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제도 폐지하라”…대구교육청, 1일부터 실태 조사

29일 대구교육청 앞 기자회견...교육청, "전수조사 할 것"

20:28

최근 현장실습 고등학생의 사망 사고 이후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제도를 폐지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구는 아직 사망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실습생이 유해위험업무나 부당한 대우를 받은 사례도 나와 대구교육청이 1일부터 실태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9일 제주도의 한 음료 제조 회사에서 현장실습 중이던 이 모(18) 씨는 제품 적재기 벨트에 목이 끼어 중환자실에 입원했고, 열흘 뒤 사망했다.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제도는 특성화고·마이스터고 3학년 학생이 취업을 위해 제조업·서비스업 등 일선 업체에서 근무하는 제도다. 대구교육청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으로 특성화고·마이스터고 3학년 학생은 5,566명이며, 이 중 1,410명이 현장실습 중이다.

대구교육청이 파악하고 있는 현장실습 안전사고 사례는 아직 없다. 그러나 교육부가 올해 2월 1일 기준으로 발표한 실태점검 자료를 보면 대구는 학생 5,738명 중 2,929명이 현장실습을 나갔고, 유해위험업무 5건, 부당한 대우 2건, 근무시간 초간 3건 등 10건이 적발됐다.

대구교육청은 오는 1일부터 15일까지 ▲표준협약서 준수 여부 ▲산업 안전이나 노동인권 준수 현황 등 현장실습 관련 실태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장진주 대구교육청 과학직업정보과장은 28일 <뉴스민>과 통화에서 “현재까지 현장 실습 도중 안전사고 사례로 보고된 적은 없다. 이전에도 샘플링을 통해 업체 현황을 점검했고 매년 고용노동부와 공조해서 업체 점검도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장실습 제도 폐지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29일 오후 2시, 대구교육청 앞에서 대구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전교조 대구지부, 대구교육포럼은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제도 폐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29일 대구교육청 앞에서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제도 폐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에 나갔던 학생이 제품 적재기 벨트에 목이 끼어 사망했다. 그는 매일 12시간 넘는 노동에 시달렸고, 추석무렵에는 사고로 갈비뼈가 부러졌다. 병가 후 다시 출근한 그에게 회사는 또 12시간 근무를 지시했다”라며 “현장실습생의 죽음은 처음이 아니다. 콜센터에서 일하던 고3 학생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목숨을 던졌다. 매년 1~2명 학생이 죽거나 다친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대구교육청도 특성화고 학생 취업률 경쟁에만 골몰하고 현장실습으로 인한 노동인권 침해와 부당노동행위에 눈 감고 있다”라며 “일부 학교에서는 힘들어서 복귀하려는 실습생에게 조금 더 버티라고 회유하면서 실습생을 죽음으로 내몬다”라고 지적했다.

손호만 전교조 대구지부장은 “특성화고에 주로 근무했다. 이번 제주도 실습생 사망 소식을 듣고 나도 안타까워다. 학생이 실습가면 욕은 보통이고 과로에 임금체불도 자주 있다”라며 “학교에서는 취업률 생각으로 참으라는 얘기만 하고 학생을 죽음으로 다시 내몬다. 지금과 같은 현장실습은 중단돼야 한다. 그렇게 요구했는데 바뀌는 게 없다. 주범은 교육부와 교육청”이라고 말했다.

박기홍 대구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현장 실습 담당은 “현장실습제도 사고 공통점은, 사업장 내 동료나 직장상사 폭언 등과 위험한 노동환경으로부터 보호 받지 못한다는 점”이라며 “주 5일, 하루 8시간 노동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착취 당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실습 제도는 교육 실효성도 없고 현장 노동자들과 같은 수준의 일을 하고 있다. 노동 사각지대로 내모는 현장실습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