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캉캉춤’은 단편일뿐, 대구가톨릭대학병원 사내문화·근로조건이 문제다

근로조건 제기 시작으로 불합리한 사내 문화 폭로
열흘 만에 노조 가입자 500명 넘어서
27일, 대구가톨릭대병원노조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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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6 19:36 | 최종 업데이트 2017-12-26 19:36

성탄절(25일) 페이스북 페이지 간호사 대나무숲은 "신부님 앞에서 캉캉 춤을 췄다"는 대구가톨릭대학병원 간호사의 증언으로 떠들썩했다. 병원 행사에서 짧은 옷을 입고 춤을 추는 간호사들의 사진이 언론을 장식했다. 이 병원 노동자들이 오는 27일 노동조합을 출범한다.

대구가톨릭대학병원이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간대숲)'에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달 30일이다. 이 병원 간호사라고 밝힌 글쓴이는 “식사 시간 20분”, “야간수당 2~3만에 불과”, “야식은 흰 우유와 컵라면”, “임신 야간 근무 강제 동의서”, “간호부에서 대리처방 지시” 등 병원의 부당한 처우를 밝혔다.

<뉴스민> 취재 결과, 병원 측은 구두처방, 야근수당, 야식 문제 등은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인정했다. 병원은 지난 13일 새로운 구두처방 프로그램을 가동했고, 연초로 예정된 야근수당 1만 원 인상을 12월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흰우유와 컵라면만 주던 야식도 편의점 4천원 쿠폰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그동안 주지 않던 오프수당, 연차수당도 주겠다고 했다.

병원의 발빠른 대응에도 노동자들의 분노는 들끓었다. 받지 못한 오프수당, 연차수당은 올해만 주는 것인지, 얼마를 줄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았다. 임신 중 야간 근무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병원은 강요하지 않았다고만 해명했다. 연장수당에 대해서도 교대시간 1시간 이후부터 생기는 근무에 대한 수당을 적용하겠다고 했지만, 직원들은 '1시간 이후'라는 기준이 정해진 이유를 알 도리가 없었다.

지난 11일께 만들어진 '대구가톨릭대학병원 직원 모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은 3일 만에 300여 명이 넘는 직원이 참여했다. 오픈채팅방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울렸다. 구두처방 의혹에 대해 남구보건소가 현장 실사를 나온다는 소식에 간호사들은 근무번표에 일괄적으로 찍힌 의사 직번과 비밀번호를 찍어 올려 증거자료를 모았다.

직원들과 병원의 입장은 늘 달랐다. 대구고용노동청 서부고용노동지청이 현장 지도를 다녀간 뒤, 18일 병원은 직원들을 한 자리에 모아 앞으로 개선사항과 인사, 급여 규정에 대한 설명회를 열었다. 지난 3년동안 미지급 연차수당을 내년 초부터 지급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하지만 이날 처음 호봉별 급여규정표를 확인한 직원들은 오히려 본인 직급과 임금이 맞지 않아 더 혼란스러워했다.

노동조합 가입이 시작된 건 순간이었다. 지난 14일부터 시작된 노조 가입은 열흘 만에 500여 명을 넘어섰다. 개개인의 폭로가 아닌 전체 직원들의 공통적인 불만과 처우개선을 요구하기로 했다. 병원과 대등한 관계로 대화하고 싶었다. 근로조건 불만에 더해 불합리한 사내 문화에 대한 불만도 이어졌다. '피아트' 공원 기부금 모금, 장기자랑 등 근무와 관련없는 일이 강제됐다는 증언이 터져나왔다.

26일, 한 직원은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제목으로 도배된 기사를 보며 카카오톡 채팅방에 고민을 토로 했다. "기사 내용이 야한 옷 입고 간호사들이 신부 앞에서 춤을 췄다는 거 보다, 강제성이 없는데 3교대 근무하는 간호사가 자발적으로 할 일은 없어요. 그걸 심사하는 거 조차 문제를 못 느끼는 사람이 있다는 게 부각됐으면 좋겠어요"

이들은 오는 27일 오후 6시 가톨릭대학병원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가톨릭대학교병원분회)를 출범한다. 이들은 출범식 초대장에 이렇게 적었다.

"우리도 뭉치면 할 수 있어요! 임금도 인상하고, 온갖 불법 뿌리뽑고, 갑질 문화 개선하고, 원칙없는 배치전환 기준마련!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대가대병원! 함께 만들어요!"

▲대구가톨릭대학병원 노조 출범 안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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