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대, 페미니즘 강연 두고 “영적 지진”…학생·교수 징계 등 인권 침해

학생 주최 페미니즘 강연 "동성애 모임"이라 비난
학생 5명 진술서 요구...성적지향 아웃팅, SNS 사찰
학생들 공동대응, "한동대가 정한 것만 기독교정신인가"

20:53

경북 포항 한동대학교가 학생들이 주최한 페미니즘 강연을 ‘동성애 조장’ 강연으로 규정하고 무더기 징계를 시도하고 있어 논란이다. 더구나 강연에 참여한 학생의 성적 지향을 전 교직원에게 알리고, 학생의 개인 SNS를 사찰하는 등 인권 침해 지적도 나온다.

“한동대학교에는 땅이 흔들리는 염려보다 더 큰 영적 지진이 있었습니다.”(?)

지난달 11일 조원철 한동대학교 학생처장이 전 교직원에 보낸 메일 중 한 문구다. 조 학생처장이 지목한 ‘영적 지진’은 앞서 12월 8일 학생학술모임 ‘들꽃’이 주최한 강연이다. ‘들꽃’은 “흡혈사회에서 환대로-성노동과 페미니즘, 그리고 환대”라는 주제로 임옥희 여성문화이론연구소 대표, 홍승은, 홍승희 작가를 초청했다.

애초 11월 24일로 예정된 강연은 15일 일어난 지진으로 연기됐다. 임옥희 대표가 포항에 내려와 있는 홍승은, 홍승희 작가와 함께 대담하면 좋을 거라고 제안했고, ‘들꽃’ 구성원들도 강의가 풍성해질 것으로 생각해 수락했다.

강연 당일인 12월 8일 오전 11시께 한동대 학생지원팀은 ‘들꽃’  구성원을 불러 모았다. 오후 1시께 학생지원팀으로 찾아간 학생들은 학칙에 따라 기말시험 일주일 전 행사는 허가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앞서 5일, 수정된 강연 포스터를 게시하기 위해 학생지원팀에 허가받을 때까지만 해도 없던 얘기였다. 더구나 홍승은, 홍승희 작가는 ‘들꽃’이 주최한 강연에 2번이나 초청된 적 있었다.

▲12월 8일 강연 포스터(사진=들꽃 페이스북 페이지)

학생지원팀의 갑작스러운 통보였다. 조원철 학생처장과 면담에서도 ‘학교 교육이념과 맞지 않다’, ‘동성애와 관련된 것이라면 징계받을 수 있다’, ‘강연을 강행한다면 모니터링하겠다’는 등 강연 취소를 종용받았다.

‘들꽃’ 구성원인 A(24) 씨는 <뉴스민>과 통화에서 “강연을 몇 시간 앞둔 상황에서 이미 강연자는 포항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학생처장님이 교육 이념과 맞지 않는다고 하시면서, 모니터링 하겠다고 학술적 목적이면 괜찮지만 (동성애를) 주장하는 거면 반드시 문제 삼겠다고 했다”며 “저희는 학술적 목적이었고, 강연 주제가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해서 진행했다. 성소수자가 언급되었지만 이는 페미니즘의 테두리에서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이었고, 강연은 이들의 옳고 그름을 논하는 장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3시간가량 진행된 강연에는 주최 측과 강연을 들으러 온 학생, ‘동성애 반대’ 피켓을 든 학생, 학생처장 등 보직교수들을 포함해 60여 명이 참여했다. 홍승은 작가 사회로 진행된 대담에서 임옥희 대표는 생물학적 성별 개념의 한계로 등장한 젠더 개념을 설명하면서 다양한 예시를 들었다. 홍승희 작가는 본인이 겪은 임신중절, 성노동에 대한 이야기로 기존 페미니즘 이론과 부딪혔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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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we-week
<흡혈사회에서, 환대로 – 성노동과 페미니즘 그리고 환대>
라이브 방송을 시작합니다!

들꽃에 의해 게시 됨 2017년 12월 8일 금요일

교직원에게 메일 보내 “동성애 모임”이라 비난
강연 주최자, 참석자 등 5명에 진술서 요구
한 학생 성적지향 문제 삼고, 아웃팅해
강연 기대하는 SNS 댓글도 사찰

강연이 끝난 다음 주, 조원철 학생처장은 전 교직원에게 한 통의 메일을 보낸다. 조 학생처장은 이 강연에 대해 “페미니즘에 대한 특강인 듯 선전되었지만, 염려대로 동성애 내용이 가득한 모임이었다”, “사회자나 게스트도 가히 충격적이었다”는 등으로 표현했다.

이후 다른 교수들도 “학교 정체성과 교육철학 엄청난 도전을 받고 있다”, “기독교 대학으로서 정체성이 심히 훼손되고 도전받는 이번 일에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 “극히 일부 학생들 행동으로 인하여 한동에 후원을 끊겠다는 연락을 받는다”는 등 내부 메일을 회신했다.

더구나 조 학생처장은 메일에 “다부다처로 살고 있다는 작가와 사귄다는 남학생”이라며 한 학생의 성적지향을 드러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아웃팅했다.

학생지원팀은 강연에 참석한 학생들에게 경위서 작성을 요구했다. 이후 학생지원팀 또는 학생지도위원회 명의로 ‘들꽃’ 구성원 3명, 참석자 2명 등 모두 5명에게 사건 진술서 제출을 요청했다. 한동대 ‘학생상벌에관한규정’에 따르면, 사건 경위서와 징계 대상 학생 진술서, 담임교수 및 학과장 의견서가 갖춰지면 징계위위원회를 소집할 수 있다.

▲학생 B 씨가 받은 사건 진술서 요청문(사진=들꽃 제공)

의도치않게 본인의 성적지향이 드러난 B 씨에 대한 진술서 제출 사유도 황당했다. “자신이 폴리아모리(비독점적 다자연애주의자)로 사는 것을 공공연하게 드러냄으로서…학칙에 위배되는 점”이 사유로 포함됐기 때문이다.

B 씨는 “진술서 요청 주체가 불분명할 뿐 아니라, 진술서 제출 사유도 불명확하다”며 “‘자신이 폴리아모리로 사는 것을 공공연하게 드러냄’은 사실인가. 오히려 학생처장에 의해 드러났다”고 항변했다.

C 씨는 ‘들꽃’ 구성원이 아닌데도 학생처장과 면담 장소에 함께 있었던 사유 진술을 강요당했다. 강연이 무산될 위기에서 홍승은 작가의 페이스북 게시글 댓글에 댓글을 단 내용도 문제 삼았다.

학생들 공동대응 나서…학생처장 보직 해제 요구

이에 학생들은 지난 8일 페이스북 ‘한동대 학생 부당징계 및 인권침해 반대 공동대응‘을 만들고 공동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한동대는 교회가 아닌 대학입니다. 단일한 신앙적 해석이나 일부 교수의 가치관이 옳고 그름의 잣대를 독점할 수 없습니다”며 “한동대는 대학이 맞습니까”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학술강연 검열 및 징계 협박 ▲개인의 성적 지향 폭로 ▲개인 SNS 사찰 등을 이유로 조원철 학생처장의 공식적인 사과와 보직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페이스북에 게시된 성명서에는 290여 명이 댓글로 지지를 보내며 연서명했다. 이들은 이번 주 내로 징계 당사자의 개인 성명서를 취합해 발표할 예정이다.

A 씨는 “우리 사회를 봐도 성노동 이론이 주류는 아니다. 다만, 학문의 장에서 토론과 대담은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 측에 성노동과 동성애를 (옳다고) 주장하려는 게 아니다”며 “자꾸 의문이 든다. 저희 (구성원) 중에도 기독교인이 많다. 기독교 정신이라는 게 한동대가 주장하는 것만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들꽃’과 연관성이 있다고 지목된 김대옥 교수(한동대 법학대학원)은 지난 1월 1일 재임용 거부 통보를 받았다. 또, 나윤숙 교수(한동대 국제어문학부)는 해당 강연을 들으면 추가 점수를 주겠다고 한 사유로 교원인사위원회에 회부됐다. 영문학 전공인 나 교수는 영문학자이기도 한 임옥희 대표 강연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뉴스민>은 조원철 학생처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으나 닿지 않았다. 한동대 대외협력팀 관계자는 “저희 쪽에서는 내용을 잘 몰라서 직접 (학생처장에게) 들어야 할 거 같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