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질식 사고 당시 안전장치 ‘맹판’ 설치 안 됐다

유가족, 대책위 꾸리고 맹판 미설치에 대한 의혹 제기
노동부 수사에서도 맹판 미설치 확인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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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8 18:10 | 최종 업데이트 2018-01-29 15:55

경북 포항시 남구 포스코에서 벌어진 질소가스 질식 사망 사고 현장에서 안전장치인 ‘맹판(Blind Patch)’이 설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자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가스 밸브 작동 여부와 관계 없이 배관 사이에 설치해 물리적으로 가스를 차단하는 맹판이 설치돼 있었다면 노동자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는 예방할 수 있었다.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상 맹판 설치가 의무는 아니지만, 자체 안전관리 규정에는 맹판 설치 후 작업이 명시되어 있었던만큼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배관과 배관 플랜지 접촉면에 가스 유입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맹판을 설치하면 밸브가 열리더라도 가스를 차단할 수 있다. [사진=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 가운데]

사망한 노동자 4명의 유가족들은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기 전까지 장례를 연기하기로 하고 대책위를 구성했다. 포스코 퇴직자들로부터 제보를 받은 유가족대책위는 맹판 미설치를 직접적인 사망 원인일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고, 고용노동부 포항지청도 조사 결과 맹판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고 했다.

목숨을 잃은 노동자 4명은 외주업체 (주)TCC한진 소속으로 25일 오후 4시께 경북 포항시 남구 포스코 포항제철소 산소공장 14플랜트 냉각탑에 설치된 충전재를 교체하던 중이었다.

이 작업 시에는 질소가 유입될 수 있어 자동밸브와 수동밸브를 반드시 차단해야 한다. 밸브를 차단하더라도 기체 압력이나 전자 시스템 오작동으로 밸브가 열릴 수 있어 배관을 연결하는 플랜지와 플랜지 사이에 맹판을 설치해 물리적으로 기체 이동을 차단해야 한다.

유가족대책위에 따르면 이러한 맹판 설치는 포스코의 표준작업이라고 지적하면서 “일부 언론에서 제기하는 냉각탑 운전실 원청업체 소속 작업자 일부의 작업장소 이탈 등은 이번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아니다, 밸브의 개방 유무와 맹판의 미설치 내지 조기 제거가 확인된다면, 이것이 이번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밝혔다,

28일 오후 유가족들은 유족 위로와 진상 규명을 위해 방문한 이정미 정의당 대표, 추혜선 의원 등과 함께 이날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포항시 남구 성모병원에서 손영산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장을 만나 이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사고 4일이 지나고 처음 노동부 관계자와 만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이정미 의원과 유가족들은 맹판 미설치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고, 노동부도 조사 결과 맹판이 설치돼 있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인정했다.

▲이정미(왼쪽 첫번째) 정의당 대표가 포항 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유가족들과 함께 손영산(왼쪽 두번째) 노동부 포항지청장을 만났다.

유가족대책위 간사를 맡은 A 씨는 “지금껏 노동부를 포함해 관계 기관 관계자를 만난 게 처음이다. 언론을 통해서만 소식을 전해 듣는 지금 상황에 너무 화가 난다”며 “맹판 설치는 왜 안 했는지, 설치에 대한 권한은 누가 가지고 있는지 알려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손영산 포항지청장은 “밸브가 어떻게 작동하게 됐는지 확인 중이다. 맹판이 설치가 안 돼 있던게 맞다. 그리고 맹판은 원래 설치가 안 된 것인지, 제거한 것인지 확실히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맹판 설치에 대한 권한을 포스코가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손영산 포항지청장은 “그렇다”고 대답했고,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은 작업 중 호흡용 보호구도 착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맹판 미설치로 질소가스를 유입을 막을 수 있는 추가 안전망이 사라진 점 때문에 왜 밸브가 열렸는지와 더불어 맹판이 왜 설치돼 있지 않았는지도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중요해진 것이다. 또, 호흡용 보호구의 지급 여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조사가 필요해졌다.

▲배관과 배관 플랜지 접촉면에 가스 유입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맹판을 설치하면 밸브가 열리더라도 가스를 차단할 수 있다. 해당 자료는 2014년 5월 맹판 해체 작업 중 잔류가스로 인한 폭발사고에 관한 자료다 [사진=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 가운데]

이와 관련해 포스코 관계자는 <뉴스민>과 통화에서 “경찰, 국과수에서 수사 중인 상황에서 유가족들이 이야기하는 부분에 대해서 맞다, 아니다 섣불리 이야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수사 결과에 따라 사고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포항남부경찰서 관계자는 “그동안 잔류 가스 때문에 현장에 대한 자세한 수사를 하지 못했다. 내일(29일) 오전 현장에 가서 조사를 할 계획”이라며 “가스 유출이 어디서 이뤄졌는지를 중심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맹판 미설치도 영향을 끼쳤을 거라고 보고 현장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25일 오후 4시께 경북 포항시 남구 포스코 포항제철소 산소공장 14플랜트 냉각탑 내부 정비를 하던 외주업체 (주)TCC한진 소속 노동자 주 모(26) 씨, 안 모(31) 씨, 이 모(47) 씨, 이 모(60) 씨 등 4명이 질소가스를 마시고 질식해 숨졌다.

현재 포항남부경찰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가스공사 등이 현장 감식 작업을 벌였고, 경찰과 노동부는 관계자들을 소환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조사 중이다. 또, 노동부는 29일부터 2주간 포스코 내 38개 공장과 56개 협력사를 포함하는 광범위한 특별감독을 실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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