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육감 선거 단일화 기구 난립 양상…보수vs진보 무너지나?

단일화 기구 난립하는 보수, 개혁 성향 후보들은 '진보'이미지 거리두기

19:53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교육감 선거 출마 예정자도 윤곽이 잡히고 있다. 2010,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정만진(63) 전 대구시교육위원이 진보교육감 후보로 나서면서 대구교육감 선거는 진영 대결 구도로 치러졌다. 그러나 우동기 현 교육감이 3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진영을 가리지 않고 출마 예정자들이 나타나고 있고, 단일화 기구도 난립하는 양상이다.

29일 기준으로 이태열(64) 전 남부교육장이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했고, 강은희(54) 전 여성가족부 장관, 김사열(62) 경북대학교 교수, 정만진(63) 전 대구시교육위원, 신평(62) 경북대학교 교수가 이르면 이번 주 출마를 선언할 계획이다.

또, 김태일(63) 영남대학교 교수, 김선응(65) 전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도 출마를 고심중이다.

우동기 현 교육감이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 진보, 보수 측 단체는 각각 단일화 기구를 만들었다. 그러나 후보들이 보수, 진보 단일화 기구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

대구참여연대, 우리복지시민연합 등 지역 42개 단체가 만든 대구시민교육감만들기네트워크(시민교육감네트워크)에는 현재까지 김사열 교수만 참여 의사를 밝혔다. 범진보~합리적 보수 성향으로 구분되는 일부 출마 예정자는 대구에서 ‘진보’ 타이틀은 필패 전략이라는 고민 속에 시민교육감네트워크와 다른 단일화를 추진하는 움직임도 보였다.

어느 쪽이든 단일화가 선거 승리의 전제 조건인 상황에서 상대 진영의 고민도 깊다. 보수 쪽은 단일화 기구마저 난립하는 모양새다.

보수 쪽 단일화 기구는 서경석 목사 등이 참여하는 교육감 추대 국민운동본부(교추본)와 정규재 정규재TV 대표 등이 이끄는 이런교육감선출본부(이선본) 2곳이다.

이들 기구는 중앙본부 차원에서 지난달 합의문을 발표하고 “보수 우파 후보 공동 단일화”에 나서겠다고 합의했다. 하지만 제3단체에서 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공개적으로 후보 적임자를 추천하는 사태도 나왔다.

보수단체인 범시민사회단체연합은 지난 22일 강은희 전 장관을 ‘범중도우파 좋은 교육감 후보’로 추대한 바 있다.

강은희 전 여성가족부 장관은 26일 “단일화 취지에 동감하고 큰 틀에서 동의하지만 룰은 별도로 해야 한다. 단일화 단체가 먼저 통합되는 게 맞긴 한데, 여러 단체가 정체성이 다른 측면도 있다. 후보 난립 문제는 걱정”이라며 “교육 양극화가 심해지고 교육 현장에서 전교조 가까운 이념에 치우친 부분이 우려가 됐다. 교사들이 교육현장에서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데 획기적으로 개선할 대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김사열 경북대 교수는 “지난 주말 출마를 결심했다. 진보, 시민후보 뽑기 전략은 유효하지 않다. 교육 정책에서 진보, 보수를 나누기도 어렵다. 하지만 단일화 과정에는 참여할 것”이라며 “교육을 시민이 원하는 대로 바꿔나가야 한다. 입시평가 제도를 개선해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선진형 공교육으로 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선응 전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출마할지 말지, 단일화 경선에 나갈지도 고심 중이다. 2010년 출마 했을 당시 어려움이 컸다”며 “사교육을 죽이는 것 보다 공교육을 살려야 한다. 교권도 땅에 떨어졌다. 수월성 교육도 안 되면서 국가경쟁력도 떨어지게 된다. 중국, 일본, 미국과 경쟁해야한다. 무상급식 이런 문제는 교육 본질과 관계 없다”라고 말했다.

김태일 영남대 교수는 “아직 출마를 고민 중이다. 진보와 보수를 교육 현장에서 나누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학교 현장에서는 교육 수요자, 수행자, 관리자가 적절히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데 지금 교육 현장은 관료체제가 강력하게 자리잡아 경직된 것이 문제다. 갈등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자기주도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공화주의적 가치가 필요하다”라고 답했다.

신평 경북대 교수는 “출마 선언을 준비하면서 단일화 작업도 준비하고 있다. 진보, 혹은 시민교육감 후보로 단일화하면 대구에서는 필패다. 나름대로 범진보~합리적 보수 후보와 광범위하게 단일화 작업을 하고 있다”라며 “양극화가 심화되며 지위와 부의 세습이 당연시됐다. 이 고리를 깨고 누구나 충분히 좋은 교육을 받아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태열 전 남부교육장은 “보수 후보 단일화가 필요하다. 단일화 단체가 난립했는데 어떤 단체는 대구에 대표도 없으면서 벌써 강은희 전 장관을 추대했는데 말이 안 된다. 교추본의 총론에는 동의하지만 각론에 합의가 되지 않으면 (단일화를) 안 하겠다”라며 “학생, 교사, 학부모, 시민을 모두 교육 공동체로 보고 모두 존중하는 대구 교육이 돼야 한다. 존중으로 학교 폭력도 바로잡고 존중을 위해 무상급식 도입, 역차별, 위화감 해소에도 나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만진 전 교육위원은 “출마 선언을 계획 중이다. 단일화 기구에 참여자가 정해지면 참여할지 말지 정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같이 경선할 수 없다고 정해둔 사람이 있다”라며 “모든 아이들에게 가장 적합한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부모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에 따라 차별받는 교육은 안 된다. 어떤 계층을 위한 특별한 교육이 실행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학교는 기본적으로 인간교육, 교양교육을 하는 곳이다. 영재교육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