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의혹 수성구 종합사회복지관, 구청과 맺은 계약서 위조 의혹

석철 수성구의원, 석연치 않은 복지관 고유번호증 발급 과정 지적
우리복지시민연합, “2015~2016년 후원금 누락···회계 부정 의혹 해소해야”

16:47

목욕탕 수익금 횡령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수성구 A 종합사회복지관이 이번에는 수성구와 맺은 위수탁계약서도 위조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21일 오전 열린 수성구의회 사회복지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선 최근 목욕탕 매출 전표 위조 등으로 논란을 빚은 복지관에 이목이 집중됐다. 석철 수성구의원(무소속, 지산동)은 석연치 않게 변경된 A 복지관 고유번호증을 근거로 해당 복지관에서 수성구와 맺은 위수탁계약서를 위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석철 의원에 따르면 A 복지관은 지난 2월 22일 새로운 관장 박 씨 부임에 따라 고유번호증을 새로 발급받았다. 이때 받은 고유번호증을 보면 수성구로부터 복지관을 위탁 받은 종교 법인이 명의자로 있고, 대표자 이름만 새로 부임한 관장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A 복지관은 불과 3주만인 3월 15일 고유번호증을 또 다시 발급 받으면서 명의자도 새로 부임한 박 씨로 바꿔버렸다.

▲2월 22일자로 발급된 고유번호증(왼쪽)과 3월 15일자로 발급된 고유번호증.

석 의원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절차가 보인다. 전임 관장 박 씨 등은 지난 3월 10일경 명의자 변경을 위해 동대구세무서를 찾았지만, ‘계약서가 구청과 법인 간 계약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바꿀 수 없다’거나 ‘법인 통제를 벗어나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 세무서 측 설명에 따라 변경 없이 돌아갔다. 하지만 재차 복지관 관계자가 세무서를 찾아간 후 15일 자로 변경된 고유번호증이 발급됐다.

석 의원은 “뭔가 모르겠지만 반드시 바꿔야 할 목적이 있었나 보다”며 “세무서에선 안 된다고 했었는데 어떻게 발급됐을까? 우리 구청장님과 개인이 계약한 서류를 집어넣은 거다. 계약서를 위조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석 의원은 “여러분이 확인해야 하지만, 직전 관장(박 씨)과 법인으로부터 사실이라고 확인받은 것”이라며 “구청장과 법인이 아니라 구청장과 개인이 계약한 거로 위조됐다면 변호사에게 확인해보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꽤 큰 죄가 된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석 의원은 이 석연치 않은 명의 변경에는 모종의 목적이 있었다고 보고 그것을 횡령 등 금전적 비리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고 풀이했다. 석 의원은 실제로 새로 고유번호증을 발급받은 후 복지관이 주거래 은행 지역 지점에서 신규 통장을 개설하려 했다고 밝혔다. 해당 지점이 법인과 맺은 MOU를 근거로 법인 위임장 없이 신규 개설이 불가능하다고 하자, 같은 은행의 다른 지점에서 개설하는 등 번거롭고 석연찮은 과정을 거쳤다.

석 의원은 “이 모든 사안이 위험해 보이지 않느냐”며 “이걸 왜 했는지 알아야 한다. A 복지관에서 그런 일(금전 비리)이 일어나면 안 되겠지만, 문제는 준비과정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법인의 통제를 받지 않고 새로운 통장을 만들 수 있다는 건 충분히 개연성이 된다”고 우려했다.

▲석철 수성구의원(가운데)이 질의하고 있다.

수성구 역시 일련의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점은 인정했다. 신성호 수성구 복지국장은 “왜 이런지 모르겠다. 굳이 이렇게 바꿀 이유가 있는지 확인해보겠다”며 “일단은 이 자체를 수습하는 게 우선 문제다. 위탁 계약 해지 같은 문제는 이후에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고, 지금은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복지관을 정상화시키는 게 우선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수성구 관계자에 따르면 2017년 이후 A 복지관은 주거래 은행에 신규로 3개 이상의 계좌를 열었다. 이 관계자는 “계좌에서 큰 이상은 발견할 수 없었다”며 “세무서에서 있었던 과정들은 이상한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한편 같은날 우리복지시민연합은 보도자료를 통해 A 복지관에서 2015, 2016년 후원금 중 적게는 1억에서 많게는 2억 5천만 원이 누락됐다고 밝혔다. 복지연합은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정보시스템에 공개된 자료와 A 복지관 홈페이지 공개 자료 등을 근거로 2015, 2016년 후원금 수익이 누락된 점을 발견했다.

복지연합은 “2016년 결산자료는 법적으로 2017년 3월 말로 최종 결산해 해당 관청에 제출하는 자료라서 지금 와서 수정할 수 없다”며 “하나도 맞지 않는 결산서를 허둥지둥, 우왕좌왕하며 지금 와서 짜 맞추는 A 복지관과 수성구의 해명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을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금 와서 숫자를 맞추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회계부정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라며 “경찰은 A 복지관의 회계부정 의혹과 수성구청의 유착 의혹에 대해 신속하게 수사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