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무죄 변론 자체가 양심을 침해하는 일”

[인터뷰] 5년 만에 국가보안법 무죄 판결 백창욱 대구새민족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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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2 16:52 | 최종 업데이트 2017-12-12 16:56

백창욱(56) 대구새민족교회 목사는 5년 2개월 만에 국가보안법이라는 족쇄를 풀었다. 아직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대한민국의 아이러니인 국가보안법의 존재에 마침표를 찍지는 못했지만, 고통에서 벗어났다.

2012년 9월 20일 오전 7시였다. 대구지방경찰청은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등)’ 혐의로 백창욱 목사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당시 대구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대구평통사) 대표이던 백창욱 목사의 평통사 활동이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며 2013년 12월 30일 기소했다. 공소장을 보면 검찰은 백창욱 목사가 평화협정 체결과 전쟁 반대 주장을 담은 기자회견, 집회, 언론 인터뷰 등이 북한의 활동에 동조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대구지방법원 제3형사단독(판사 염경호)은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2016년 10월 28일 유죄를 선고했다. (청도송전탑 반대 활동으로 6건, 민중총궐기 집회 참석으로 1건이 기소돼 총 8건이 병합됐다)

▲2012년 9월 20일 경찰이 백창욱 목사 집을 압수수색한 후 차량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민 자료사진]
쌍방이 항소했고, 2017년 8월 11일 대구지방법원 제5형사부(부장판사 김경대)는 백창욱 목사가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가 없다고 무죄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주장하는 내용이 북한의 주장을 추종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그 주장 자체로는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내용이라고 볼 수 없으며 피고인의 행동에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리고 2017년 12월 5일 대법원 제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가 검찰 상고를 기각하면서 백창욱 목사는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뉴스민>은 지난 7일 대구시 달서구 이곡동에 있는 대구새민족교회에서 백창욱 목사를 만나 국가보안법이 옭아맨 시간에 대한 소회를 나눴다.

▲대구새민족교회에서 만난 백창욱 목사

축하드립니다. 압수수색부터 시작해 긴 재판을 받느라 그동안 많이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힘들었던 점은 없었는지요?

한기명 범민련(조국통일범민족연합) 대구경북연합 의장님과 대구 화원교도소에 수감 중인 범민련 간부 면회를 갔었어요. 검사가 재판에서 면회 때 나눈 대화 녹취록을 끄집어냈어요. 이적단체인 범민련 간부와 면회를 하고 이야기를 나눴으니 피고도 이적성이 있다고 적용하더라고요. 이건 말이 안 되잖아요. 저는 목사잖아요. 동료 목사 중에 교도소 재소인을 대상으로 선교하면서 각종 범죄 혐의로 감옥에 있는 사람을 만나요, 그러면 이 목사들은 다 재소인과 같은 범죄 혐의가 있는 사람인건가요? 빨간 안경을 쓰고 보니 모든 게 다 빨간 사물로 보이는 거예요.

하루는 그런 적이 있어요. 평양주민 김련희 씨를 대구 목회자들 모임에 초청했어요. 식사하는 자리에서 우리 교회에 가서 이야기하면 좋겠다고 모시겠다는 부탁을 드렸어요. 교회로 돌아와 보니 ‘이 분 초청하면 이것도 빌미로 삼겠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약속을 못 지켰어요. 자기 검열을 하게 된 거죠. 페이스북에 올린 글 가운데도 자기들이 유리한 내용을 끄집어내서 재판 때 써먹고 그러더라고요. ‘공안이 무슨 구실을 삼지는 않을까?’ 그런 걸 염두에 두고 빌미를 주지 않으려고 글을 쓰게 됐어요.

자기 검열을 하게 한다는 것 자체가 양심,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는 증거이네요. 목회 활동을 하는 목사 처지에서 교회에 다니는 신도들에게도 영향을 미쳤을까요?

신도들도 담임 목사가 그런 일을 겪어서 시달리는 걸 보는 게 편치 않은 일이죠. 어두운 그늘이 늘 있죠. 보안수사대에 6번 조사를 받았어요. 묵비를 행사하는 것도 고역이었어요. 종일 수사를 받으니 그놈들이랑 같이 밥 먹는 것도 불쾌한 경험이었어요. 부러 나를 흥분시키기 위해 자극적인 질문을 많이 했어요. 마음의 스트레스가 무척 심했죠.

압수수색 당시 핸드폰도 가져갔거든요. 술 마시는 자리에서 내가 아내에게 ‘술을 마셔서 대리운전 불러서 갈게’라고 보낸 문자를 가지고, ‘목사가 술을 마시면서 정의를 이야기하느냐’, ‘양의 탈을 쓴 이리 아니냐’ 이런 식의 질문을 하는 거예요. 처음에는 성심껏 답변하면 바뀔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요식절차였어요. 이미 정해놓은 코스에 따라 진행하는 조사일뿐이었죠.

국가보안법으로 기소된 건 처음이잖아요. 5년 넘게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국가보안법에 대한 비판적인 생각이 더 커졌을 것 같습니다.

‘양심을 침해하는 법이다’는 비판 그대로 나도 똑같이 겪었죠. ‘한미전쟁연습 반대’, ‘평화협정 체결운동’, ‘주한미군 철수’ 이런 주장을 집회, 기자회견, 기고, 강연을 통해서 했어요. 집회, 기자회견 등은 대한민국 법질서 안에서 정상적으로 한 행위잖아요. 국가보안법은 우리 법질서에서 비켜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재판이 벌어지면 내가 한 행동들에 대해 하나하나 변명해야 하잖아요. 이것 자체가 굉장히 구차한 거죠.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일인데 말이죠. 시민의 정상적인 의사 표시고,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에서 한 일인데 무죄 변론을 해야 하는 것 자체가 양심을 침해하는 일이었어요.

▲백창욱 목사는 검찰이 제출한 공소장과 이를 조목조목 비판하기 위해 적은 두꺼운 서류 뭉치를 들고서 기자에게 이야기했다.

검사가 공소장, 의견서를 보내면 하나하나 읽으면서 반박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었어요. 이게 30쪽이에요. 원래 읽는 일은 즐거운 것인데 읽기 싫은 공소장을 읽어야 한다는 게 힘들었어요. 마음도 힘들고, 밤늦게까지 잠도 못 자고 해야 하니 괴로웠죠.

평화협정 체결 운동이 어떻게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일로 볼 수 있을까요?

사실 북한과 우리가 유엔에 동시 가입했잖아요.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는 조항을 폐기해야 해요. 나노시대에 구석기시대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정전협정 중이니까, 평화협정을 체결하자는 거예요. 우리에게도 쟁점이 된 게 2005년 9.19공동성명(제4차 6자 회담 중 2005년 9월 1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모든 핵무기를 파기하고 NPT, IAEA로 복귀한다는 약속을 한 것이다. 또, 한반도 평화협정, 단계적 비핵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핵무기 불공격 약속, 북미 간의 신뢰구축 등이 담겨 있다) 참여한 국가들이 모두 다 이해하고 있는 내용이에요. 그런데 반국가단체인 북한이 요구한 내용이라면서 국가보안법 혐의를 적용한 거죠.

공안이 정권과 같이 간다는 걸 보여주는 일이었죠. 노무현 정부 때는 국가보안법이 사실상 사장 됐었잖아요. 정권 보위 차원에서 국가보안법을 활용하는 거죠. 정권 비판하는 사람에 재갈을 물리는 거죠. 반정부 활동이라고 하지만, 정당한 시민의 권리를 행사하는 거예요.

무죄 판결이 났으니 형사보상청구를 하실 거잖아요. 혹시 그동안 받은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생각은 없으신가요?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듯이 긴 재판에 의인이 없어요. 판사가 주권자이고, 판사 밑에서 검사와 공방을 벌이는 거죠. 이걸 손대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끝난 것 자체에 한숨이 나오는 거지.

재판 서류가 4만 쪽은 족히 될 거에요. 설교문, 활동하면서 쓴 칼럼, 자료 저장 차원에서 교회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글까지 다 캡쳐해서 증거자료로 제출했더라고요. 이렇게까지 감시를 하나, 이렇게까지 탈탈 터는구나. 우리가 늘 말로는 민주공화국이라고 하고, 헌법에 기본권이 엄연히 있다고 하지만 국가보안법을 보면 무소불위의 법이구나 생각하게 됐어요. 오죽하면 목사에게까지 국가보안법 혐의를 씌워서 공안으로 사회를 끌고 가야 했을까요.

국가보안법 폐지 논의는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있었지만 안 됐죠. 그리고 정부가 바뀌고 나서 국가보안법 폐지 논의가 다시 나올 것 같은데요. 대한민국에 아직 간첩이 있다면서 국가보안법 존치를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반론을 한다면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간첩이 있다면 간첩죄로 처벌하면 돼요. 그리고 딱 하나만 이야기하자면 네가 한번 당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민주공화국의 가치,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이야기를 했잖아요. 언론출판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에는 양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포함돼 있어요. 보장된 기본권 안에서 이루어진 행동이란 말이에요. 국가보안법이 성행하고 애먼 사람을 잡으면 민주공화국 근간을 무너뜨리는 일이죠. 국가 안보를 위협해서 국가보안법을 적용하는 게 아니라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이들을 상대로 공안 분위기를 조성해서 야금야금 지배하는 거죠. 전체주의 국가처럼 되어버리는 거죠.

그리고 보안수사대는 국가 안전 보장을 해야겠다는 신념보다는 자기들 자리를 유지하고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 일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공안 경찰, 검사들은 실적을 위해서도 국가보안법이 반가운 거죠. 진짜 반국가사범이 있어서가 아니라, 실적을 만들기 위해서죠. 그 안에 보상시스템이 있어서 어떻게 하면 월급이 더 나오고, 수당이 더 나오고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런데 우리 헌법 37조 2항에는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국가안전보장을 위해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고 나와 있어요. 이를 어떻게 보시나요?

▲백창욱 목사

검사가 적용한 내용이 딱 그거에요. 국가 존립 및 안전과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고 북한의 활동에 동조한다는 게 검찰 공소장에서 수십 차례 나와 있어요. 그런데 항소심에서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반대 판결이 나온 거죠. 사법부 판결이 나오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리고, 당사자들은 피해를 보잖아요. 해군기지 반대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해서 평통사 회원에 대해 국가보안법을 덮어씌운 거였죠. 간첩을 잡는 게 아니라 그걸로 걸어놓고 다른 활동을 못 하게 막는 거죠.

이번 정부 내에서 국가보안법이 폐기될 수 있을까요?

이번 정부 내에 폐기되길 바라고요. 대선 토론회 때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는데 원론적으로 동의한다고 했어요. 그렇지 않더라도 7조 항목(찬양·고무등)이라도 폐기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어요. 다시 강조하자면 사법부 판단 이전에 검사, 보안수사대가 정권 안보 논리로 국보법을 적용하는 게 문제에요.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지키려는 게 아니라 정권의 개가 되는 거죠. 정권의 종으로 국가보안법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같은 시기 국가보안법으로 압수수색당하고 기소된 평통사 활동가 중에서 목사님만 1심에서 유죄가 나왔습니다

1심 선고받고 나서 이래서 대구인가 했어요. 나와 똑같은 혐의로 재판받는데 1심에서부터 다 무죄가 나왔어요. 나만 대구에서 유죄가 나왔어요. 똑같은 내용, 똑같은 혐의인데 나만 유죄가 나왔어요. 대구는 시국 재판에 있어서 피고들이 참 불리하다. 원고는 정권이죠. 노동 사건도 그렇고, 공안 사건도 그렇고 대구가 이런 면에서 불리하다. 영혼 없는 판결을 했다고 봐요. 영혼 없는 판결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속으로 해봤어요. ‘판사도 자기의 구차한 처지에서 1심을 유죄로 선고하지만 항소해서 무죄 받기를 바란다’고 자기 양심이 말하지 않았을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여권부터 만들려고요. 해외에 가고 싶어도 신원조회하고 재판부 허가를 받아야 했어요. 이동의 자유를 침해받았죠. 그리고 국가보안법 때문에 교회에 김련희 씨를 모시지 못했던 약속을 지켜야죠.

▲2014년 5월 저서 <유배지에서 예수읽기> 출판기념회에서 백창욱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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