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작품검열 사태에 뿔난 작가들, 대안예술제 열다

“대구아트페어 작품 검열 사태 굉장히 심각···자기검열 바라나”

16:20

대구의 대형 전시전에서 작품 검열을 당한 작가들이 북성로에 모여 대안예술제를 열었다. 24일부터 대구시 중구 북성로 일대에는 대구청년미술프로젝트(YAP) 보이콧을 선언한 작가들을 포함해, 대구 주최 행사 공연에서 공연료 2만 원을 제안받은 음악인, 영호남교류청년예술박람회에서 1등 하고도 1등 상은 받지 못한 춤꾼, 대통령 풍자 그래피티를 그렸다가 벌금 맞은 아티스트 등이 모였다.

대안예술제 ‘이것은 예술이 아니다’는 지난 10월 작가 4명이 YAP의 보이콧을 선언하며 독자적인 전시를 추진하며 출발했다. 앞서 행사 조직위는 전시 작품 일부를 “정치적 성향이 강하다”라는 이유로 행사 취지에 어긋난다며 배제했다. (관련 기사: 정부 바뀌어도 대구시 주최행사에선 ‘사드’, ‘세월호’ 예술작품 안 된다?)

25일 오후 4시 ‘북성로 허브’에서 대안예술제 중 한 꼭지로 열린 대구청년미술프로젝트 사전검열사건 토론회에는 보이콧에 나선 박문칠 감독, 이은영 작가, 검열 사태로 사퇴한 이민정 큐레이터, 독립 큐레이터 안소현, 이동민 적폐청산과 문화민주주의를 위한 문화예술대책위원회 공동운영위원장이 참여했다.

▲25일 오후 4시 북성로허브에서 열린 토론회

사회를 맡은 최수환 씨는 “언론에서는 전시 행사가 끝나가며 검열 사태에 관한 이야기가 수면 아래로 슬며시 들어가고 있다”라며 “무엇 때문에 생긴 문제였고, 왜 아직도 검열이 일어나는지, 이런 일이 다시 없기 위해 계속 이야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문칠 감독은 “전시 주최측은 상업영화라는 형식이 문제가 된다고 했는데 문제가 시작된 것은 작품 대표 이미지로 제출한 사드 반대 현수막을 들고 있는 주민 사진이다. 작품 형식이 문제가 된 것이 아니라, 정치적 소재를 문제삼은 것”이라며 “주최 측은 현실 정치를 반영하는 것이 문제라고 하는데, 이번 전시 제목이 베트남 전쟁 당시 존 레넌과 오노 요코가 이를 비판하며 벌인 평화 시위와 관련된 ‘내 침대로부터의 혁명’인데 어울리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이민정 큐레이터는 “운영위원회에서는 대구 예산으로 하는 전시에 사드 작품이 올라오면 대구시가 사드를 지지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아트 페어 행사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민원이 들어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들이 나왔다”라며 “대구시가 주최하는 행사에서는 시가 어떤 걸 하고 어떤 걸 하지마라, 거기에 맞춰진 행사를 하다 보니 검열 사건이 일어났을 때 시가 생각하는 검열 기준과 작가 기준이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대구시는 지금 블랙리스트 진상조사를 한다는 말이 들리니 예산 걱정만 하는데 민원이나 행정편의만 고려하는 듯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은영 작가는 “처음 작가 노트에 문제가 있다고 들었을 때 어이가 없어 화도 나지 않았다. 전시 시작을 앞두고 검열하니 기분 나빠서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대구에서 주제가 좋은 전시가 열리는 것 같아 참여했는데, 그런 전시에서 검열이라니 모순적이라고 생각했다”라며 “주최 측은 작가를 자신의 행정 경력을 위한 소모품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 작가로서 가진 권리에 대해 우리가 얘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안소현 큐레이터는 “전시 직전 작품을 내린 건 심각한 수위의 검열이다. 한국 전시 기간이 짧아서 큐레이터의 일은 불가역적인 특성이 있다. 전시 직전에 작품 철거가 가능하다는 생각 자체가 심각한 수준이다. 블랙리스트 사태의 심각성이 알려진 이 시점에 이런 과감한 행동을 한 것”이라며 “정치적인 작품이 안 된다는 대원칙도 부끄러운 이야기다. 전시는 어떤 내용을 담아도 괜찮다. 시민 세금으로 하는 행사라는 반론이 있는데, 언제부터 공공영역이 투자의 관점으로 바뀌었는지, 문화예술이 서비스, 시장 개념이 되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진다”라고 설명했다.

이동민 공동운영위원장은 “대구 미협은 예술단체인데 검열 최전선에 선 것이 놀랍다”라며 “예술 검열은 대부분 피해자 입장에서 근거를 만들기가 어렵다. 성추행과 비슷하게 피해자 중심주의적 관점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검열 사태 외에도 ▲대구시나 중구청 등 행정기관의 민간 아이디어 도용 문제 ▲<매일신문>이 주관한 영호남청년문화예술박람회 당시 공모전에 참가한 단체들에 대한 부당한 처우 문제 등에 대한 토론회도 열렸다. 26일에는 ▲치맥페스티벌 아티스트 2만 원 열정페이 ▲동성아트홀 해고사태에 대한 토론회도 열린다.

이번 대안예술제에서는 청년문화예술프로젝트에서 검열로 빛을 보지 못한 박문칠 감독의 <파란나비>, <100번째 촛불을 맞은 성주 주민께>, 이은영 작가의 <바다우로 밤이 걸어온다>, 윤동희 작가의 <붉은 밤>, <망령>과 작품 검열은 되지 않았지만 함께 보이콧에 나선 김태형 작가의 <반천일반산업단지>, <객관적으로 보기>가 북성로 일대에 전시됐다. 이외에도 국가 폭력이나 검열·블랙리스트 사건으로 문제 됐던 작품들의 아카이빙 전도 열렸다.

25일에는 타악버스커 테런, 싱어송라이터 오늘도무사히, 래퍼 나태, 래퍼 탐슨, 씨없는수박 김대중의 공연과 마임이스트 이정훈, 이웃사는연극쟁이 동동, 연극자리소풍의 연극도 진행됐다.

이번 행사는 YAP청년미술프로젝트사건검열대책모임을 포함해 지역 예술가, 단체들이 함께 열었다. 독립출판물서점더폴락, 메기갤러리, 북성로허브, 꽃자리다방이 후원했다.

▲김상패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성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