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노조 없는 노동자의 노조 될 것”

[인터뷰] 민주노총 대구본부 10기, 이길우-임성열-박희은
"문재인 정부가 친노동 정부? 본질 똑바로 볼 필요 있어"

22:25

2일 민주노총 대구본부 10기 집행부가 임기를 시작했다. 이길우 본부장, 임성열 수석부본부장, 박희은 사무처장은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이라는 슬로건으로 경선에서 48.11% 득표하고, 결선에서 79.67% 찬성으로 당선됐다. 이들은 2020년 12월 31일까지 3년 동안 대구본부를 맡는다. (관련 기사=민주노총 대구본부장에 이길우 당선, 경북은 무산돼 비대위 구성)

촛불 투쟁과 박근혜 탄핵 후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시대, 노동기본권 보장 등 공약을 내세웠지만, 기간제 비정규직은 무기계약직 비정규직이 되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공무원노조)는 여전히 법외노조로 남아 있다. 이러한 공약 후퇴에 반발하는 민주노총에 돌아오는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은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

<뉴스민>은 2일 오후 민주노총 대구본부 사무실에서 이길우 본부장, 임성열 수석부본부장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우선 지난 2015년 ‘4.24 총파업’ 집회로 모두 구속된 후, 3년 만에 뵙는데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이길우 : 4.24 총파업으로 구속된 후, 나와서는 건설 현장으로 갔어요. 당시에 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지부장이었습니다. 2년 정도 현장에서 조합원들과 함께 일했습니다. 현장에서 일하니까 좋더라고요. 재밌었어요. 수석부본부장도 현장(기아자동차)에 가서 열심히 차를 팔았죠?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본부장

지역본부 임원 선거는 어떻게 결심하게 되셨나요? 임성열 수석부본부장은 7, 8기 본부장이기도 하셨는데요.

임성열 : 사실 선거를 준비하기 전에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문재인 정권 전부터 민주노총 내 기아자동차 사업장에서 정규직/비정규직 분리 총회가 이루어졌고, 정권이 바뀐 후에는 공공부문 정규직화 발표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어요. 촛불을 통해서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노동자들의 삶은 여전하거든요. 최근 화두가 된 노사정위원회 참여 문제, 당장 올해 닥칠 정치적 격변기에 민주노총이 휩쓸려 갈 거냐, 현장에서부터 제대로 된 정치 투쟁을 만들어낼 힘을 키울 거냐는 고민을 했습니다. 지난 9기 집행부가 촛불 투쟁에 노력도 많이 했고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도 분명한 사실이지만, 저희와는 조금 다른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제10기 민주노총 대구본부 임원 선거를 하자고 결의했습니다.

이길우 : 2016년 연말부터 촛불 투쟁이 시작됐는데, 국민들이 일어나서 함께하는 부분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모습이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속에서 민주노총이나 지역본부가 노동자의 의제를 잘 부각하지 못한 거 같아요. 보수언론이 ‘민주노총이 시위를 주도한다’, ‘시민들이 (촛불에) 등을 돌린다’는 프레임을 만들고, 도리어 여기에 갇혀서 따라간 게 아닌가. 그래서 박근혜 퇴진이나 구속은 가능할지 몰라도 그 후에 (노동자의 삶이) 바뀔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생각해서 많이 답답했죠. 사회를 변혁시키고 이끌어 갈 중심이 무너진 거 아닌가 하는 판단이 있었습니다.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이라는 슬로건으로 당선되셨는데요. 어떤 의미인지 자세히 설명 좀 해주세요.

이길우 : 민주노총에 가입하지 않는 노동자들의 의제도 앞으로 민주노총이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노총이 자기 산별노조만의 요구, 임금 인상에 발목 잡힌 투쟁에서 벗어나서 좀 더 폭넓은 사회적 의제를 갖고 싸워야 해요. 노조에 가입하지 못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 등이 직접 (노동조합으로) 조직되든 되지 않던 그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노동조합이 되어야 한다는 고민을 했어요.

임성열 : 대기업, 정규직, 남성, 제조업 중심 울타리에 갇혀서는 안 된다는 것과 노동계급 대표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두 가지 의미가 있어요. 사실 한국 사회에서 노동조합이 있어도 노동3권을 온전히 누리는 노조는 거의 없거든요. 복수노조로 고통받고, 타임오프제도로 노조 활동조차 보장이 안 되고, 사측에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노조를 깰 수 있잖아요. 모든 노동자가 정말 노조할 권리를 쟁취하지 않으면, 앞으로 노동조합은 갈수록 고사한다는 고민 속에서 투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걸 표현하기 위해 이 슬로건을 쓴 거죠.

소위 ‘촛불 정부’라 불리는 문재인 정부가 친노동 정책을 많이 내놨습니다. 그래서인지 민주노총 투쟁에 돌아오는 화살이 다른 때보다 커지고, 투쟁하기에 조심스러운 상황도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보시나요?

이길우 : 사실 문재인 정부가 친노동자 성향이라는 말에 동의하진 못하겠어요.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제로 시대’ 이야기했지만,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1만 명 중 3천 명만 전환하고 나머지는 자회사로 고용합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사실상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요. 고용은 보장될지 몰라도 근로조건은 전혀 개선되지 않는 거예요. 연말에는 노동법 개악 시도도 있었습니다. 사실 이 부분에서 민주노총이 또 다른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것 같기도 해요. 박근혜가 너무 잘못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잘하는 거로 보일지 몰라도 내용적으론 전혀 다른 게 없어요. 노무현 정권 때 가장 많은 열사와 구속자들이 배출됐었거든요. 기대치는 높았는데 노동자들의 기대에 못 미치니 결국 몸으로 투쟁했던 겁니다. 이런 과거를 기억한다면 문재인 정부의 본질을 똑바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정부 공약이었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한 해고나 노동문제도 불거지고 있습니다. 최근 대구교육청만 봐도 주차관리 비정규직 노동자가 해고되는 등 앞으로도 예상되는 문제가 많은데요.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요?

임성열 : 당사자들이 많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대구교육청은 몇 퍼센트에 불과한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나머지는 비정규직으로, 잘해야 자회사 내지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있어요. 아예 해고당하는 처지에 놓여있기도 하고요. 선거 기간 동안 보니, 일부 구·군청은 내부적으로 정규직 조합원과 기간제 공무원과의 갈등도 있습니다. 이런 갈등을 어떻게 잘 극복할지가 앞으로 과제겠지요.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 노사전문가협의회가 부분적으로 가동되고 있는데, 우선 그 현황들을 파악하려고 합니다. 당사자들의 투쟁을 지역본부가 묶어내고, 지역화하는 게 중요합니다. 구체적인 논의를 지금부터 해 나갈 예정입니다.

▲임성열 수석부본부장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은 사회적 합의 기구 내에서의 합의를 전면에 내세웁니다. 앞서 개별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문제도 마찬가지인데요. 그 연장선상에서 10기 대구본부는 지방 정부와 어떤 대화 채널을 고민하고 계신가요?

임성열 : 선거 과정에서도 이야기했듯이 현재 노사정위원회 방식은 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노정 교섭은 열려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를 발표하면서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노사공동 고통 분담’이라는 표현을 썼어요. 정규직 전환한다면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상황에서, 노동자가 고통 분담할 내용이 뭐냐는 거죠. 우리가 거기에 들어가서 할 이야기가 없어요.

이길우 : 9기 집행부도 노사정위원회가 아닌 노정 교섭을 이어왔습니다. 노동조합이 요구할 부분, 노동자들이 직접 지방정부에 요구하는 테이블은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은 단순히 고용보장만 해주고, 노동자들은 최저임금만 받는 상황입니다. 인상된 최저임금 7,530원 조차도 상여금, 각종 수당을 포함하겠다고 하는데 타협할 수 있는 지점이 과연 노동자들에게 있을까요?

끝으로 3년 동안 대구본부를 이끌어 가야 하는데, 포부를 듣고 싶습니다. 

이길우 : 올해가 문재인 정부나 우리 노동자에게나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생각이 들고요. 박근혜 정권 때 노동법 개악 때문에 밀려 왔던 문제가 많습니다.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통해서 조직되고, 스스로 요구를 이야기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노조법 개정, 이 싸움을 주도적으로 해야 합니다. 지역본부 역시 모든 노동자가 노조할 권리, 자유롭게 노동조합 할 권리를 위해서 매진하고 싶습니다. 그런 투쟁을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현장 조합원들과 만나 우리 투쟁의 정당성 알리고 조합원들이 동의하면, 밑에서부터 결의를 모아내는 사업을 3년 동안 만들어가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