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삼평리 성탄예배, ‘우리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솟은 송전탑 아래 손 맞잡은 사람들 “예수님, 우리와 함께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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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7 00:12 | 최종 업데이트 2017-12-27 11:01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24일 오후 3시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 경로회관에서 청도345kV송전탑반대 공동대책위원회 주최로 성탄예배와 연대와 위로를 위한 문화제 ‘삼평리, 우리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송전탑 반대 주민들과 대책위 관계자 등 60여 명이 참여했다.

2005년부터 송전탑 반대 싸움을 벌였던 청도 삼평리에 2014년 7월 21일 345kV 송전탑이 들어섰다. 2016년 12월 20일 한국수력원자력이 신고리 3호기를 가동하자 핵발전소가 만든 전기는 마을을 가로질러 대도시로 흘러갔다.

▲청도 삼평리 성탄예배에서 찬양하는 더함교회 교인들 [사진=정용태 기자]
성탄예배는 교인 20여 명이 참여한 더함교회가 주도했다. 교인 우장한 씨는 “사람들은 성탄절을 아름답고 화려한 날로 기억하지만, 예수의 삶은 작고 초라하고 고통스러웠다. 그 예수가 인류를 구원한 희망의 메시지였던 것처럼, 기억하는 사람들이 적고 고통스러운 기억을 가진 삼평리도 기억돼야 한다”라며 더함교회 교인들이 삼평리를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청도 조봉연 씨에게 선물을 드리는 밀양 한옥순 씨(좌) [사진=정용태 기자]
청도송전탑반대대책위 뚤린 씨가 사회를 맡았고, 밀양에서 온 한옥순 씨가 가져온 성탄 선물을 나눴다. 부산지역 밴드 ‘산하’가 공연에 나섰다. “내 나이가 어때서~ 데모하기 딱~ 좋은 나인데” 연주가 나오자 앉아있던 참가자들이 일어나 함께 춤을 췄다. 경로회관 마당 한쪽에는 주민들이 심리상담을 받으며 그린 그림 8점과 지난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다.

▲부산에서 온 밴드 '산하'의 반주에 맞춰 벌어진 춤판 [사진=정용태 기자]
서창호 청도송전탑반대대책위 집행위원장과 이은주 전 부녀회장은 경로회관이 문 닫을 위기에 놓인 상황을 비판했다. 송전탑을 찬성한 이장과 마을 주민들은 한전에서 지어 준 마을회관이 생겼으니 그동안 마을회관으로 쓰던 경로회관 처분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책위는 낮은 자존감과 심한 박탈감에 시달리는 주민들에 대한 심리상담을 진행했다. 이를 진행했던 뚤린 씨는 “송전탑이 만들어진 이후 송전탑에 할매들의 시간이 멈춰버렸다. 심리검사와 사전면담을 거쳐 지난 11월 4차례 심리치료를 진행했다. (송전탑 반대 싸움은) 할머니들 삶에서 위대한 투쟁이다. 잘 싸웠고 최선을 다한 싸움이었다. 이전에도 잘 사셨고, 앞으로도 잘 사실 거다”라고 말했다.

▲삼평리 경로회관에서 열린 성탄예배와 문화제 참석자들 [사진=정용태 기자]
이어 뚤린 씨는 “할매들이 만족했다. 송전탑과 한전만 말하던 할머니들이 그림 그리면서는 시집올 때, 어렸을 때, 첫아기 낳았을 때 기억들을 떠올리셨다. 송전탑이 만들어지면서 할매들은 싸움에서 졌다고 생각했는데, 잘 싸우셨고, 대개 큰일을 하셨다고 생각하신다. 잘 싸웠기 때문에 앞으로는 이런 것을 함부로 짓지 못한다고 말씀하신다”고 대답했다.

예배와 문화제를 마친 참여자들은 떡국과 수육, 과일, 막걸리를 함께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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