 전액, 2년간은 50%를 감면해줬다. 지방세 감면도 15년간 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엄청난 특혜를 받고도 아사히글라스는 공장 가동을 시작한 2005년부터 비정규직 노동자를 사용해 왔다. 임금도 박해 1100여 명의 노동자 중 30%가 9년 동안 최저시급만 받았다. 한 달에 두 번 쉬기 위해 주말에는 12시간 맞교대를 강요받으며 365일 공장을 가동했다.

이곳에서 9년간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상적으로 인권침해를 당하다가 도저히 이대로는 살아 갈 수가 없어서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노동조합이 합법적인 단체인지도 몰랐고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지도 몰랐다. 노동조합을 만들자 한 달 만에 우리가 소속된 사내하청 업체를 통째로 계약해지했다. 무슨 까닭인지 하루 출근하지 말고 쉬라더니, 그날 전화 문자로 해고 통보가 왔다.

인간답게 살려고 노동조합을 만들었더니 도리어 길거리로 쫓겨났다. 노동조합의 설립과 활동은 헌법으로 보장되어 있지만 현실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면 업체가 통째로 날아간다. 법으로 보장되어 있는 노동조합의 활동이라지만 노동자가 스스로 힘이 없으면 있으나 마나 한 공문구다. 가진 자들은 법을 무시하며 합의한 약속마저도 지키지 않는다. 노동자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한 사업장의 단결만이 아니라 업종을 넘고 지역을 넘어 단결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더 큰 단결과 더 큰 연대가 희망이다. 죽어라 일하는 노동자들이 왜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는지 노동조합을 만들고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많은 희망버스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 아사히글라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희망버스를 한 번도 타 본적이 없다. 노동조합을 만들기 전까지 우리들의 모든 미래는 어떤 출구도 없이 닫혀 있었다. 희망버스가 어떻게 어떤 취지로 만들어졌는지도 몰랐다. 어렵고 힘들게 싸우는 모든 이들에게 절망을 넘어 희망을 안겨주기 위해서 희망버스가 만들어진 것을 이제야 알았다.

9월 12일, 전국에서 희망버스가 출발을 한다. 우리와 같은 사내하청노동자들로 명백한 불법파견으로 정규직화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받고도 아무런 진전이 없어 국가인권위원회 옥상 광고탑에 올라 80여 일째(8월 29일 기준) 고공농성 중인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농성장이나, 정몽구 회장 집 앞에서 출발할 예정이다. 출발한 버스는 저 먼 거제도 대우조선 공장 앞으로 한달음에 달려간다. 거기엔 80미터 크레인 위에서 142일째(8월 29일 기준) 고공농성 중인 강병재 씨가 있다. 그리고 우리와 같은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 3만여 명이 있다.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노동조합조차 없다. 강병재 씨와 그의 동료들은 2007년 우리처럼 노동조합을 만들려다 계약해지 당했다. 그렇게 우리의 처지는 너무나 닮아있다.

그곳에서 우리는 퇴근 시간을 이용해 3만여 명의 대우조선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만나기로 했다. 그들을 응원하고, 그들에게 함께 연대하자고 호소할 참이다. 그리곤 부산시청 앞 광고탑에서 137일째(8월 29일 기준) 고공농성 중인 생탁과 택시노동자들을 찾아 달려간다. 생탁은 막걸리공장인데 전국 막걸리 판매 순위 2위 기업이다. 기가 막히게도 40명의 사장이 12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를 빨아먹는 회사다. 1970년대 부산 지역 막걸리 공장들이 합동양조를 꾸렸는데 지금은 당시 사장들의 2세들이 지분을 승계받아 몇십 년째 배당금을 챙겨가고 있다. 얼굴도 보지 못한 이들이 태반이지만 모든 노동의 대가를 바쳐야 한다. 일요일 특근 때는 점심 식사로 고구마 하나나 달걀 하나를 주었다고 한다.

희망버스는 누구나 탈 수 있다. 이전에는 희망버스를 몰라서 타지 못했지만 이젠 희망버스의 소중함을 안다. 해고된 우리는 고공농성을 하는 노동자의 절박한 심정을 안다. 구미에서 아사히 사내하청 노동조합은 조합원들과 함께 희망버스를 가득 메우고 출발할 것이다. 고공농성을 하는 이들의 승리를 앞당기고 온전하게 땅을 밟을 수 있도록 희망을 만들자. 희망은 단결과 연대로 가능하다.

2011년 희망버스가 한진중공업의 담장을 넘은 것처럼 현대기아차와 대우조선과 생탁 자본의 심장을 공격하는 시끌벅적하고 힘있는 희망버스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1000만에 육박한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가족들도 최소한의 희망을 꿈꿔 볼 수 있는 그런 9월 12일이 되기를 바란다.

참, 그전에 9월 5일(토) 오후 3시부터는 구미 아사히글라스 공장 앞에서 열리는 연대한마당에도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서울은 기아차 고공농성장에서 오전 10시 30분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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