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톨릭대병원 간호사 처우 논란…‘대리처방’, ‘야근에 우유·컵라면으로 끼니’

간호사 커뮤니티에 대구가톨릭대병원 처우 제보 잇따라
병원 측도 대리처방, 야근 수당 문제 등 인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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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5 18:38 | 최종 업데이트 2018-03-20 16:03

“3교대 나이트 근무 야식으로 흰 우유 한 달에 1~2번, 컵라면 한 박스 줍니다” 
“임신 하면 일단 각서(야간 근무 강제 동의서)부터 쓰고…”
“주치의들 과마다 비밀번호 통일에 아이디는 당직 표에 기재 해놓고 대리처방 당연시 여기고”
“관두고 싶으면 관두라고 하면서, 막상 관둔다고 하면 못 관두게 합니다. 협박도 받아봤어요” 

야간근무 수당, 임신 중 야간근무, 간호사 대리 처방 등 대구가톨릭대학병원 간호사들이 자신이 겪은 부당한 경험을 SNS 등을 통해 증언하면서 처우 개선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은 천주교대구대교구유지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간호사 커뮤니티인 ‘너스케입’에 “저는 썩을대로 썩어 빠진 대구000대학병원에 대해 고발하고자 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병원 간호사라고 밝힌 글쓴이는 “식사 시간 20분”, “야간수당 2~3만에 불과”, “야식은 흰 우유와 컵라면”, “육아휴직도 무급”, “임신하면 야간 근무 강제 동의서”, “간호부에서 대리처방 지시”, “복지 혜택 교대 근무자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등 병원의 부당한 처우를 밝혔다.

▲간호사 커뮤니티 ‘너스케입’에 올라온 글(17.11.26)

이 글은 조회수 2천을 넘었고, 대구가톨릭대병원 간호사라고 밝힌 이들이 댓글을 달며 증언을 이어 갔다. 이들은 “정말 백프로 공감합니다”, “재직자입니다. 틀린 말 하나도 없구요”, “어쩜 이렇게 정리를 잘 해 놓으셨는지, 일단 이 병원은 간호사 인권이 없음” 등 공감하는 댓글을 달았다.

페이스북 간호사 커뮤니티인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 페이지에도 같은 글이 올라오면서 공분은 더 커졌다. 현재까지 이 병원 재직자 또는 퇴직자라고 밝힌 이의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대구카톨릭대학병원 관계자는 5일 <뉴스민>과 통화에서 “간호사분이 올린 내용 중에 왜곡된 내용도 있지만, 대리처방 문제나 야근 수당 문제는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간호사가 약제를 대리 처방(또는 구두 처방)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재직 중인 한 간호사는 “간호사 고유 업무만해도 벅찬데 다른 직무까지 저희가 떠 맡고 있다”며 “대리 처방을 의사들은 당연하게 여긴다. 안 해주면 도리어 짜증 낸다”고 하소연했다.

▲페이스북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17.12.05)

이에 병원 관계자는 “레지던트, 간호사 인력난에 시달리는 와중에 환자들은 빨리 처방을 해드려야 하니까, (대리처방이) 잘못된 부분은 맞다. 저희 병원뿐 아니라 타 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며 “이 때문에 간호사 업무가 많아지니 개선하기 준비하고 있다. 오는 13일부터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행하면 (문제가) 개선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야식으로 흰 우유와 컵라면이 제공된 사실도 인정했다. 최근까지 야간 근무자에게 식사를 제공하던 것을 이용자가 저조해 변경했다는 설명이다. 야근 수당도 상반기에 인상안이 통과돼 2018년부터는 1만 원이 오른다. 다만, 전체 야근 수당 액수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병원마다 급여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다른 병원보다 낮다고 해서 잘못된 건 아니다. 문화생활 등 복지 수준도 다른 병원보다 우수하다”면서도 “3교대 근무를 하는 간호사들이 복지 혜택을 덜 받는 건 맞다. 야식의 질적 향상이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서 계속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병원은 임신 시 야간근무를 위해 강제로 동의서를 받는다는 지적에 대해서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첫 게시물을 쓴 재직자는 “임신하면 일단 각서부터 쓰고, 나이트 근무 그대로 한다. 병동 사정에 따라서 인력이 되면 5개월부터는 빼주기도 하는데,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만삭까지 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임산부는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일을 시키면 안 된다. 임산부가 명시적으로 청구하는 경우에만 고용노동부장관 인가를 받아야 야간 근무를 할 수 있다. 

병원 관계자는 “임신 중 나이트 근무에 대한 건 왜곡된 부분이 많다”며 “임신 사실이 확인되면 법적으로 야간 근로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5개월까지는 (동의 하에) 나이트 근무를 하시고 그 이후는 제외된다. 인력이 안 나서 부탁은 했을 수 있지만, 만삭이 나이트 근무를 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해명했다.

▲[사진=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육아휴직 수당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한 재직자는 “육아 휴직 때 월급도 안 나온다. 당연히 무급인 줄 알고 살았는데, 사학연금의 폐해다. 육아휴직은 무급이지만, 그 기간 사학연금은 계속 납부해야 한다. 국민연금도 이러냐”고 지적했다.

대구가톨릭대학병원 교직원은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에 따라 사학연금, 건강보험, 공무 중 상해보험에 가입한다. 따라서 고용보험이 보장하는 실업급여, 육아휴직 급여 등을 보장받지 못한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출산전후휴가에 대한 급여(3개월, 통상임금 80%)만 받을 수 있다.

또 다른 재직자는 “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사학연금 가입이라도 육아휴직 수당이나 이런 걸 대체해서 챙겨주는 거로 알고 있다”며 “그런데 우린 법적으로 의무도 아니고, 노조도 없고 직원들 힘도 약하니 임신하면 알아서 해라는 식인 거 같다. 정말 사각지대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사학연금 가입자 육아휴직 사각지대 개선을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진행 중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더구나 5일에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른바 ‘댓글 사찰’이 이뤄진다는 글이 올라왔고, 한 퇴직자가 성추행 당한 사실도 폭로하면서 간호사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페이스북 글을 본 이후로 경영진도 많이 반성하고 노력하고 있다. 매일 두 차례씩 경영진 회의를 하고 있다”며 “근로 환경이 개선됐으면 좋겠다는 목적으로 글이 올라왔는데, 안 좋은 말이 오가고 있어서 안타깝다. 대화와 소통이 필요한 부분이고, 시간을 들여 병원에서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뉴스민>은 대구가톨릭대병원 노동자들의 추가적인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보자 신원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newsmin@newsmin.co.kr/070-8830-8187/카카오톡 ‘뉴스민’)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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