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교육법 개정 시행 앞둔 경북대…대학평의원회 방향은?

평의원회 도입 시 학칙 재정 등 권한 문제
"고등교육법 개정안 저지"vs"교수 권한 조정도 필요"

10:52

대학 평의원회 설치 의무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대학 조직 재편 문제가 대학가 중심 이슈로 떠올랐다. 경북대학교에서도 19일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5월 29일 시행을 앞둔 고등교육법 개정안에 따르면, 국립대학은 앞으로 대학 평의원회를 운영해야 한다. 개정안이 정하는 대학 평의원회는 대학 발전계획, 학칙 제·개정 등 주요 사안에 대해 ‘심의·자문’하는 기구다. 교원, 직원, 조교, 학생을 포함하는 11명 이상의 평의원으로 구성되며, 어느 한 단위 평의원 수가 전체 평의원 수의 반수를 넘어서는 안 된다.

앞서 평의원회 구성 비율과 역할이 문제가 됐다.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국교련)은 지난 12월 “교육과 연구는 전문성의 원리에 따라 교원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직능민주주의의 원리가 요청”되는데도 개정안에서 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며 비판했다.

국교련은 고등교육법 개정안 중 평의원회 설치에 관한 사항을 철회해야 하며, 국립대학의 법적 지위를 명확하게 하는 국립대학법이 제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립대학법이 이번에 개정된 고등교육법과 다른 점은 대학평의원회가 학칙 개정 등에 대해 심의·자문기구가 아닌 ‘의결기구’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북대에서도 2017년 5월 구성된 대학평의회제도 도입 연구 특별위원회(위원장: 법학전문대학원 김창록 교수)가 12월 특위 보고서를 냈다. 특위는 국교련의 국립대학법안을 골자로 하는 대학평의회 규정(안)을 마련했다. 규정안 주요 내용은 경북대학교 대학 평의회를 대학 주요 사안에 대한 최고 의사결정기구(심의·의결기구)로 한다는 것이다.

특위는 국교련의 요청대로 고등교육법 개정안의 평의원회 관련 내용(19조 2항)이 철회되고 국립대학법이 제정된다면 특위가 제안한 안 대로 평의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현행대로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오는 5월 29일부터 시행된다면, 대학평의원회는 의결기구가 아닌 심의·자문기구가 돼야 하고, 어느 한 구성단위의 평의원이 평의원회 정수 과반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교수회가 하나의 자치기구로 위상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여긴다.

▲19일 오후 2시 경북대학교에서 대학 평의원회 관련 토론회를 열었다.

19일 오후 2시, 경북대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주관으로 ‘대학평의원회 설치와 대학자치’ 토론회가 경북대학교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채형복 경북대민교협 의장은 평의원회를 둘러싼 학내외 상황을 설명했다.

채형복 의장은 “대학의 3대 기관으로 교수회, 학장회, 총학생회가 있는데 교수회와 총학생회가 견제기관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지난 총장 임용에도 교수회가 너무나 빨리 동의하는 바람에 다른 의견이 반영되지 못했던 적도 있다”라며 “총장을 견제할 수 있는 기관이 있느냐 하는 점에서 큰 문제로 드러난 사례다. 그 대안으로 제기된 것이 평의회 도입 논의”라고 설명했다.

이어 “평의회가 만들어진다면, 교수, 학생, 직원은 물론 다양한 연구자, 학부모, 동문, 지역민도 주체로 인정돼야 한다”라며 “하지만 지금은 세 주체(교수, 학생, 직원)로만 제한하고 있다. 그렇다면 얼마만큼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제도로 역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채형복 교수

채 의장은 “평의회가 설치되면 자치를 위한 지배구조가 돼야 하는데, 결국 교수회, 학장회, 평의회 상호관계 설정이 중요하다”라며 “평의회는 자주 소집되기도 어렵고 자칫 총장의 주된 권한 행사를 위한 부속기구로 전락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고등교육법 개정안) 시행을 연기하면서 국립대학법안을 관철하는 것이 나은 방향”이라며 “단기간 내에 심도 있게 현실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회의적인 반응도 나왔다. 역사적으로 대학에서 자치가 실현된 적이 없으며, 교수의 위상도 사회적으로 추락한 현실도 인정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염민호 교수

염민호 전남대학교 교수는 “설립 이래 국립대에서는 대학자치라는 경험을 한 적이 없다. 개정안이 어느 날 갑자기 통과되는 현실만 봐도 사회적으로 국립대 교수를 불신한다는 뜻”이라며 “현실적으로 (교수가) 국회를 압박한다고 시행 연기가 되거나 할 수가 없다. 대학 민주화라고 이야기하지만 결국 소수의 사람들이 (대학 운영을) 끌고 간다. (지금 상황에서는) 교수가 과감하게 뒤로 물러나고 구성원들에게 다 열어야(고등교육법 개정안 대로의 평의회) 한다”라고 말했다.

박병춘 계명대학교 교수는 “우리 대학은 예전부터 평의회가 있었지만 아무 의미가 없다. 어떤 내용이 논의되는지 아무런 피드백도 없다. 김정은 아래에서 민주주의가 작동 안 되는 것과 같다”라며 “사회 온갖 모순 집합소가 대학이지만, 그래도 희망은 대학에서 봐야 한다. 여기서 교수가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3월부터 경북대 교수회 의장 임기를 시작하는 이형철 교수도 참여했다.

▲이형철 교수

이형철 교수는 “대학평의원회 설치는 필요하다. 모든 권한이 총장에게 집중되면 대학 자율성을 지킬 방법이 없다. 권력 분산이라는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한데, 의결권에 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라며 “고등교육법 개정안에 따른 평의원회의 기능 중 중요한 부분은 학칙의 제정이나 개정에 관한 사항에 대한 권한”이라고 말했다.

학칙 제·개정에 관한 사항이 중요한 만큼, 신설되는 평의원회도 학칙 제·개정에 관한 심의기구로 역할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이형철 교수는 설명한다. 현재 경북대학교는 교수회가 실질적으로 의결권을 가지고 있고, 학장회의가 주요 사안에 대한 심의기구 역할을 하고 있는데, 평의원회가 신설되면 학장회의에서는 교육연구 등에 관한 규정 등을 심의하고 평의회에서는 역할을 나눠 학생활동, 교육, 교직원 처우 등에 대한 규정을 심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형철 교수는 “심의기구로서의 학장회의와 심의기구로서의 평의원회가 평행하게 있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